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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시조 19/75 – 산중신곡(2) 1/3
추야조(秋夜操)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창승(蒼蠅)이 죽었으니 파리채는 놓았으되
낙엽(落葉)이 느꺼우니 미인(美人)이 늙을게고
대숲에 달빛이 맑으니 그를 보고 노노라
창승(蒼蠅) - 쇠파리.
죽었으니 – 여름 벌레들이 스러질 정도로 가을이 깊었습니다.
파리채 – 당시의 피리 잡는 채는 어떠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느꺼우니 – 져서 떨어지니.
미인(美人) - 아름다운 사람. 예쁜 임.
늙을게고 – 늙으시겠네.
산중신곡(2)는 을유년(1645, 인조23) 11월 ○ 금쇄동(金鎖洞)에 있을 때이다.
가을밤을 잡은 노래입니다. 여름 벌레들도 들어갔고, 파리채 들고 소일(消日)할 일도 뜻도 없습니다. 낙엽이 쌓이는 걸 보며 미인(美人) 걱정이 됩니다. 미모가 늙어질수록 볼품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정인(情人)일까요. 아닙니다. 군왕(君王)입니다. 사미인곡(思美人曲)의 예를 보십시다. 그러므로 맨 앞의 창승(蒼蠅)은 간신배요 군왕의 성총(聖寵)을 훼방하는 정적(政敵)으로 풀어 마땅합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쉬파리가 죽었으니 파리채는 놓았으되
늦가을이라 낙엽 지니 어여쁜 님 늙으시겠네
대숲에 달빛이 맑으니 그것이나 보고 노노라
고산시조 20/75 – 산중신곡(2) 2/3
춘효음(春曉吟)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엄동(嚴冬)이 지나거냐 설풍(雪風)이 어디 가니
천산만산(千山萬山)에 봄 기운(氣運)이 어리었다
지게를 신조(晨朝)에 열고서 하늘빛을 보리라
엄동(嚴冬) - 몹시 추운 겨울.
지나거냐 – 지나갔느냐.
설풍(雪風) - 눈과 바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눈과 함께 부는 바람.
천산만산(千山萬山) - 온 산. 온 땅. 세상천지.
지게 – 한 쪽으로 된 문.
신조(晨朝) - 새벽 아침. 이른 아침.
‘음(吟)’이 어떤 본에는 ‘곡(曲)’으로 되어 있다.
춘효(春曉), 봄 새벽입니다. 계절이 바뀐 것을 몸이 먼저 알겠습니다. 한시(漢詩)에도 같은 제목의 작품들이 많이 있고, 요즘에도 봄만 되면 단골 시제(試題)가 됩니다. 엄동설한(嚴冬雪寒) 물러가니 설풍도 어디론가 쫒겨 갔습니다. 온 천지에 춘기(春氣) 가득하니 물 오르는 나무들과 망울 잡히는 꽃들이 꿈틀댑니다. 작자 또한 일찍 일어나 지게문 열고 새벽 하늘빛 곧 터오는 동을 바라보겠다 마음먹습니다.
자신의 암울했던 지난 시간이 봄기운 새벽 하늘빛으로 단번에 바꾸ㅣ기를 고대한다고 읽어도 무방합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엄동설한이 지나갔느냐 설풍(雪風)은 어디로 갔느냐
천산만산(千山萬山)에 봄기운이 어리었구나
지게문을 새벽에 열고서 하늘빛을 보리라
고산시조 21/75 – 산중신곡(2) 3/3
고금영(古琴詠)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버렸던 가얏고를 줄 얹어 놀아보니
청아(淸雅)한 옛소리 반가이 나는고야
이 곡조(曲調) 알 이 없으니 집 껴 놓아 두어라
가얏고 – 가야금(伽倻琴). 우리나라 고유 현악기의 하나. 오동나무로 된 긴 공명판 위에 열두 줄의 명주 줄을 매고 손가락으로 뜯어 소리를 낸다. 가야(伽耶) 가실왕이 우륵(于勒)을 시켜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아(淸雅) - 속된 티가 없이 맑고 아름답다.
집 껴 – 보자기나 갑(匣) 등에 싸.
가얏고의 음률과 곡조를 아는 사람이 자신 말고는 없습니다. 버려졌던 가얏고를 다시 만나 줄을 얹어 놀아보니 청아한 음색이 여전히 좋거늘, 함께 즐길 이 없으니 다시 갑(匣)에 집어 넣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데 첫 번째 꼽는 조건이 ‘누구랑’가느냐 라는 것처럼 음악도 함께하는 이가 있어랴 흥이 나는 법입니다. 노정객에게는 정치적 견해가 같은 동지가 있어야 힘이 나는 것이겠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버려졌던 가얏고를 줄 얹어 타 보니
청아한 옛 소리 반가이 나는구나
이 곡조 알 이 없으니 갑(匣)에 넣어 놔두거라
<고산유고>에 실린 설명을 옮겨왔습니다.
우연히 불에 그을리고 비에 젖은 가야(伽倻)의 고금(古琴)을 얻어 먼지를 털고서 한 번 퉁겨 보니, 청량한 열두 줄의 음색에 최선(崔仙)의 마음 자취가 완연한지라, 차탄하고 영탄(詠歎)하는 중에 절로 한 곡조가 완성되었다. 또 생각해 보니, 이 가야금이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버려진다면 먼지 쌓인 한 조각 고목(枯木)이 될 것이요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쓰인다면 오음(五音)과 육률(六律)을 이룰 수 있을 것이지만, 세상에 음률을 아는 자가 드무니 오음과 육률을 이루고 난 뒤에도 어찌 지우(知遇)를 받고 못 받는 일이 없겠는가. 그러한즉 이 가야금에 대한 감회가 단순하지 않기에 다시 고풍(古風) 한 편을 지어 이 가야금의 울울함을 쏟아 낸다.
가야금 있으나 알아주는 이 없으니 / 有琴無其人
먼지 속에 묻힌 지 몇 해이던고 / 塵埋知幾年
안족(雁足)은 반나마 부서졌어도 / 金雁半零落
오동나무 몸통 그래도 온전하여라 / 枯桐猶自全
줄 고르고 한 번 퉁기어 보니 / 高張試一鼓
빙철 소리 임천에 울려 퍼진다 / 氷鐵動林泉
서성 위에서 소리 낼 만도 하고 / 可鳴西城上
남훈 앞에서 들려 드릴 만도 하네 / 可御南薰前
귓가엔 쟁적 소리 넘쳐 나는 판이니 / 滔滔箏笛耳
이 뜻을 누구에게 전할 것인가 / 此意向誰傳
비로소 알겠노라 도연명이 / 乃知陶淵明
끝내 안족과 줄 갖추지 않은 까닭을 / 終不具徽絃
고전번역원 각주입니다.
청량한 …… 완연한지라 : 최선(崔仙)은 최치원(崔致遠)을 가리킨다. 그가 가야산에 있는 학사대(學士臺)에서 가야금을 타면 선학(仙鶴)이 날아와 그 소리를 들었다는 전설이 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빙철(氷鐵) 소리 : 금(琴)을 연주할 때 나는 소리를 형용한 말이다. 백거이(白居易)의 〈오현탄(五絃彈)〉 시에 “쇠로 산호 치듯 하는 한두 곡이요, 얼음을 옥쟁반에 쏟듯 하는 천만 소리로다.〔鐵擊珊瑚一兩曲 冰寫玉盤千萬聲〕”라고 하였다.
서성(西城) …… 하고 : 중국의 삼국 시대 사마의(司馬懿)가 대군을 이끌고 서성에 있는 제갈량의 군대를 공격하였는데, 이때 제갈량에게는 적을 막을 충분한 병력이 없었다. 이에 제갈량이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는 성루에 올라가 앉아 한가롭게 거문고를 타니, 사마의는 매복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퇴각하였다. 《三國志演義》
남훈(南薰) : 임금이 있는 궁궐을 가리킨다.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순(舜) 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어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부르면서 “훈훈한 남쪽 바람이여, 우리 백성의 수심을 풀어 주기를. 제때에 부는 남풍이여, 우리 백성의 재산을 늘려 주기를.〔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이라고 했다는 고사가 있다.
쟁적 소리 : 세속의 부박(浮薄)한 음악을 가리킨다. 소식(蘇軾)의 〈청현사금(聽賢師琴)〉 시에 “집에 돌아가면 우선 천 곡의 물을 찾아 종전에 쟁적 소리만 듣던 귀를 깨끗이 씻으리라.〔歸家且覓千斛水 淨洗從前箏笛耳〕”라고 하였다.
도연명(陶淵明)이 …… 까닭을 : 도연명은 거문고를 탈 줄도 모르면서 술을 마시고 흥취가 일어나면 줄이 없는 거문고를 매만지면서 “거문고의 정취만 느끼면 되지, 굳이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낼 것이 있으리오.〔但識琴中趣 何勞絃上聲〕”라고 하였다. 《晉書 卷94 隱逸列傳 陶潛》
고산시조 22/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증반금(贈伴琴)
소리는 혹(惑) 있은들 마음이 이러하랴
마음이 혹(惑) 있은들 소리를 뉘 하나니
마음이 소리와 나니 그를 좋아하노라
소리 – 음성(音聲). 노래하는 재주.
혹(惑) - 혹시. 의문을 가지면서도 기대가 있는 상태.
뉘 하나니 – 누가 그렇게 잘하겠는가. 뉘 – 누가. 누구가.
마음이 소리와 나니 – 소리 속에 마음이 담겨 있으니.
노래와 마음. 진정으로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려면 두 가지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종장의 ‘그’는 두 가지 모두 어울린 상태를 말하기도 하려니와, 그럴 수 있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뜻도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반금(伴琴)’은 권해(權海)라는 이름의 가야금을 잘 탔고 음률에 능통한 인물로서 고산과는 아주 친한 사이였습니다. 반금이라는 호(號)를 고산이 지어 주었답니다.
작품 말미에 고산이 적은 설명을 고전변역원의 해석문으로 가져옵니다.
이 작품은 을유년(1645, 인조23) 〔贈伴琴 乙酉〕에 지었다.
훌륭하오. 그대 마음이 은연중에 천지조화와 합치되어 거문고 일곱 줄에서 나는 온갖 소리들이 모두 방촌(方寸 마음) 사이의 일이니, 내가 매양 들을 적마다 고기 맛을 잊는다오.
금쇄동(金鎖洞)의 병든 몸이.
고전번역원 각주를 옮겨옵니다,
반금(伴琴) : 권반금(權伴琴), 즉 권해(權海)를 가리킨다. 《고산유고》 제1권에 〈권반금과 헤어지며 주다〔贈別權伴琴〕〉라는 제목으로 계미년(1643, 인조21)에 지은 시가 들어 있는데, 그 아래에 “반금의 이름은 해(海)이다. 거문고를 잘 연주해서 그렇게 불렀다.”라는 자주(自註)가 붙어 있다.
고기 맛을 잊는다오 : 좋은 음악에 심취한 나머지 고기 맛도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공자께서 제나라에 계시면서 순 임금의 음악인 소악을 들으시며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알지 못하셨다.〔子在齊 聞韶 三月不知肉味〕”라고 하였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소리는 혹 낸다 하더라도 마음이 그대처럼 이러하랴
마음은 혹 이러하더라도 소리를 누가 그대처럼 내겠나
마음이 소리에 나니 그것을 좋아하노라
고산시조 23/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초연곡(初筵曲) 1/2
집은 어이하여 되었는가 대장(大匠)의 공(功)이로다
나무는 어이하여 곧은다 고조줄을 좇았노라
이 집의 이 뜻을 알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리라
어이하여 되었는가 – 어떻게 지어졌는가.
대장(大匠) - 목수(木手). 집을 짓는 여러 장인(匠人)들의 지휘자를 도편수라고 합니다.
곧은다 – 곧은가.
고조줄 – 고자줄. 곧게 친 먹줄. 나무를 켜기 위해 먹줄을 튕겨 그 선을 따라 톱질 등을 한다.
좇았노라 – 다듬어졌노라.
만수무강(萬壽無疆) - 아무런 탈 없이 아주 오래 삶.
고전번역원 각주를 옮겨옵니다,
고조줄 : 고조는 집을 지을 때 수평 등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먹통의 옛말로 고조줄은 먹줄을 뜻한다. 여기서는 사람이 따라야 할 규범이나 준칙 등을 상징하고 있다.
제목이 ‘잔치의 처음을 노래한다’는 것입니다. 조정에서의 연회석상인 것입니다. 문답식 구성임은 알겠는데 잔치에 집타령이라, 조금 의아합니다. 당연히 노랫말은 쉬운 듯해도 의미는 성상(聖上)을 빛내는 것으로 풀어야겠습니다. 고산(孤山)이 조선 왕조 효종(孝宗)의 사부(師傅)였음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집은 나라의 정치요, 대장의 공은 임금의 선치(善治)입니다. 당연히 만수무강은 치세가 만세(萬歲)이기를 비는 것입니다. 종장의 ‘이 집의 이 뜻’은 임금과 신하의 결속이 만세의 조건임을 알게 합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집은 어떻게 지어졌는가 대장(大匠)의 공이로다
나무는 어이하여 곧은가 고조줄을 좇았노라
이 집의 이 뜻을 알면 만수무강하리라
고산시조 24/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초연곡(初筵曲) 2/2
술은 어이하여 좋으니 누룩 섞을 탓이러라
국은 어이하여 좋으니 염매(鹽梅) 탈 탓이러라
이 음식 이 뜻을 알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리라
누룩 - 술을 빚는 데 쓰는 발효제. 밀이나 찐 콩 따위를 굵게 갈아 반죽하여 덩이를 만들어 띄워서 누룩곰팡이를 번식시켜 만든다.
탓이러라 – 탓이로다. 탓일 것이다.
염매(鹽梅) - 소금과 매실. 음식의 간을 알맞게 맞춤. 신하가 임금을 도와서 정사를 바르게 하도록 함. 누룩과 엿기름, 소금과 매실 이야기는 중국 고대 은(殷) 고종(高宗)이 현인 부설(傅設)을 재상으로 삼으면서 자신을 잘 이끌라 부탁하는 말 속에 담긴 뜻을 빌어다 썼다.
고전번역원 각주를 옮겨옵니다,
술은 …… 때문이로다 : 모두 임금과 신하가 잘 화합하여 정사를 조화롭게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서경(書經)》 〈열명 하(說命下)〉에 고종(高宗)이 재상 부열(傅說)에게 “너는 짐의 뜻을 가르쳐서 만약 술과 단술을 만들거든 네가 누룩과 엿기름이 되어 주고, 만약 간을 맞춘 국을 만들거든 네가 소금과 매실이 되어야 한다.〔爾惟訓于朕志 若作酒醴 爾惟麴糱 若作和羹 爾惟鹽梅〕”라고 하였다. 염매, 즉 소금과 매실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조미료의 역할을 한다.
초연곡 앞엣것과 문답식 구성이 같고, 종장은 아예 후렴구처럼 똑같습니다. 2연 시조로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염매(鹽梅)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본래의 자의(字義)를 넘어서 군신간의 조화로움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누룩과 염매는 역사가 오래인 단어라는 걸 알고 이 작품을 대하니 지은이가 얼마나 웅숭깊은 비유를 끌어왔는지 알겠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술은 어이하여 좋은가 누룩을 섞은 때문이로다
국은 어이하여 좋은가 염매(鹽梅)를 탄 때문이로다
이 음식의 이 뜻을 알면 만수무강하리라
고산시조 25/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파연곡(罷宴曲) 1/2
즐기기도 하려니와 근심을 잊을 것가
놀기도 하려니와 길기 아니 어려우냐
어려운 근심을 알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리라
잊을 것가 – 잊을 것인가. 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길기 아니 어려우냐 – 길게는 아니 어려울까. 길게 놀기는 어려운 일이다. 마냥 놀 수만은 없다.
파연(罷宴)이란 잔치를 파한다, 끝낸다는 뜻입니다. 시작할 때는 초연곡(初筵曲)이라 하여 자리 연(筵)을 쓰고는, 끝낼 때는 잔치 연(宴)을 썼습니다. 후인들은 이 두 글자가 같은 뜻으로 혼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고산은 세심하게 시작과 끝을 구별하였구나 싶습니다. 노는 일, 즐기는 것도 적당히 하자, 내일은 또 내일 할 일이 기다힌다. 이러면서 요즘 식으로 ‘올드 랭 싸인’을 불렀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즐기기도 하겠지만 근심을 잊을 것인가
놀기도 하겠지만 길게 이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어려운 근심을 알면 만수무강하리라
고산시조 26/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파연곡(罷宴曲) 2/2
술도 먹으려니와 덕(德) 없으면 난(亂)하나니
춤도 추려니와 예(禮) 없으면 잡(雜)되나니
아마도 덕례(德禮)를 지키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리라
난(亂)하나니 – 어지러우니.
잡(雜)되나니 – 뒤죽박죽 되나니.
잔치인지라 술이 있고 또 춤이 있습니다. 즐겁기도 하거니와 즐거움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지요. 그런데 저자는 덕과 예로 다수의 질서를 잡습니다. 덕(德)은 속에 들어 있어 겉을 규율하는 것이요, 예(禮)는 겉으로 드러낸 것으로 속을 현현(顯現)하는 것입니다. ‘만수무강(萬壽無疆)하리라’는 초연곡 두 곡, 파연곡 두 곡 모두 후렴구처럼 똑같이 썼습니다. 임금과 신하 곧 조정이 ‘오래 즐거울 것이다’는 뜻으로 잔치의 축원문(祝願文)이 되었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술도 먹겠지만 덕 없으면 혼란해지고
춤도 추겠지만 예 없으면 잡스럽게 되나니
아마도 덕과 예를 지키면 만수무강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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