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천정 뚫고 高手 (뉘앙스 일본어)
(일본어학습에 있어서 암울한 시기를 통과할 때)
본게시판 6222번 게시물(일본어회화의 왕도(王道): 나의 일본어 학습분투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음독에 의한 일본어독학의 엄청난 효과 덕분에 20대 초반에 일찌감치 사설학원에서 강사를 하게 되었다. 당초에는 중고생들의 영어문법을 맡아서 가르치다가 일본어수요가 늘자 운영자의 권유로 일본어초급반을 맡게 되었다. 학생은 모두 일반인으로 은행원,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 외국인관광객이 흔히 사용하는 대형음식점의 직원들이었다. 일단은 모든 학생들이 가르치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다행히 교재는 내가 성경처럼 안고 음독을 했던 박성원 교수의 ‘일본어독본 상권(제1권)’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과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크게 달랐다. 그러나 하루에 3시간 정도 같은 교재로 가르치기를 1년 정도 하게 되자 어느 과정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인가를 훤하게 알게 되었다. 초급에서 나오는 질문을 이런 것들이었다.
1. 왜 日本語を出来る가 아니고 日本語ができる인가?
2. 왜 先生がなる가 아니고 先生になる인가? 또 バスに乗る는 무언가? バスを乗る가 아닌가?
이들은 내가 아는 것과 설명을 하는 것이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질문이었다.
아마 이 문장을 읽으시는 회원님들은 싱긋하고 미소를 떠올리실 것이다.
몇 달이 지나 중급에서 상급의 초기의 학생들로부터는 좀 더 다른 질문이 날아왔다.
1. 先生になる와 先生となる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2. ~に対して와 ~について, 그리고 ~に関して는 어떻게 구분해서 사용해야하나?
3. 知る와 わかる는 어떻게 틀린가?
이런 질문들은 매우 20대 초반의 강사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당시는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이 홍수처럼 밀려나가기 위한 시절이었다. 일본경제의 호황과 엔화강세로 일본인들은 한국의 술집에서 도우미들에게 돈을 자랑하면서 상식의 10배에 달하는 팁을 뿌리고 다녔고, 여행사의 안내사는 일년이면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어들이는 시절이었다. 오늘날 관광진흥법에 ‘외국어통역안내사’는 여행사에 소속되어야만 일을 할 수 있지만 당시는 자격증의 명칭도 ‘통역안내업자자격증’이어서 자신이 일본의 여행사와 소통하며 관광버스를 임대하여 전국을 누비던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여행사’와 같은 꿈같던 시절이었다. 여행사의 수는 극히 적었으며. 70년대 말에 가서도 일반여행업이란 다 합쳐야 대한, 세방, 한진 등 25개사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여행사는 해외여행자유화(89년 이후)이전이라 모두 인바운드 즉 방한외국관광객 대상이었고 대부분 손님도 일본인들이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어 버렸지만, 본론으로 돌아온다. 일본어를 집중적으로 체계적으로 장기간 공부한 사람들 가운데는 이러한 심각한 고민을 호소해왔다. 내용은 ‘일본어를 아무리 공부해도 더 이상 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조그만 보트로 노를 저어갈 때는 전진하여 가는 진행감이 있지만 대형 크루즈선과 같은 여객선을 타고 있으면 배가 바다에 떠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것이다. 많은 어학학습자는 이런 지점을 통과할 때 모두 좌절감을 느끼고 포기하는 것 같다. 중급자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 나는 다음과 같이 달래고 격려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턴널을 지날 때 느낌이 어떻습니까? 주변이 캄캄하고 기차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보다는 시끄러운 가운데 정체감같은 것을 느끼시지요? 그렇다고 기차가 서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드디어 몇 킬로 미터의 긴 터널을 통과하여 빠져나오면 그때는 눈앞이 밝아오며 아 내가 긴 터널을 지나왔구나. 서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누구나 실감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 누구도 턴널 안에 열차가 서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하십시오. 공부란 항상 내가 실력이 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쌓아온 결과를 한꺼번에 느끼는 것입니다. 바로 턴널을 빠져나올 때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어공부 수년 후 천정에 부딪쳤을 때)
그러나 이와 달리 수년을 공부해도 이젠 천정에 부딪쳤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좀 더 높은 경지에 이른 분들의 고민은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이런 분들에게는 위의 턴널 이야기 정도로는 도저히 마음을 돌리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전번에 게재했던 다독의 방법과는 또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고교시절 제2외국어로 공부할 때는 일본어란 ‘한 과목’이다. 그러나 일본어의 고수를 지향한다면 일본어학습 분야는 상당히 넓어진다. 나는 몇 년 전에 방송통신대학교의 일본어학과를 1년 수학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것은 내가 1981년에 일본에 주재근무 가기 전에 이런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다면 현지생활이 몇 배가 더 윤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고차원적인 교육과정에 접해보지 못했던 나는 일본어공부에 나 나름대로 많은 카테고리를 만들어 공부했다. 어휘, 숙어, 회화, 작문, 한국 전국관광자원 일본어 해설, 일본역사, 일본지리...등등. 나중에 방송대 일본학과의 커리큘럼을 보니 이건 완전히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었다.
다행한 것은 주변에 “왜 쪽바리를 말을 배우지?” 하던 살벌한 시절 일본어를 공부한 덕에 내가 회사(당시 교통부 산하)에 들어가 보니 교통부와 전체 산하기관에 일본어로 회의통역을 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물론 박정희대통령 시절이라 일본육사를 나온 기라성같은 별자리 출신의 이사들은 많았지만 그 분들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높은 분들이었다. 중요한 사내 행사와 교통부장관 주재행사가 나에게 집중되었다. 유파도 없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최배달은 아니지만 엄청난 기회와 도전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홍보가 아니다. 이런 세월 동안 내가 절감했던 나의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서임을 물론이다. 아무리 수년간을 공부해도 수면 위로 혹은 천정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본어의 뉘앙스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나는 방송대 영어영문학과 졸업생으로 영어를 조금 공부했기에 여기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외람되나 잠시 영어 이야기를 할까한다. 대한민국에서 영어교육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에 여기에 영어의 뉘앙스이야기는 다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이다.
한국 사람이 많이 오해하는 영어단어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hear과 listen to의 차이
2. see와 look at과 watch의 차이
3. know와 understand의 차이
4. promise와 appointment의 차이
예를 들자면 끝이 없기에 이 정도로 나열하고 위에서 promise와 appointment의 차이를 이야기해본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나 오후에 내 친구와 약속 있어”라고 하면 “I have a promise with my friend this afternoon."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appointment를 사용해야하는데, promise는 ‘행동에 대한 약속이고 appointment는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I have an appointment with my friend this afternoon.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위의 영어어휘의 예에서 보는 것과 똑 같은 일이 일본어에서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일본어가 더 위험도가 높은 것은 일본어는 어순이 우리말과 같고 또 깔린 사고방식도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많은 것이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영어보다 일본어에서 더 많은 방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수들이 데미안(헤르만 헤세)의 알깨고 나오기의 예와 같이 진정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천정을 뚫고 나와야 하는 것이고, 이런 마지막 노력은 뉘앙스에 정통해지라는 것이다. 이의 실천 방안은 매일 하루 5문장 정도의 일기를 일본어로 쓰는 것을 권해드린다.
여러분들께서는 아래 일본어 어휘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후배들이 물어왔을 때 어떻게 설명 하실는지? 소생이 항상 설명시에 인용하는 비근한 예를 열거해본다. 기회가 있다면 이 예들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의 성공을 빌어본다. 다행히 시중에는 비록 설명이 좀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미 일본어의 유사한 어휘의 뉘앙스비교 사전이 나와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미묘하게 어려운 일본어 어휘의 뉘앙스의 예)
1. 愛嬌 - 愛想의 차이
2. から - ため - ので의 차이
3.会う- 出会う - めぐり合う의 차이
4.心配 - 恐れ - 憂慮 - 懸念 의 차이
5. いい加減に와 適当に의 차이
6.仕方와 やり方의 차이
7.恋人 - 愛人의 차이
8.児童 - 生徒 - 学生의 차이
9.ご免なさい - すみません - 失礼します의 차이
10.~がけに - ~がてら,- ~の ついでに의 차이
11.~に対して와 ~について, ~に関して의 차이
12. いくと - いけば - いったら -いくなら의 차이
13. 秘密ー内緒-水入らず의 차이
14. 気持ち - 気分 - 機嫌 - 気味의 차이
15. いいですー大丈夫ですーかまいません의 차이
16. だくーいだくーかかえるーだきかかえる의 차이
17. 見直すー見損なう의 차이
18.のーことーもの의 차이
19.おわるーすむーしまう의 차이
20.こういう、こうした、こんな、このような의 차이
- ~そうだ, ~ようだ, ~らしい, ~みたい의 차이
(보너스) ' 잠들다', '자다', '눕다', '쉬다'를 일본어로 ?
(了)
2004년 일본관광청 도쿄본사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