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재~모후산~집게봉~동복천/주암호합수점
우리나라의 장마철은 주로 6월 하순경부터 8월 초까지를 말하는데
오늘은 7월 8일이니 장마철의 꼭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지금도 밖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고,그리고 오늘은 온종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전해지고 있으니, 오늘은 좀 참으시죠"라고 하는 당부의
립 서비스라도 있어야 그게 정상적인 부부간의 대화가 아닌가.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산까지 받쳐들고 집을 나선다.하루 이틀
이런 상황을 맞닥드린 것도 아니니 비가 오거나 눈이 쏟아진다고
주눅으로 기가 수그러들리는 없다.그런 고집스런 정성에다
열정까지 보태졌으니 소싯적에 그러한 고집을 번듯한 직장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곳에 쏟아 부었더라면 고관대작은 물론이려니와
부자 소리는 귀가 따갑게 듣게 되었을 거라는 조롱아닌 조롱을
귀가 따갑게 들어온 터이다.
유치마을을 1.6km쯤 지나서 지난 번의 날머리 입구에 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대략 11시쯤이 된다.모후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4.0km라고 알리는 암갈색의 산행안내이정표를 뒤로하고 축축한
물기로 젖어있는 완만한 양회임도로 들어선다.유치재로 오르는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 산길 주변은 잡초가 제거되어 있어서
비교적 깔끔하다.그러나 높은 습도에 고도를 높여 나갈수록
사위를 스크린하듯이 번져가는 운무가 시너지되면서 숨결은
더욱 가빠지고 땀은 용솟음 치듯 한다.
유치재 들머리의 이정표
들머리로 접어든지1.8km를 지난 지점이고, 모후산 정상을 2.2km
남겨둔 안부 사거리 해발 500여 미터의 유치재에 오른다.
높은 습도에 운무까지 보태졌으며 바람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까닭에 온 몸은 이미 땀으로 뒤발을 한 꼴이고 헐떡이는 숨소리는
분주한 대장간의 풀무질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맞은 쪽 광천계곡(1.4km) 방면이나 좌측의 운월산 쪽으로도
희뿌연 운무가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모후산으로 향하는 산길도
유치재를 오르는 산길처럼 길섶의 잡다한 잡풀과 잡목들이 제거
되어 있어 대접을 받아가며 등산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울멍줄멍하게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을
지나고 굵직한 고정로프가 안내하는 가파른 치받이 오르막을
헐떡이며 올려친다.버섯모양의 바위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거대한 공룡알 같은 미끈한 표면의 큰 바위의 곁도 지나가게
된다.어깨 높이쯤은 될 듯한 잘 다듬어진 조릿대 숲 길이
꼬리를 잇는다.그리고 오르막 산길은 사뭇 가파른 행색을 띠기
시작한다.또 다시 고정로프가 마련이 되어있는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으며 고정로프가 임무를 마치면 암갈색의 목재계단이
가풀막진 치받이 오르막을 기다렸다는 듯이 안내한다.
모후산 정상을 목전에 두고
'어려울 때 부르세요.'라고 써 있는 화순소방서장 명의의 119
구조 입간판(현 위치 제2지점,동굴바위~능선삼거리)이 믿음직
스럽다.크고 작은 바위들이 단단하게 돌니처럼 박혀있는 둥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의 2시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거대한 덩치의 노송 한 그루가 좌탈입망 상태의 고사목이
지맥의 산길 한복판을 가로막아서고 있다.헬기장 행색의 공터를
지나가면 암갈색의 목재계단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가풀막진
오르막을 안내한다.계단을 올라서면 고정로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내민다.
그리고 올라선 좁다란 유선형의 밋밋한 멧부리,좌측 편으로
목책이 30여 미터가량 세워져 있다.화려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절처의 장소임에 틀림이 없는데, 희뿌연 운무가 스크린을
드리우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목책능선을 내려서면 곧바로
가풀막진 오르막이 느긋하게 산객을 기다린다.
기다랗게 고정로프가 마련이 되어있으며 고정로프의 도움이
사라지면 암갈색의 목재계단이 산객을 안전하게 이끌어 간다.
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해발 918m의 모후산(母后山) 정상,
멧부리에는 헬기장이 닦여 있으며 커다란 대리석 빗돌이 우뚝
서 있다.
모후산 정상의 바로 서쪽에는 원통형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원통형의 건물 맨 위에는 둥근 공모양의 구면체가 얹혀져 있다.
영산강 강우레이다 기지인 거다.모후산 정상 멧부리에서의 조망은
기대할 수가 없다.사위를 희뿌연 운무가 가시거리 수십미터도
채 안 되게 스크린을 하고 있으니 도리가 없지 싶다.
혹시 손오공의 여의봉의 신기를 빌어온다거나 제갈량의 도움이
있다면 기대를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손을
써 볼 수가 없다.
모후산은 본래 나복산(羅蔔山)이라고 부르다가 고려 공민왕 10년인
1361년에 홍건적의 고려 침공이 있었을 때, 공민왕 부부가 태후와
함께 피난해 산 것을 계기로 모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그리고 조선 선조 25년인 1592년에 정유재란이 일어났을
때 당시 동복현감인 김성원이 노모를 구하기 위해 싸우다 죽었다
하여 한때 모호산(母護山)이라고 고쳐 부르기도 하였다고.
모후산 정상에서 영산강 강우레이다가 있는 서쪽으로는 용문치
(1.4km) 방향이 되고, 지맥의 방향은 직진 방향인 집게봉(2.1km)
쪽으로 이어지며 유치재를 2.2km지난 지점이 된다.
모후산의 영산강 강우레이다
모후산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은 가파른 내리받이로 시작이 된다.
가시거리가 불과 몇 십미터에 불과한 지맥의 산길이다.
짙게 드리운 운무 속의 가파른 내리받이 산길은 물기가 더욱
보태져 미끄럽기만 하다.고정로프가 이따금 나타나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여간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입성은 다들 물에 빠졌다가
나온 행색이니 게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라도 찧는다면 그 몰골은
가관이 아니겠는가.남들이 엉덩방아라도 찧을라 치면 왜 그리
즐겁고 우스운지 모르겠다.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으로 은연 중
받아 들인 건 아닌지.내 안에 숨어있는 태생의 악마가 짓는 미소는
아닌지,인간은 모두가 태생적으로 악마로 태어 났기에 교육의
과정을 거치며, 닦고 깨우쳐 거듭나는 과정을 겪은 뒤에 참 인간
으로서 거듭 태어나는 거라고 순자와 예수그리스도 등이
말한 게 얼핏 생각이 난다.
모후산 정상을 뒤로하고 1.1km쯤 되는 지점의 사거리 안부,
좌측의 산길은 철철바위(0.8km)를 지나서 유마사 방면이고
맞은 쪽의 완만한 오르막은 집게봉(1.0km) 정상을 오르는 산길
이다.사거리 안부 한복판에는 잡풀로 뒤덮혀 있는 전주최가의
묵묘 1기가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다.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곧바로 닿게 되는 해발768.9m의 집게봉,무성하게 우거진
활엽수들의 붕긋한 행색의 멧부리이다.더군다나 운무 속이라니.
집게봉에서 올랐던 산길로 되짚어 묘지의 안부로 내려서서
묘지 우측, 그러니까 유마사 방면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
집게봉을 뒤로하는 지맥의 내리받이 산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비탈길 주변으로는 맨땅이 드러난 봉분이 어렵사리 형태를 유
지하고 있는 묵묘가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너럭바위
가파른 비탈에는 고정로프까지 준비가 되어 있다.그런 미끄러운
과정을 거치면 지맥의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막거리재라고 불리우는 말걸이재이다.말걸이재의 우측 방면은
유마사 방면이 되고, 좌측은 순천대학교 수련원이 자리하고 있는
주암호반의 후곡리 쪽이 된다.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의 직진 방향
이다.지맥의 산길은 집게봉을 뒤로하고부터 거칠은 행색을 띠기
시작한다.
말걸이재를 뒤로하면 곧바로 좌측으로 보이는 해발 515.6m의
삼각점봉(독산477)을 올랐다가 잠시잠깐이지만 운무 사이로
부감이 되는 주암호와 주변의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되내려서서
지맥의 산길을 따른다.산길은 더욱 희미해졌고 거칠어 졌으며,
잡풀과 잡목들의 거추장스러움은 한결 더 빈번해졌다.
잡목들을 헤쳐가며 이동 가능한 방면 만을 찾아가노라면 일시적으로
방향감각을 잃게된다.이럴 땐 귀찮더라도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트랙을 자주 눈여겨 봐야한다.알바의 구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성인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자란 어린 소나무 밭 사이를 빠져
나가면 거대한 송전철탑 밑을 거푸 지나가게 된다.
말걸이재의 이정표
바람 한 점 없으며 짙게 드리운 운무 속에 거친 산길이라니,
땀에 푹 젖고 절어 물에 빠진 몰골에 갈증은 더해지고,소나기라도
한 차례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이런 속의 답답증은 후련하고
시원하게 사라질 듯도 하다.그러한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더란
말인가.송전철탑을 얼마 지나지 않고부터 빗방울이 하나 둘
듣는가 하더니 이내 굵은 소나기로 변하는 게 아닌가.
허겁지겁 배낭에 커버를 씌우느라 법석을 부린다.순식간에
굵직하게 변한 빗줄기가 온 몸을 아금받게 구석구석 파고든다.
어쨋든 시원하고 후련하다.
지맥의 산길은 언덕 같은 멧부리를 행색도 어슷비슷한 봉우리를
넘어서고 내려서더니 벌목지대로 꼬리를 잇는다.
언뜻언뜻 주암호가 운무 사이로 모습을 나타냈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곤 한다.굵직한 빗줄기는 이미 온 몸을
수 차례 파고들었다가 빠져 나가고 빠져나간 빗물을 거듭
보충하려는지 연신 아금받게 갈마들며 옷깃을 파고든다.
차츰 잦아드는 듯 한 기미를 보이던 빗줄기가 다시 맹렬하게
옷깃을 파고든다.언덕이나 다를 게 없는 봉우리를 너덧 차례는
넘고 넘는다.
주암호
짙게 드리운 운무 속이지만 더 이상 오를 멧부리가 그닥 눈에
안 보인다.지맥의 주능선 오른 편이 온통 벌목이 되어있는 지맥의
주능선,주암호를 가리고 있던 운무도 잠시 지맥의 산꾼들에게
시야를 밝히고 있다.긴 가뭄으로 호수 가장자리의 벌건 맨땅이
두텁게 드러난 주암호,며칠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마에도 불구
하고 호수의 수량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호수를 둘러싼 지역 일대
에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강수량이 부족한 거다.강수량이 어지간
했다면 주암호의 물색이 푸른 기색이 아니고 누런 흙탕물로 변해
있어야 옳다.
비쩍 마른 행색의 주암호를 가로지르는 신설 개통이 된 순천의
송광면과 화순군 동면을 잇는 4차선 차도가 고속도로처럼 직선의
가도로 뻗어있다.주암호를 건너가는 죽산교와 문덕교가 주암호
상에 가로질러 세워져 있다.벌목지대를 지나면 완만한 비탈에
김해김가의 묘를 비롯한 묵묘들이 여러 기 눈에 띤다.지맥의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1차선 차도로 내려서게 되는데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이동을 해도 모후지맥의 날머리인
주암호반에 이를 수는 있다.그러나 좀 더 아금받게 지맥을 마무리
하려면 1차선 차도를 건너서 맞은 편의 나지막한 멧덩이를 하나 더
넘어가야 한다.
나지막한 멧덩이를 하나 더 넘어가면 1차선 차도가 다시 기다린다.
그리고 차도를 따라 좌측으로 이동을 하면 주암호반과 맞닥드리게
되는데 이곳에서 발길을 돌린다.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버스로 돌아가는 여정 만을 남겨두고 있다.이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동복천과 주암호의 합수지점에 이르렀으니, 남은 것은
우리의 안락한 이동수단인 버스로의 접근 여정 뿐인 거다.
주암호를 건너는 복교 어름의 노선버스 승강장이 버스가 주차하고
있는 장소이다. 거기까지 이르는 차도를 줄곧 따른다.대충 따져도
십리 길은 넘어 보이는데,나중에 살펴보니 3km를 조금 넘는
거리가 아닌가.단순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길은 거개가 길게
느껴지는 법이 아니던가(17시). (2017,7/8)
(아래)모후지맥 지도2 매봉-x673.7(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아래)모후지맥 지도3 모후산-x160.5(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