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作名)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불용한자(不用漢字)”들.
그 불용한자(不用漢字)를 작명(作名)에 사용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일까?
작명(作名)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불용한자(不用漢字) 중에는 성공한 많은 유명 인사들의
이름자도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로 불용한자(不用漢字)라고 낙인이 찍힌 한자(漢字)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불용한자(不用漢字)가 아니더라도 한자(漢字)의 발음이나 뜻이 지극히 흉(凶)하다면
그 한자(漢字)는 이름자로 사용할 수 없다. 불용한자(不用漢字)라 하더라도
한자(漢字)의 발음이나 뜻이 지극히 흉(凶)하지 않다면 얼마든지 이름자로 사용할 수 있다.
즉, 처음부터 불용한자(不用漢字)로 정해진 한자(漢字)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불용한자(不用漢字)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조선(朝鮮) 후기에 있었던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과 미수 허목(眉叟 許穆)의 일화에 비유해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 등장 인물
▪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 12. 30. ~ 1689. 7. 19.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 철학자, 정치가로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17세기 중엽 이후
붕당정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서인(西人) 노론의 영수이자 사상적 지주로서 활동했다.
▪ 미수 허목(眉叟 許穆) 1595. 12. 11. ~ 1682. 4. 27.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우의정에까지 오른 유학자로서 생사(生死)를 걸고 송시열(宋時烈)과
벌였던 예송논쟁 당시 남인(南人)의 핵심 논객으로 활동했다.
◎ 송시열(宋時烈)과 허목(許穆)의 일화
송시열(宋時烈)은 젊어서부터 규범적인 생활 태도를 유지해 왔고, 매일 아이의 오줌을 받아 마시는
“요로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요료법 덕분에 평소 엄동설한에도
추위를 모를 정도로 손발이 따뜻했다고 한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송시열(宋時烈)은 중년에 병(病)에 걸리게 되었다.
송시열(宋時烈)은 처방, 침구, 단방(향약요법) 등을 수집하여 정리한 “삼방촬요(三方撮要)”라는
한의서를 저술했던 경력이 있기에 어지간한 병(病)에 대해서는 스스로 처방을 낼 수 있는
실력자였고, 또한 주변에 용하다는 의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병(病)을 치료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저런 치료를 받아 봤으나 차도가 전혀 없고 더욱 병(病)이 깊어져서
그야말로 “백약(百藥)이 무효”인 상태가 되고 말았다.
죽을 지경이 되자 송시열(宋時烈)은 제자들을 불러 놓고 병세(病勢)를 상세히 적어 주면서
“허목(許穆)대감을 찾아 가서 약방문을 얻어 오너라”고 일렀다.
그 당시는 노론(老論)과 남인(南人)간의 당쟁이 심할 때인지라 송시열(宋時烈)과 허목(許穆)은
‘북벌론’이나 효종 임금 상례 문제 등에서 대한 ‘예송논쟁’에서 정면으로 대립하여 서로 원수같이
지내던 최대의 정적(政敵) 사이였는데, 송시열(宋時烈)은 병(病)을 고칠 수 없게 되자
의술(醫術)로 이름이 높은 허목(許穆)에게 처방을 부탁하고자 했던 것이다.
송시열(宋時烈)의 제자들은 크게 놀랐다.
“왜 하필이면 허목(許穆)에게 약방문을 청하십니까? 만일 약방문에 독약(毒藥)이라도
써 넣으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제자들의 반대는 극심했다.
그렇지만 송시열(宋時烈)이 제자들을 꾸짖으며 허목(許穆)선생에게 다녀올 것을 다그쳤다.
허목(許穆)은 송시열(宋時烈)의 부탁을 전해 받고 껄껄껄 웃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하하하, 천하의 송시열(宋時烈)이 드디어 내 손에 죽게 되었구나!”
송시열(宋時烈)의 제자는 너무도 황망하여 졸도할 지경이었다.
허목(許穆)은 한참 동안 웃고 나서는 제자의 두루마기에 일필휘지로 약방문을 적어 주었다.
<비상(砒霜) 다섯근>
이것이 허목(許穆)이 써 준 약방문이었다.
비상(砒霜)은 흔히 말하는 청산가리로서 조금만 먹어도 사망(死亡)하는 독약(毒藥)인데,
그것을 5근이나 먹어라고 하였으니, “그냥 죽어라”라고 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노릇이었다.
허목(許穆)의 약방문을 받아 든 송시열(宋時烈)의 제자들은 분개했다.
“역시, 스승님을 독살(毒殺)하려는 처방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의술에 밝은 송시열(宋時烈)은 약방문을 보고 깨달은 바가 컸다.
“허목(許穆)은 진정한 선비로서, 병중(病中)의 정적을 독살(毒殺)할 졸장부가 아니다.”
라며 제자들을 꾸짖고, 서둘러 비상(砒霜) 다섯근을 준비하도록 했다.
물론, 독약(毒藥)인 비상(砒霜)을 다섯근이나 한꺼번에 먹는다면 즉사(卽死)하였겠지만,
의술 실력이 있는 송시열(宋時烈)은 해독(解毒)작용을 하는 다른 약재(藥材)와 섞어서
조금씩 조금씩 먹었기 때문에 마침내 병(病)을 완치할 수 있게 되었다.
송시열(宋時烈)은 당시 오줌을 받아 마시는 “요로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그로 인해 몸속에
응어리가 쌓여 발병(發病)한 것이었기에 그 응어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상(砒霜)을 써야만
했던 것이다. 비상(砒霜)도 경우에 따라서는 특효약(特效藥)이 될 수 있듯이 세상 만물은
모두 약재(藥材)로 쓸 수 있는 것이니 세상에 쓰지 못할 약재(藥材)는 없는 것이다.
정적(政敵)이었던 허목(許穆)의 인격을 믿고 약방문을 부탁한 송시열(宋時烈)의 현명함이나
송시열(宋時烈)의 현명함을 믿고 특효약 약방문을 솔직하게 써 준 허목(許穆),
그리고 그 약방문을 믿고 비상(砒霜)을 복용한 송시열(宋時烈)의 현명함이 빛나는
우리 선조들의 멋진 일화이다.
작명(作名)에 쓰이는 한자(漢字)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작명(作名)에 쓰지 못할 한자(漢字)는 없다.
불용한자(不用漢字)로 낙인이 찍힌 한자(漢字)라 할지라도 사주(四柱) 짜임에 맞춰
유용(有用)하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길(吉)한 이름자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글자가 불용한자(不用漢字)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주(四柱)가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重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