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행운의 여신을 잡아라by 허성원 변리사 2022. 1. 1.
행운의 여신을 잡아라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는 누구나가 행운을 주고받으며 빌기에 행운의 수요와 유동량이 엄청날 것이다. 그러니 행운의 분배를 관장하는 행운의 여신은 얼마나 바쁘겠는가. 그래서인지 그 행운이란 게 공정하게 골고루 분배되는 것 같지가 않다. 내 몫이라도 제대로 챙기려면 행운과 행운의 여신에 대해 좀 제대로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로마 신화에서 행운의 여신은 포르투나(Fortuna)와 오카시오(Occasio)가 있다. 포르투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운명(fortune)에 관계하며, 그리스 신화의 티케(Tyche)에 대응한다. 이들은 운명의 바퀴를 돌려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눈을 가리고 둥근 공 위에 서서 재물을 뿌려주기도 한다. 이들이 점지하는 운명이나 뿌려주는 재물은 순전히 무작위이기에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베풀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오카시오는 앞 머리카락이 무성하지만 뒤쪽은 머리카락이 없다.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어 신속히 달릴 수 있고,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기회(occasion)와 동일한 어원이기에 '기회의 여신'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의 남신 카이로스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들은 행운을 무작위로 뿌리지 않는다. 자신들을 발견하여 그 긴 앞머리를 낚아채는 사람에게만 행운 즉 기회를 준다. 무성한 앞머리가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잘 발견하기 어려워, 잠시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치면 어느새 지나가버린다. 뒤늦게 잡으려 해도 뒷머리가 없으니 잡지 못하고, 그럼에도 뒤에서 잡으려들면 오카시오는 손에 든 칼을 무정하게 휘두른다.
이처럼 포르투나(티케)의 행운은 오로지 우연이나 무작위로 주어지는 운명에 해당하고, 오카시오(카이로스)의 행운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붙잡아야만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운명과 기회는 인간이 자신의 의지나 노력으로 잡을 수 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진정한 행운은 오카시오의 기회이다. 운명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기회는 제대로 알고 노력하기만 하면 내 것으로 만들 가능성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카시오를 잡는 비결을 알아보자.
먼저 오카시오를 만나려면 준비된 행동 즉 ‘목적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복권 당첨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복권은 구입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과 같다. 무언가를 절실히 갈구하며 추구하고 있어야 한다. 절박함이 클수록 오카시오를 유인하는 효과는 커진다. 풍요 속에 잠든 자에게 오카시오가 나타나거나 발견될 리가 없다. 위대한 발명들 중에는 실수나 부작용 혹은 우연한 발견의 결과로 얻어진 것들이 많다. 페니실린, 포스트잇, 비아그라 등이 그러하다. 발명자들은 절실히 연구에 몰입하여 있었기에 예상치 못한 결과로부터 오카시오의 은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오카시오를 만났을 때 그를 알아보는 통찰력도 중요하다. 오카시오가 나타날 때는 항상 조짐이 있다. 그 조짐은 대체로 시련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련이 닥치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마음은 절박하고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되니, 감수성과 통찰력이 극대화된다. 배고픈 자가 음식에 민감한 것과 같다.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미풍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오카시오는, 절박한 사람만이 예리하게 감지하고 그것에 내재된 의미를 통찰할 수 있다.
그리고 오카시오는 결단과 실행력을 가진 용기 있는 자를 선호한다. 오카시오를 통찰하고도 실패가 두려워 머뭇거리면 오카시오는 이미 떠나고 없다. 그래서 불확실성을 즐기고 부단히 도전하여야만 행운을 키울 수 있다. 실패율이 높아야 성공률도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진정한 행운은 오카시오가 베푸는 기회의 축복이다. 그것은 항상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며 준비하고, 절실히 통찰하며, 다부지게 결행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올 한해는 오카시오의 앞머리를 제때 붙잡아 무궁한 기회를 풍성히 수확해보시라.
2022.01.03 경남신문 경남시론 게재
2022.01.03 경남신문 경남시론 게재
<Fortuna by Tadeusz Kuntz, 사람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주는 포르투나. 공 위에 서서 눈을 가리고 있다.
오카시오. 앞머리가 길고 뒷머리는 없다. 발에 날개가 달려있고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BC 4 세기 그리스의 조각가 리시포에 의해 만들어진 대리석 부조. 카이로스.
카이로스의 시간과 크로노스의 시간
출처: https://www.dotomari.com/1578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