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도쿄는 너무 춥다. 뭐 지금 한국도 춥겠지만, 게다가 난방시스템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공기를 덥혀 난방을 하니, 건조하고, 춥다. 한국의 온돌이 그립다.
온돌이 정말 건강한 과학이 아닌가 싶다. 대류에도 딱 맞다.
목이 칼칼하고, 코끝이 쌔하다.
그래도 45세 되신 분 찾아가 뵈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지, 새벽 3시 반부터 2시간, 1시간, 30분 간격으로 깬다.
물건은 모두 옛 것 같은데 정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찬장에 유리도 없는데, 티끌하나 없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 없냐고 했는데 있다고 한다.
뽑아 놓은 커피를 편수냄비에 끓여서 따라준다. 이것은 무엇인가?
어쨋든 왠지 설탕, 프림 없이 맥심 타준 커피 같다. 모닝세또로 샌도위찌와 사라다를 먹었다.
내가 커피 마니아는 절대 아니고, 카페도 거의 가지 않지만, 이렇게 나이 든 분은 처음 뵌다.
카페와 함께 세월이 흐른 듯 하다.
반질반질한 카운터 계산기와 그 옆에 하와이 아가씨. 정감 간다.
그런데 아침의 단골 손님들 거의 할아버지들이시다. 담배 연기는 정말 괴로웠다.
어디를 가든 겪는 일인데, 내게 마구 일본어를 하고 내가 죄송해요 일본어 못 해요하면 다들 흠칫 놀란다.
까페를 나오면 바로 우에노역으로 건너는 길이 나온다. 택시가 정겹다. 백미러가 앞에 달린게 나 어렸을 적
포니자동차 같다. 아련한 기억에 포니2부터 백미러가 운전석과 조수석 근처에 있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열심히 매트를 닦고, 도구들을 정돈하는 모습. 오른쪽 아저씨가 제임스.
SOM에는 남자들이 많이 요가한다고 자랑했고, 요가포맨 얘기를 했더니 상당히 관심있어 했고, 많은 남자들이 열심히
임한다고 했더니 부러워했다. 도쿄에서 요가원에 가서 수업에 참여할 때면 언제나 남자는 자기 혼자라면서.
한국에 오면 꼭 들르라고, 브로셔도 드렸다. 반바지 및 가방이 파타고니아다. 왠지 뭔가 통한 듯.
오늘은 카나코상에서 일본의 요가문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일본도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나 미용을 위해 요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점 철학과 명상 등 깊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가페스토라고 외국 요가 선생님들 및 일본 국내 선생님들이 홍콩컨퍼런스 비슷하게 하는 행사에는 보통 2만명 정도가
참가한다고 한다. 일본인만 2만 명 정도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카나코는 외국의 요가 마스터들을 초빙해서 조직하는 것,
요가잡지를 내고, 요가용품을 만드는 요가회사에 고용 돼있다고 한다.
요가매트는 독일, 바닥에 까는 두꺼운 담요는 일본, 블럭은 대만, 요가매트타월은 한국 등. 참 많은 나라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입한다.
흠. 한국은 아직... 멀구나.
A.O.K. 좋은 단어다.
아.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YIN 요가의 모든 수업은 폴 그릴리 & 수지 그릴리 선생님의 합작품이다.
폴 선생님이 Theory의 부분을, 수지 선생님의 Practice 부분을 많이 맡는다. 잘 어울리는 파트너다.
그 분들이 자신의 수업 스타일을 줄여 만든 단어다. A.O.K. 미국에서 어떠니 하면 O.K. 는 괜찮아. 좋아. 정도의 표현인데,
스페인어 합해진 신조어로 A.O.K. 하면 끝장나게 좋다는 뜻이란다.
그릴리 부부 선생님들의 수업에서는 Analysis, Observe and 모든 학생들이 괜찮군. 하는 뜻이란다.
나도 참 좋아하는 수업 방식이다.
점심시간을 좀 쉬다가 카나코 상이라 대화하느라 보내고, 컨디션 저조의 몸을 이끌고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져서, 뭐 좀 먹고 시작하자 했는데 어둠이 깔린 거리에서 길 찾느라 시간을 보내니
식당을 찾을 생각이 사라지고, Tokyu Hands에 들어서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배고픔을 잊었다.
아 나도 이럴 때가 있구나.
바로 아래 키티는 예의상 찍었고, 들어가주었다.
어흑. 이런 유치한 분홍색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메슥메슥하고, 눈살이 찌푸러지려고 한다.
몇 개만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많이 깔려있으니 어지럽다. 키티 좋아하시는 분들에 대한 편견은 없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이 아이는 공포의 외인구단인가? 독고탁? 설까치? 는 아니겠지.
옆의 호객아가씨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매우 수줍어한다. 목소리가 참 귀엽다.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
여기서 한 가지 오래된 사실을 공개하면, 20대 초반에 알바로 판촉활동을 한 적이 있다.
뭐 저런 옷은 아니지만, 나름 소속사의 짧은 치마를 입고. 아침 햇살과 카뮤를 주로 팔았다.
그래도 일본 아가씨들 같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한 두시간은 잡아 놓은 곳.
DIY 용품점. 각기 여러 종류의 나무와 여러 크기의 나무와 부품들이 있다.
가구가 만들고 싶어진다. 예전에 염창동에서 요가원 할 때 요가원에 있던 가구는 다 내 손으로 만들었다.
원래 주문제작하려 했는데 공방에 일이 밀려서 기한 내에 만들어 줄 수 없다고 하셔서 그냥 만들게 되었다.
남들이 두 달 여정도에 걸쳐 만든 다는 것을 5일 정도에 해치웠는데, 건이 3일 정도 도왔고,
크리스마스 때도 15시간 정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실장님이랑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었는데.
지금 어떻게 잘 계시나 모르겠다.
코를 대고 킁킁 나무 냄새를 맡았는데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EVA.
한 층 가득 DIY 용품들
또 나를 한 시간 여 동안 붙잡아 둔 곳.
매몰된 한국 소들이 떠올려진다. 여기도 가축이 너무 많다.
공장제 축산업에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중독자들 소와 돼지, 그걸 사람이 먹고, 소돼지들이 병드니
산 채로 땅에 묻고, 그 부산물들도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재앙은 반복된다.
사람은 굶어죽는데 대부분의 곡물은 사람들이 먹기 위한 가축들의 사료로 쓰이는 세상.
이게 뭔가. 자연의 이치에 복종하지 않고, 물질의 발전에만 눈이 멀어 파괴를 멈추지 않는 한 결국 아름다운 별
지구는 사라지게 될 거다.
아프리카 초원에 온 듯하다. 젬베가 치고 싶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다가다가다가다가 퉁 탁
휴식도 정확히 시간을 나누는 꼼꼼함.
역할 놀이 하는 까페인가 보다.
뭐 어떻게 하면 얼마다 이렇게 써있는 것 같다.
가보고 싶었는데 뭐 말도 안 통하고 그래서 포기했다.
사실 그림이 여자라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
맨 오른쪽 영화 때문에 찍은 사진.
내가 읽어본 일본 만화는 한 손에 꼽히는 듯 하는데 가장 최근이 간츠다.
영화로 어떻게 그 내용을 감당했을런지 궁금하다.
내일은 드디어 TTC 마지막 날이다. SOM에 둘 물건들을 사오라시는 건의 엄명에 오늘 미친 듯이 뒤지고 다녔다.
마음에 드는 것들이 더 있긴 했으나 환율이 장난이 아니어서 고민 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어쨋든 명을 받아 임무를 완수했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러나 덕분에 밤 10시간 되서야 샌도위치 다음으로 끼니를 때우고. 코는 더 맹맹해졌다.
오늘은 머리 위치를 바꿔서 자야겠다. 아무래도 창에서 바람이 많이 새어나오는 것 같다.
내일은 긴자에 있는 십일방 까페를 가보아야겠다. 자세히 살펴보니 TTC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첫댓글 일본에서 많은 분들이 tokyo hands 로 기억하시는데 사실 tokyu hands 랍니다. 도큐는 동경급행의 약자로 철도와 부동산을 주로하는 일본 거대 재벌기업의 이름입니다. 몇년전까지 JAL의 최대주주이기도 했죠. 아무튼 '도큐 한즈' 정도로 기억해주세요. #잘난체같아서 안적으려했는데 알아두시면 좋을듯하여...죄송 ^_^;
앗 이런 짐정리 하다가 쇼핑백 보고 tokyu네 하고 들어왔는데 빠르시군요. 죄송하기는요. 또 하나 알았네요. 수정했습니다.
2만명 참여라...시장이 진짜 크네요..요가 전문회사라....엄청나게 부러운 단어....
도큐핸즈.....저도 그게 궁금했었다는....
"동경의 겨울은 모스크바의 겨울보다 춥다. 단 일본식 건물에 머무는 한에서.."라는 글을 요네하라씨의 산문에서 읽었던게 기억나네요...ㅎㅎ
사진들을 참 잘 찍으셨네요 ㅋㅋㅋ아이폰으로 감상중인데 스샷저장을 하게 됩니다..
판촉활동 상상이 안갑니다 하란센세이~~
ㅋㅋ 실적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