
<가톨릭다이제스트>
"더 큰 일도 하리라" - 부활 제5주일 복음묵상
송용민 신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오랜 동료이자 선배였던 한 사제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떤 사제가 될지, 사제로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보다 앞으로 살면서 예수님의 얼굴에 먹칠만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 말이 참 소박하고 포부도 너무 작다고 여겼는데, 세월이 흘러 생각해보니 내 삶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예수의 삶을 닮기는커녕 오히려 부끄럽게 만들어 온 것 같아 되돌아보게 된다.
그 말을 한 선배가 사제직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적당히 합리화하고 변명하며 살아온 나보다 그 선배가 오히려 자신과 하느님께 더 솔직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 남아 있는 내가 더 부끄러웠던 적도 있다.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가야 할 수난의 길을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라는 필립보의 말을 나도 수없이 되뇌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기보다는 하느님 얼굴을 한 번이라도 직접 본다면 더 이상 의혹 같은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하느님을 직접 뵐 방법이 없다. 나는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그분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만들어갈 뿐이다. 예수님은 자신 안에 머무르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신다고 믿었고, 당신을 믿는 사람이야말로 사제직을 살아갈뿐더러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도 주셨다.
사제로 살면서 이보다 더 큰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곤 한다.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것, 멋진 스타 강사가 되는 것, 신자들에게 사랑받는 사목자가 되는 것… 과연 그런 것들이 예수가 원하는 나의 길일지, 아니면 소박하다 못해 조금 부끄럽지만 사제직에 먹칠하지 않겠다는 겸손함으로 매 순간을 성실하게 사는 것이 좋을지 고민도 된다.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삶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예수를 통해 인도되고, 성장하며 완성된다는 점이다.
그분을 통하지 않고서는 내가 찾는 세상의 가치와 참된 행복,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은 신기루와도 같을 것이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흔들리지도 말고, 믿음 속에서 내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보고 맛들여라
그분을 통하지않고서는~모든것이 신기루
감사합니다 신부님.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인간적 한계를 버리지 못하여 받아들이기 싫고 피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내면이 어두워지고, 그러나 그것은 날 치유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손길, 그 길에 묵묵히 서있으면 언젠가는 예수님을 닮아있는 모습으로 변해있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멋진 목자 사제의 길 걸으시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이런말씀을 하실수있는 신부님은
이미 사제로서 잘사시고 있는분 입니다
저는 요즘 노자사상에 빠젔습니다
물처럼 살겠노라고~
인정받겠다고,사랑받겠다고 내가 무엇을
인위적으로 해보겠다고 하는생각들이
드는순간 구속당하고 자유롭지 못합니다
영혼의 자유로움은 구속에서 해방될때
누릴수 있는것 같아요
하고싶은일 기쁘게하고
기쁘게 사는것을 추구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내 마음에도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는 레마는 고 최기산 주교님의 성구라고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제들이 계시지만
송 신부님께서는 교황님과 같은
훌륭한 사제로 영원히
우리 신자들의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사제로 남아주시길
바래 봅니다.^^
신부님!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주저하고, 흔들리고, 고민도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항상 주님 안에서 모든 것이 이롭게 되더라구요.
제가 인간이기 때문에, 신이 아닌 인간의 한계성은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님 눈엔 더 귀엽지 않을까요?
자녀를 키워보면 정말 그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주님께서도 우릴 항상 그렇게 보실겁니다^^
언제나 접하게 되면 솔직하고 단순하신 신부님의 내면에서
주님의 모습을 봅니다. 그분께서 함께 하시는 내적인 모습이 전달되어 오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