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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대교~백암산~계룡산~선자산~옥녀봉~능포
새벽3시,하루를 12시로 나눈 때의 셋째 시,축시(丑時)가 지나가고
인시(寅時)가 막 시작될 무렵, 먼 길을 밤을 꼬박 새우고 달려 온
버스가 거제대교를 건너자마자 도로 옆의 한 주유소 마당 한구석에
도착하여 가뿐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버스에서 한 떼의 산꾼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와 이마에
동여 맨 헤드렌턴의 불을 밝힌다.그동안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했을
주유소 마당은 그렇게 등산준비를 서두르는 지맥의 산꾼들로 잠시
어수선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별안간 주유소 건물 쪽에서 난데없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칠흑의 한적함은 일시에 무너지고 만다.
주유소 길 건너 편에 '시래산 등산로(1.12km)'라고 써 있는 산행안내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며,대한불교 원효종의 '은성사'입간판도 눈에
띤다.지맥의 산길을 따르고자 하는 산꾼들은 그곳을 시발로 동서
종주 36.5km의 대장정의 발행을 한다.
숲으로 드는 길의 첫 들머리는 양회임도로 시작이 된다.
금새라도 철석이는 파도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바다는 칠흑의
먹물을 뒤집어 쓰고 있으며 뭍의 상판도 그와 다를 게 없다.
다만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사람의 존재감을 깨우치려는 하얀 불빛
노란 불빛 붉은 불빛만이 함초롬하게 어두운 밤을 지키고 있다.
양회임도는 주택들의 고샅을 벗어나고 한두 차례 구불거리더니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는 은성사 마당으로 지맥의 산꾼들을 불러
들인다.지맥의 산길은 마당 오른 쪽 오르막 임도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게 된다.자꾸만 눈길을 빼앗으려는 우측의 저 아래 바닷가의
불빛들을 힐끗거리며 치받이 비탈길을 올려친다.
통나무 계단을 따르기도 하고 크고 작은 돌니의 돌사닥다리 오르막
산길도 올려친다.이윽고 올라 선 해발 264m의 시래산 정상,멧부리
한복판에는 1986년에 재설된 삼각점만이 렌턴불빛에 불쑥 얼굴을
드러낸다.
계룡산과 주능선& 그 뒤 좌측으로 옥녀봉
지맥의 줄기는 시래산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20m전방에서
입산객을 기다리고 있는 시래산 쉼터 정자 쪽으로 이어진다.
이내 사각의 지붕을 이고있는 정자를 만나게 되는데,지맥의
방향은 정자 좌측의 내리받이 산길로 꼬리를 잇게 된다.
그러나 산객은 정자를 지나쳐서 맞은 쪽으로 난 완만한 내리받이
산길로 들어선 것이다.5분여의 시간이 흐를 쯤에 가서야
내 앞 뒤로 동료들이 아무도 없음을 알아채고 혹시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솟아나는 것이다.
이 의구심을 해결하려면 조금 전의 정자쉼터로 되돌아가야만
상황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가 있지싶다.정자쉼터로 다시 올라와
주변을 살펴보니 정자에서 곧바로 좌측(동쪽)으로 내려서는
내리받이 산길이 보이는 게 아닌가.그 때에도 다른 동료들의
모습은 앞 뒤로 보이지 않고 있다.내가 '알바'를 하는 동안 다들
앞 서 간 것일 거라 여기며 서둘러 잰걸음을 친다.
그러나 이 내리받이 산길은 이내 잡목들이 등천을 하고 길 바닥은
바위투성이다. 제 대로의 산길에 의구심이 또다시 드는 게 아닌가?
한 번 의심은 또다른 의구심의 씨앗이 된다고 했던가?
다시 쉼터정자로 올라가서 지맥의 산길에 대한 의구심을 밝혀내야
속이 시원할 것도 같다.이 무렵쯤이면 휴대하고 있던 GPS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그러나 도둑을 맞으려면 내 내 잘 짖던 개도 안 짖
는다 하지 않았든가,GPS를 열고보니 건전지는 이미 방전이 된
상태이니 부지런히 건전지를 갈아끼우고 기계의 도움을 받아본다.
지금의 내리받이 산길이 제 대로의 지맥의 산길임을 표시하는
붉은 색 안내금이 꺼떡거린다.
거제시 전경
이러구러의 곡절 끝의 내리받이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며 나 있는
임도로 산객을 안내한다.
임도 건너 맞은 쪽 길섶에 '우두봉 등산로 안내'입간판이 세워져
있다.완만한 오르막 산길을 올려치면 붕긋하고 다소 밋밋한
멧부리에 닿게 된다.해발 330m의 우봉산 우두봉 정상이다.
사각의 지붕을 이고있는 정자와 산불초소가 격을 두고 자리하고
있다.그리고 등하행 산길이 양 측으로 나 있는데,오량마을(좌측)과
거림마을(우측)로의 등하행 산길인 게다.그러나 긴 여정과 칠흑의
어둠 속이라 우두봉에서 지근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우봉산의
둔덕기성을 살펴 볼 기회를 놓친 것은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7세기 신라시대에 처음 쌓은 이 성은 신라인의 축조수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지이며,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현문식 구조인 동문지와
성벽둘레가 대략 526m에 최고높이가 4.85m에 이르는 석성이다.
가근방의 사등면과 둔덕면의 경계가 되는 우봉산에 위치하고 있다.
우두봉을 뒤로하고 고만고만한 붕긋한 봉우리 두엇을 넘어서서
다시 한번 올려치면 해발 411m의 할미봉인데, 이 봉우리도 별
특징이 없는 조금 전의 멧부리와 다를 게 없는 봉우리이다.
산길은 또다시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를 만나게 되며, 임도를
가로질러 치받이 산길을 올려쳐서 어슷비슷한 멧부리를 두엇
넘어서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해발 420m의 명등산 정상이다.
명등산을 뒤로하고 완만한 내리받이 산길을 내려서면 사등면의
지석리와 둔덕면 상둔리 사이의 임도인 둔덕고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무명봉 하나를 넘어가면 맞닥드리게 되는 2차선 차도(9번)
가 넘나드는 고개,개금치이다.
옥포만
개금치 언덕배기를 가로질러 완만한 치받이 산길을 올려치면
소나무들이 소사나무 일색의 그늘을 벗고 비교적 울창하게
자리하고 있는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해발 452m의 백고봉(白高峰)
정상이다.백고봉을 오르고부터 먼동이 트이기 시작한다.
렌턴의 도움없이도 산길을 이어 나갈 수 있겠다.백고봉을 내려서서
봉분이 납작한 묘지를 지나고 가파른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해발495m의 백암산 정상이다.두동마을(좌측)과 언양고개(우측)
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저 멀리 거뭇한 실루엣을 그리는 게룡산의 주능선 위로 엷게 띠를
두르고 있는 희뿌연 구름을 젖히고 솟아오르는 붉은 아침 해가
시나브로 천지를 굽어 밝히기 시작한다.크고 작은 돌들이 더미를
이루고 있는 멧부리,그 한복판은 장정 서넛은 충분히 자리하고도
남을 구덩이가 공간으로 남아있다.옛 산성의 흔적은 아닐런지.
엄장한 바위들이 울멍줄멍한 산길을 지나고 거뭇한 그늘의 편백의
그늘을 지나면 범강장달 같은 송전철탑 밑도 지나간다.
완만한 내리받이 산길이 한동안 이어진다.산길 오른 쪽으로 녹이
벌겋게 슬어있는 철조망이 산길을 같이 한다.지맥의 산길은 머지않아
그 철조망을 넘어서 낙엽이 수북하게 내려앉은 산길을 따르게 된다.
재선충병의 확산방지를 위한 소나무 벌목더미를 초록비닐로
잔뜩 싸맨 행색의 더미들이 산길 이곳저곳에서 자꾸 눈에 띤다.
김해김가의 묘지를 뒤로하면 곧바로 삼거리 차도로 내려서게 된다.
팔골재다.팔골재에서의 지맥의 방향은 맞은 쪽(동쪽)의 차도를
따라야 한다. 그쪽의 차도 우측 어귀에는 '거제뷰컨트리클럽'
이라고 하는 골프장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차도 초입의 우측으로 올려다 보이는 지맥의 산줄기는 반 쯤은
절개되어 있으며 어렵사리 남아있는 작으마한 등성이에는 그나마
송전철탑이 차지하고 있다.내처 차도를 따른다.
거제시와 대우조선해양(주)
지맥의 방향으로 송전철탑도 함께 동반이 된다.머지않아 인도에서
좌측으로 양회임도가 나 있는 어름에 좌측으로 지맥의 산길이 눈에
들어온다.숲으로 들어가자 마자 송전철탑 밑을 거푸 지나가게 되며
초록비닐더미가 자주 목격이 되는 완만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우측
아래로 골프장의 누런 잔디밭이 내려다 보인다.
송전철탑과 함께하는 지맥의 산길,송전철탑 세 개를 지나가는 동안
산길은 진달래와 철쭉들의 잔가지들이 등천한 산길이다.
우측 저 편 산기슭으로는 흰색 바탕의 고층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처럼 자리하고 있다.
산길은 양회임도로 내려서게 되며, 그 임도는 이내 짙은 그늘을
드리운 편백나무의 호위를 받게 된다. 고즈넉하고 완만한 편백의
오르막 임도는 여러가지 운동기구들이 구석구석에 갖춰있는
공원쉼터로 이어지고 울창한 편백나무 그늘 아래에는 2~3인용의
비스듬한 등의자가 곳곳에서 입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허우대가 범강장달 같은 편백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는
산림욕장을 벗어나면 송전철탑 밑도 지나가게 된다.
계룡산이 2.0km의 거리에 있음을 알리는 산행안내 이정표가
나타나면서 숲은 이제 계룡산의 품으로 들어섰음을 웅변한다.
크고 작은 돌들의 돌사닥다리 산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소사나무 일색의 숲 길이 이어지고 간간이 너럭바위의 전망대가
산객의 발길을 잡는다.거제읍의 시가지와 삼성중공업의 광범위한
산업현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거제만의 그림 같은 모습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오르막 산길 저 위 능선으로 팔각정이 빤히
올려다 보인다.누렇게 물 든 억새와 잡풀로 뒤덮혀 있는 헬기장
행색의 공터를 지나고 구불거리는 몸짓과 뒤틀린 허리의 소사나무
숲 길을 올려치면 산길 좌측의 벼랑 같은 절벽 위에 자리한
팔각정에 이르게 된다.
사방팔방의 조망은 눈이 부시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저 멀리 거가대교에서 바로 발치의 거제시의 주요 시가지와
산업현장 그리고 수많은 거제의 멧덩이들 그리고 다도해의 경색이
한점 빠짐이 없이 조망이 된다.공설운동장 쪽과 동물농장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있는 해발 434m봉을 지나면 산길은 이제 본격적인
암릉의 산길이 된다.크고 작은 바위들이 너덜겅을 이루고 있는
능선길,엄장한 바위들의 삐죽 솟은 암봉에는 철계단이 오름과
내림을 돕고 있다.
가파른 바위 벼랑을 계단이 안내하는대로 내려서면 산길은 수더분한
여느 산길과 다름없는 진달래와 억새와 관목들이 어울린 길이다.
그런 길을 따르다가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불쑥 솟구쳐 있는
암봉에 오르게 된다.해발566m의 계룡산 정상이다.정상 빗돌 옆
으로는 펄럭이는 태극기가 걸려있는 깃대도 함께 서 있다.
계룡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이제 언급을 자제해야 되겠다.
조금 전까지 너무 침이 마르도록 주워삼켰으니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야 겠지 싶다. 거제도의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웅자를 드러내고
있는 계룡산은 산 정상의 모습이 닭벼슬과 같이 생겼고 몸뚱이는
용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계룡산 정상을 뒤로하는 등성이도 암릉의 연속이다.기암괴석이
불끈 모로 선 행색으로 산길을 막아서고 있으며 가파른 바위 틈새로
알게 모르게 미로처럼 산길은 이어진다.샘터(좌측50m) 갈림길에서
우측의 비탈길을 오르는 철계단을 넘어서면 대나무 숲과 거뭇한
바위들이 병풍을 펼친 듯이 둘러 친 공터로 불쑥 내려서게 된다.
의상대(義湘臺)라고 불리는 절 터다.이곳은 서기 640년 신라
화엄종의 개조(開祖) 의상대사가 수도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으며 절 흔적으로는 돌담, 샘, 대밭이 있으며,
북쪽에 있는 큰 바위는 의상대사가 장기(將棋)를 두었다 하여
장기바위라 하며 지금도 장기판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선자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맨 우측이 선자산)
절 터를 뒤로하면 곧바로 거제시청(좌측)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지나가게 된다.세 개의 통신탑이 세워져 있는
멧부리,그들의 위세에 존재감마져 사라질 위기의 산불초소가
왜소하게만 여겨진다.산길은 이제 빤히 내려다 보이는 허물어진
통신대 건물이 자리한 안부로 내려서는 내리받이다.그곳으로
내려서기 직전의 우측으로 데크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다.
망원경 두 대가 입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전망대에서의 조망은
거제면 시가지와 거제만 그리고 해가 넘어가는 쪽으로의 다도해
풍경이 한폭의 진경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이 화려하다.
전망대를 벗어나면 곧바로 허물어진 잔해의 석축건물 앞에 서게
된다.맞배지붕의 돌집은 지붕은 흔적없이 사라졌으며 출입구와
창문도 없어지고 장방형의 벽채만 남아있는 행색이다.
이 허물어진 건물은 6.25한국전쟁 당시 포로의 관리를 위한 통신대
건물의 잔해인 것이다. 서넛의 사내와 아낙들이 그 안에서 음식과
생수병을 수북하게 쟁여놓고 천막을 설치하려는지 분주하다.
마침 배낭에 준비한 식수가 바닥을 들러내고 있어서 내심 불안
했는데, 여러 통의 생수를 보니, 꽃 본 나비 물 본 원앙 아닌가.
사실은 이들이 도심의 인근 등산로에서 흔히 보아 온 간편식과
음료수를 판매하는 장사꾼들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한 젊은 아낙에게 생수 한 통만 팔라고 주문을 하게 된
거다.그랬더니 그 옆에서 천막을 치느라 분주한 사내가 "아지메!
저 분에게 물 한컵 드리소!" 하는 게 아닌가.그래서 나는 대뜸
저기 있는 "저 물 한통 팔라니까요!" 그러자
그 아낙은 "저건 파는 게 아닌데..."하며 우물쭈물 거린다.
그런 중에 그 옆의 또다른 한 아낙이 2리터짜리 생수통의 마개를
따고 종이컵에 물을 따르려니까 또 한 사내가 한 소리 더 보탠다.
"아지메 저기 있는 통 안의 것을 퍼드리소!"하는 게 아닌가.
그녀가 듬뿍 떠서 권하는 물을 냅다 목에 털어붓고나니 입안에
달달한 기가 넘쳐 나는 게 아닌가,"며칠 전에 저희들이 채집한
고로쇠물이라오, 한 잔 더 드시겠느냐". 듣던 중에 제일 반가운
말씀이고 감지덕지 아니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저 아래가 고자산치
사실 이들은 가근방의 주민들로 오늘은 관계하는 산악회의 시산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란다.그러한 이유를 모르고 생수 한 통 팔라고
졸라댄 게다.어쨋든 목도 타고 배낭의 물은 바닥을 보이는데 이게
웬 떡이냐 싶다.체면불구 두어 잔의 고로쇠물을 얻어 마시고
인사치례까지 단단하게 치루고 그곳을 떠난다.밑천이 궁하면
마음은 더 한층 초조해지기 마련이다.식수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갈증은 꿈틀거리게 마련인 거다.
그곳을 뒤로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고로쇠물이 효험을 직방
으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울멍줄멍한 바위 봉우리를 한 차례
넘어서면 빤히 고자산치가 내려다 보인다.그 고자산치를 눈안에
가득담고 내려서는 산길이 된다.비교적 널찍한 내리받이 산길가
에는 누런 억새가 옛 영화의 추억에 젖어있으며, 거제만에서
불어오는 봄을 재촉하는 명주바람에 진작에 꽃잎을 날려보낸
억새들이 마른 몸을 자꾸 뒤척거린다.
삼거리 임도가 엇갈리며 넘는 고자산치,지맥의 방향의 산길 어귀의
양 쪽으로 사각 지붕의 정자와 팔각정자가 지친 입산객들을 제각각
기다리고 있다.거제면 소재지에 위치하고 있는 거제여상(우측) 쪽과
신현읍 용산마을(좌측)로의 등하행 산길이 교차하고 있는 고개인
게다.맞은 쪽 직진 방향으로 선자산(2.0km)을 가리키는 이정표의
손짓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그런데 웬 걸, 연두빛 울타리가 앞 길을
막아서고 있는 게 아닌가,그 울타리는 가운데 출입문을 포함하여
10여 미터에 불과한 넓이로 설치되어 있으니, 울타리를 좌우 측
어느 곳으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드나들 수 있겠다.
그렇게 울타리를 넘어서면 넓은 초지나 다름없는 평야의 들판의
사잇길을 가로지른다.중간에는 헬기장도 눈에 띠는 길이다.
산길 우측으로 큼지막한 마름모 꼴의 화강암이 보인다.
앞 면에는 '통일기원국조단군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걸
보면 이 마름모 꼴의 화강암의 상단에는 단군상의 좌대인 셈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좌대석만 물때가 끼기
시작한다.물때를 보면 상당 기간 이러한 상태로 지내 온 게
분명하다.
단군상의 좌대석을 지나가면 붉은 색 금줄이 산길을 다시 가로막고
있다.울타리 금지막이,붉은 띠의 금줄이 연이어 앞을 막아서고
있는 셈이다.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싸리나무들만의 숲 길 오르막을
올려치면 2층누각 형태의 팔각정이 자리잡고 있으며, 상문동
(좌측2.0km)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준비되어 있는 해발 440m의
전망대 봉에 오르게 된다.거제지맥 만을 따르고자 한다면 좌측의
상문동으로의 하산길로 접어 들어야 한다.그러나 이곳까지 다가와서
선자산 정상을 다녀오지 않을 수 없지싶다.이곳 전망대봉에서
선자산 정상까지는 1.0km이니 왕복 2.0km의 거리이다.그렇다면
30~40분의 발품을 보태야 한다는 계산 아닌가.
모양도 어슷비슷하고 높이도 비등비등한 멧부리를 너덧개는
넘어서야 올라 선 해발507m의 선자산 정상,여지껏 지나 온 게룡산
에서 이곳 선자산까지 구불거리며 기다랗게 이어진 거뭇한 빛깔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인증샷을 부리나케 마치고 선자산
멧부리를 뒤로한다.이제는 전망대 삼거리봉으로 되돌아가서
상문동 방면으로 접어들어 지맥의 산줄기를 따라야 하는 거다.
상문동을 가리키는 산행안내 이정표가 가리키는 가파른 산길을
짓쳐 내려선다.가파른 경사의 비탈길을 내려서면 산길은 시나브로
완만한 산길로 바뀌어 나간다.여러 운동기구들이 갖춰있는 쉼터를
지나면,산길 우측으로 벌겋게 녹이 잔뜩 슬어있는 철조망이 계속
산길을 따라오고 있다.지맥의 산즐기는 우측의 녹슨 철조망을
넘어서 이어지고 머지않아 다시 철조망을 빠져 나오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그리고 철조망 주변으로 쇠똥들이 즐비한 곳도 지나가게
된다.우측 산비탈의 일정한 울타리 안의 축사 주변에 소들이 떼를
이루고 얼쩡거린다.녹슨 철조망 안은 소 사육 목장인 거다.
철조망을 가운데 두고 들락거리며 이어나가는 지맥의 산줄기는
철조망이 어느 틈에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차량들의 엔진음이
귓전에 들려오기 시작한다.지맥의 산길은 2차선 차도(1018번)의
급경사 절개지를 고정로프에 의지한 채 내려서게 된다.
배합치다.좌측은 거제시와 신현읍 방면이고 우측의 방향은
일운면과 동부면 쪽이 된다.차도가 급하게 휘감으며 오고가는
배합치 언덕배기에서 지맥의 산줄기는 차도 건 너 편에 보이는
양회임도를 따르면 된다.
양회임도 좌측의 산자락에는 밀양박가의 묘지가 보이고 좀 더
올라가면 양회임도가 두 갈래로 나뉘어 지는데 좌측의 임도
좌측으로 곧바로 숲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보인다.지맥의 산줄기는
그 길로 들어서야 한다.들머리 초입부터 산길은 간벌목들의
나무토막들이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오르막이다.치받이 오르막
산길은 끊임없이 비탈길을 내놓으며 인내심을 저울질 한다.
바닥을 보인 식수를 보충해준 동행하는 젊은 청년(나이가 39살
이라고 했다)도 인내심의 바닥을 보이고 나도 역시 그와 다를 게
없다.숲은 소사나무와 참나무 등이 거개의 숲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듬성듬성 허우대가 범강장달 같은 노송들이 우쭐거리는
산길이다.
대우조선해양
긴 오르막의 치받이 길은 결국 주능선 삼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
지맥의 산줄기는 우측의 고래등 같은 능선을 따라야 한다.
평지의 길로 여겨질 만큼 능선은 둔중하고 펑퍼짐하다.머지않아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는 좌측의 산길을 따라야
한다.우측은 북병산 방면이 된다.좌측의 산길을 따르면 곧바로
사거리 갈림길과 맞닥드리게 된다.사거리 갈림길 한켠에는 사각의
지붕을 얹은 정자가 산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지맥의 방향은 맞은 쪽의 직진 방향이 되고, 좌측의 방향은 국사봉과
대금산 방면의 산길이며 우측의 산길은 북병산 쪽이 된다.
직진의 방향인 옥녀봉으로의 산길은 초장부터 달구지길이나 다를 게
없는 비교적 널찍한 산길이다.숲은 소사나무 일색에 참나무 등이
참여를 한 숲이라고 할 수 있겠다.산길을 얼마 따르지 않아서 산길
오른 편의 비탈진 기슭으로 팔각정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장승포와 일운면 일대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각정을 뒤로하면 이내 삼거리 갈림길이 나 있는 헬기장 같은
공터로 들어서게 된다.아주동(좌측)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헬기장 같은 공터 삼거리이다.
긴 의자 너덧 개가 놓여 있으며 간단한 운동기구까지 갖추고 있는
쉼터를 지나면 산길은 누런빛의 거적이 카펫처럼 깔려있는 산길로
행색이 바뀐다.그런 카펫의 대접을 받아가며 비탈길을 오르면
누런 잔디로 뒤덮힌 헬기장을 지나간다.그리고 돌니가 잔뜩 박혀있는
치받이 오르막을 더 올려치면 아주동(좌측)과 소동마을(우측)로의
등하행 산길이 서로 엇갈리는 사거리에 이르게 되며, 그 사거리를
뒤로하면 2층 누각의 행색의 팔각정으로 드디어 오르게 된다.
팔각정을 지나고 산불초소를 거치면 바로 해발554.7m의 옥녀봉
정수리에 오르게 된다.
바로 발치에는 대우조선해양의 거대한 산업현장이 꿈틀거리고
옥포만을 끼고 있는 들쑥날쑥한 해변가가 시원하고 아름답게
부감이 된다.기름하고 밋밋한 유선형의 날렵한 멧부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통신철탑들이 너덧 개씩이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로 1910년 5월에 설치한 대삼각본점이
정상 빗돌 우측 편에 자리하고 있다.
대삼각본점을 지나가면 KBS장승포 TV방송 중계소 철탑이 마치
미니 에펠탑처럼 세워져 있다.지맥의 산길은 중계소 직전에서
오른 쪽의 가파른 내리받이로 이어진다.
내리받이 산길은 두모와 관음암 쪽이다.경사가 가파른 내리막
산길에는 통나무 기둥에 굵직한 로프 두 줄이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산길 바닥은 크고 작은 돌들이 단단하게 박혀있는 돌사다리
길이라고 할 수 있다.관음암과 소동마을(우측1.3km)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 있는 갈림길,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을 가리키는 두모와 옥림
아파트 방면(3.6km)이 된다.완만한 내리받이 산길을 내려서면
사각의 지붕을 얹은 정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노송들이 그윽하게
솔향을 내뿜는 산길을 따르면 큰 바위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암봉의 곁을 지나간다.
산길 좌측아래로 대우조선의 광활한 산업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암봉과 행색이나 거죽이 어슷비슷한 암봉의
곁을 겊 지나치면 사거리 안부에 이르게 된다.
아주동(좌측)과 옥림리(우측)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사거리,
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으로 이어진다.꺽다리 노송들이 우쭐거리는
완만한 산길,산길 오른 쪽의 산기슭에는 공동묘지가 닦여있다.
공동묘지 앞에 세워놓은 입간판을 들여다 보니 관송동우회의
곧동묘지인 게다.
옥녀봉 봉수대
널찍하고 완만한 오르막 산길을 따르면 운동기구가 갖춰진 쉼터를
만나게 되며, 쉼터를 가로질러 비탈을 더 올라서면 해발226m의
멧부리에 설치한 거제 옥녀봉 봉수대에 닿게 된다.
거제 옥녀봉 봉수대,경상남도 시도 기념물 제 129호의 이 봉수대는
직경이 10~20m의 3단 석축과 4m높이로 설치가 되었으며,조선
전기인 15세기 무렵 왜구를 감시할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봉수대를 넘어서면 삼거리 안부에 이르게 되는데,대우조선 동문
(좌측)과 마전동(우측)으로의 산길이 엇갈리는 삼거리 안부다.
이곳에서는 좌측의 산길을 따라야 한다.어귀에는 사각의 정자도
나무 그늘아래에서 입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승포항
다듬어진 산길을 따르고 난간까지 설치되어 있는 산길도 걷게 된다.
울창한 대나무 숲과 편백나무들이 드리운 짙은 그늘 속을 빠져
나오면 아름다운 코발트빛 바다와 장승포항의 그림 같은 경색이
한눈에 들어온다.차도로 들어서게 된다.그 차도의 좌측을 곧장
따르면 이내 두모교차로에 이르게 된다.교차로를 가로질러 건너
가면 우측의 2시방향으로 뻗은 차도를 줄창 따르면 능포항에
이르게 되며 남겨진 산길을 아금받게 이어나가려면 교차로를
건너가 좌측으로 이동을하여 혜성중고교 정문을 통과해야 한다.
혜성중고교 정문을 들어서서 좌측의 중학교 방면으로 발길을 돌려
교정을 조용히 빠져나가서 곧바로 맞닥드리는 임도 오르막을
오르면 저만치 오른 편에는 통신철탑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장승포
배수지가 자리하고 있다.직전의 삼거리에서 좌측의 길로 접어들면
널찍한 공터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서도 좌측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머지않아 산불초소와 예전에 산불초소가 위치하고 있던
높다랗고 낡고 녹이 슨 을씨년 스러운 철구조물을 만나게 되며,
산불초소를 뒤로하면 공동묘지를 가로지르게 된다.이때에도 좌측의
길을 거푸 따라야 한다.협성봉으로 향하는 산길이 있는 삼거리
갈림길,우측의 산길을 따라 100여 미터 완만한 치받이 길을 오르면
해발187m의 어수룩한 협성봉 정상이다.
다리에 힘은 빠진 기색이 역력하고 목은 타들어 가는데 산행을
마쳐야 하는 예정된 시간은 점점 다가 온다.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카메라의 축전용량도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
조금 전의 갈림길로 부지런이 되돌아와 내리받이 산길을 따른다.
아파트를 비롯한 능포동의 시가지가 빤히 부감이 되는 내리받이
산길,이윽고 내려선 2차선 차도,옥수동 고개다.
곧장 차도를 가로질러 차도 건너 편으로 숲으로 드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양지암등대길'의 입간판이 세워진 아파트 뒤편의 산길을
따르면 통나무 계단이 오르막을 이끌고 여러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는 쉼터를 만나게 되며 쉼터를 뒤로하면 능포봉수대로 향하는
널찍한 길을 따른다. 200~300미터가량 이동을 하면 시원한 조망이
기다리고 있는 정자에 이르게 되며 석축의 능포봉수대에 닿게 된다.
능포항과 돌고래상
봉수대는 십여 평의 평평한 공터를 50cm 높이의 석축이 둘러쳐져
있으며,한복판에는 삼각점이 태연스레 자리하고 있고 그 옆으로는
럭비공 모양의 작으마하고 매끈한 바위도 세워져 있다.
능포 봉수대,느태뒷산 해발 150m고지에 위치한 이 봉수대는 멀리
가덕도와 대한해협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왜구의 침입과 해안경비
변방상황을 감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봉수대 우측의 산길을 따르면 곧바로 포장임도에 이르게 되며,
이러구러 도로를 부지런히 따르면 능포주민센타의 곁도 지나가게
된다.이윽고 왕복 4차선 널찍한 차도에 이르게 된다. 캔맥주라도
냅다 한 잔 들이키고 싶은데 마땅한 가게가 눈에 안 띤다.
인도를 따라 좌측으로 좀 더 이동을 한다. 저만치 편의점이 번쩍
눈에 띤다. 타는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맥주가 벌컥벌컥 술술
넘어간다. 돌고래 두 마리가 수면 위로 점프 시합을 벌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그리고 코발트빛의 아름다운 능포
앞바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양지암 등대길을 내내 안 따른 미련은
남아 있지만 지루하고 긴 숨가뿐 여정을 여기에서 마치기로 한다.
거제지맥 동서종주 36.5km의 피날레의 장소인 거다(15시40분).
젊은 산우의 식수도움에도 불구하고 타들어가는 갈증은 긴 산행
으로 인한 탈수가 원인임을 숨길 수 없겠다.
예정된 귀경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지친 산꾼들을 태운 버스가
능포항을 떠난 시간은 오후 5시쯤이 될 거다.
갈증을 달래기 위하여 캔 맥주를 들입다 부은 탓인가,긴 산행으로
지쳐있기 때문인가,혼곤하게 쏟아지는 졸음에 눈꺼풀은 순식간에
힘을 잃어간다. (20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