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하난데 여럿이라 꼬리가 아홉 여시
혼자서 울다 웃다 하루에도 열두 번을
손으로 저 들킬세라 얼굴부터 가리오
나
하난데 여럿이라 꼬리가 아홉 여시*
혼자서 울다 웃다 하루에도 열두 번을
손으로 저 들킬세라 얼굴부터 가리오
* 여우(狐)의 사투리. 꼬리가 아홉 개나 달려 변신(變身)을 잘하는 여우를 구미호(九尾狐)리 합니다.
남
스치듯 만났을까 풋풋한 젊은날에
밤드리 노닐었던 벗이여 연정이여
한 이불 덮고 잔 님도 돌아서니 그렇네
남
스치듯 만났을까 풋풋한 젊은날에
밤드리 노닐었던 벗이여 戀情이여
한 이불 덮고 잔 님도 돌아서니 그렇네
너
빠지면 니가 되고 삐치면 나도 되네
무등을 딱 태우면 님이요 이녁 되어
가끔은 나를 고치는 거울 노릇 한다네
너
빠지면 니가 되고 삐치면 나도 되네
무등을 딱 태우면 님이요 이녁 되어
가끔은 나를 고치는 거울 노릇* 한다네
* 반면(反面)교사(敎師).
논
쟁기로 봄을 갈고 써레로 빗고 썰어
평평히 삶긴 후에 하늘을 담는구나
다랑이 구들도 놓고 생명쌀을 받드네
논
쟁기로 봄을 갈고 써레로 빗고 썰어
平平히 삶긴 後에 하늘을 담는구나
다랑이 구들도 놓고* 生命쌀을 받드네
* 전남 완도군 청산도(靑山島)에서 물을 오래 가두기 위한 기술로 논바닥을 구들장을 놓아 만든 구들장 논을 본 적이 있다.
놈
남녀를 가리잖고 상하에 두루 쓰여
그보다 그녀보다 욕 아닌 단단한 말
외할배 저런 멀쩡한 놈자 붙여 좋았지
놈
男女를 가리잖고 上下에 두루 쓰여
그보다 그녀보다 辱 아닌 단단한 말
外할배 저런 멀쩡한 놈자 붙여 좋았지*
* 가족사. 필자의 외할아버지 언양(彦陽) 김창식(金昌植) 님은 딸 열 명이 시집가서 낳은 손주들을 ‘저런 멀쩡한 놈’이라 호통 아닌 호통을 치시며 애정을 보여 주셨다.
눈
도회는 열섬이라 나려도 흩날린다
깊은 산 찾아가서 갇힐까 저도 나도
고운 님 함께 맞으면 키를 재도 좋으리
눈[雪]
都會는 熱섬*이라 나려도 흩날린다
깊은 山 찾아가서 갇힐까 저도 나도
고운 님 함께 맞으면 키를 재도 좋으리
* 도시가 발산하는 열기 때문에 섬처럼 다른 지역의 기온과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用語)이다.
뉘
등겨를 움켜 쥐고 옷 벗기 싫다 앙탈 죄다들 쓿었대도 한사코 혼자 논다
쭉정이 낱알이라 어차피 걸러질 몸
밥숟갈 입에 들기 전 콕 발림을 당하네
뉘
등겨를 움켜 쥐고 옷 벗기 싫다 앙탈 죄다들 쓿었대도 한사코 혼자 논다
쭉정이 낱알이라 어차피 걸러질 몸
밥숟갈 입에 들기 前 콕 발림을 當하네
늘
일해야 한결같고 성궈야 변치 않네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지나가듯
우리네 마음 빈자리 다독이며 채우세
늘
일해야 한결같고 성궈야 變치 않네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지나가듯
우리네 마음 빈자리 다독이며 채우세
님
바람결 보드란 속 꽃다발 달큼한 내
아무도 모르지요 때론 저도 잊지만도
어디에 어찌 놓여도 뒷산 앞내 됩니다
님
바람결 보드란 속 꽃다발 달큼한 내
아무도 모르지요 때론 저도 잊지만도
어디에 어찌 놓여도 뒷山 앞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