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30일 금요일. 또 덥다.
아침 식사는 숙소에서 7시 30분에 준다. 아침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 숙소 주변을 둘러보려고 계단을 내려온다. 전통 복장의 여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숙소가 은근히 멋지다. 품위가 있어 보이는 전통 건물이다.
사각형의 구조에 가운데가 비어있고 천장은 하늘로 뚫려있다. 아랍 풍 건물이다. 기둥과 벽은 흰색으로 단정하게 칠해져 있다. 층 마다 있는 푸른색 테라스는 4층까지 깔끔하다. 빈 공간에는 그림이 붙어있다.
아침 7시인데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주인 영감이 부른다. 주인 영감이 혼자 서빙을 한다. 간단하지만 정성을 다한 음식이다. 빵과 버터, 꿀, 오이, 토마토, 계란과 우유, 커피를 가져왔다. 특히 콩가루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여러 가지를 조합해서 잘 먹었다. 가성비가 좋은 숙소다.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한다. 오늘은 마트마타로 간다. 수스 루아지 터미널에서 마트마타로 바로 가는 루아지가 없다. 가베스라는 도시에 가서 마트마타로 가기로 했다.
노란색 택시를 잡아타고 수스 루아지 터미널로 간다. 여러 번 다녀서 익숙한 길이다. 택시비는 정직하게 2.7디나르(1,080원)가 나왔다. 아침부터 기분 좋고 감사하다. 가베스 행 루아지 표를 끊었다.
두당 22.3디나르(8,920원)다. 여인들이 많이 탄다. 아침 8시 15분에 출발한다. 수스를 벗어나기 전에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채운다. 기름 값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 거의 반값이다.
에어컨이 없어서 창문을 열고 달리는데 바람이 엄청 들어온다. 검정색과 갈색 그리고 노란 두건을 쓴 여인들의 뒤 모습이 앞을 가로막는다. 히잡(Ḥijab)이다. 무슬리마(여성 무슬림)의 의복이다.
전신 의복이 아니고 얼굴 일부와 머리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두르는 천이다. 히잡의 형태는 이슬람권에서도 나라별로 차이가 있는데 앞머리를 드러내는 식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리는 게 정석인 나라도 있다.
중동에서 사막의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으며 중동 여성들이 쓰던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의상이라는 이유도 있다.
종교 시설에서는 머리카락을 가려 남성들의 시선이 예배 이외에 다른 쪽으로 가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머리만 감싼다는 점에서 전신을 감싸는 차도르, 부르카와는 다르다.
얼굴을 가리지 않으니 안면 베일인 니캅과도 약간 다르다. 모든 이슬람권 여성이 히잡을 착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 출신,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안 쓰는 게 대세인 곳, 중간 중간인 곳, 안 쓰기 힘든 곳으로 나뉜다.
세속주의적 이슬람 국가인 튀니지, 터키, 그리고 프랑스,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로코처럼 무슬림 여성이라도 히잡을 반드시 착용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곳도 있다.
이러한 곳은 여성 개인이나 각자 집안의 성향에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수스에서 엘젬까지 76km, 엘젬에서 가베스까지 140km라고 고속도로에 표지판이 있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엄청난 넓이로 올리브 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속도로이니 톨게이트도 지나간다. 한참을 달리더니 휴게소로 들어간다.
새로 만들어진 휴게소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싱싱한 건물이다. 앞에는 주유소가 있다. 뜨거운 주차장에 차가 멈추자, 모두 내려서 휴게소로 서둘러 들어간다. 우리도 들어갔다.
화장실을 이용했다. 카페와 편의점, 식당 등이 코너를 지키고 있다. 하늘은 푸르다. 흰 구름이 더욱 희게 보인다.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마당을 지키고 있다. 고속도로 건너편에는 황량한 언덕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11시 30분에 가베스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가베스에 도착한 것이다. 가베스라는 지명은 베르베르어 옛 지명인 타카페스에서 유래되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타카페 (Tacapae)로 불렸고, 다른 튀니지 도시들과 달리 트리폴리타니아 주에 속하였다. 703년 이슬람 정복 후에는 사하바 중 한명인 시디 아부 루아바 알 안사리가 일대에 정착하였다.
사하바(ṣaḥābah)는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를 접한 사람을 의미한다. 무하마드의 생애 동안 무슬림으로서 그를 보거나 만났고 육체적으로 그의 면전에 있었던 그의 제자들과 추종자들이었다.
가베스는 이슬람 시대에도 북쪽의 튀니스나 카이라완 보다는 동쪽 트리폴리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여러 차례 지배자들이 바뀌면서, 평화를 유지하던 가베스는 오스만 제국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2차 대전 중 1943년 3월, 동남쪽 20km 지점에서 벌어진 마레트 전투에서 영국군이 이탈리아 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승리하며 가베스는 해방되었다.
전후 복구된 도시는 1956년에 독립한 튀니지에 속하여 현재에 이른다. 튀니지 중남부의 도시. 가베스 만의 해안에 위치한다. 인구는 약 20만 명으로, 튀니지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이다.
고대부터 잘 정비된 관개시설 덕에 농업이 활발하였고, 현대 들어서는 화학, 정유 산업을 중심으로 한 튀니지 최대의 산업 도시 중 하나이다. 산업단지는 북쪽 항구 일대에 밀집되어 있고, 서쪽에는 농경지가 있다.
남쪽의 시가지에는 가베스 대학이 자리한다. 또한 가베스는 튀니지 주요부에서 제르바 섬이나 리비아로 향하는 교통의 요지로, 서남쪽 15km 지점에 가베스 마트마타 공항이 위치한다.
역사가 깊음에도 가베스는 2차 대전 시의 폭격을 겪은 탓에 튀니지의 주요 도시들 중 가장 유적이 적은 도시로, 전통 시장 정도가 옛 모습을 간직한다. 인근 관광지로 스타워즈 촬영지인 마트마타가 유명하다.
우리는 마트마타로 간다고 루아지를 물으니 여기서는 마트마타로 가는 루아지가 없단다. 조금 벗어난 곳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바로 옆에 큰 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그곳에서 마트마타로 가는 버스가 있단다.
서둘러 건너편으로 간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마트마타를 외치니 낯선 아저씨가 우리를 데리고 간다. 대기해 있는 버스에 타란다. 손님을 태우려고 돌아다니는 운전기사다. 마트마타에 간다고 한다.
버스에 올라타니 맨 뒷좌석에 진치고 있던 젊은이들이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주었다. 차비도 2.6디나르(1,040원)라고 적어주고, 출발 시간과 신 마트마타에서 갈아타야 할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고마운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내려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