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제가 이 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중학교 내신기간에 읽게 된 문학 작품인데도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을만큼 좋아하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상행이라는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사회에 목소리를 내달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간절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감명 받아 단순히 시험준비를 위해서 시를 반복해 읽은 것이 아니라 계속 이 시의 절들을 되새기기도 할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가장 좋아하는 시를 꼽으라면 늘 김광규 시인의 상행을 골랐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이 시가 수능특강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작품을 다시끔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웠었습니다. 또한, 시의 길이가 매우 긴 편인데 저는 매번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시 속 가을의 저녁 들판을 지나가는 기차의 상황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따라서 함께 시를 찬찬히 감상하며 시 속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하는 시로 선택했습니다.
첫댓글 저도 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좋아하던 시라 공감이 가네요. 오랜만에 좋아하는 시를 찬찬히 다시 읽어볼 수 있어 좋았어요!
저도 이 시를 수능특강에서 처음 접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깐 새롭네요. 좋은 시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