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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재~성덕산~차일봉~모후지맥분기점
~대명산~불노치
등산에 미친 사람이라는 눈총을 허구한 날 받아 온 터라 이참에
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취미활동 수단으로서의 등산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자랑을 하자니, '자랑'의 본색을 좀 알아
둘 필요가 있지싶다.자랑이란 속내를 가만히 살펴보면,
자랑이라고 하는 출구가 없으면 여행이고 취미활동이고 두루
두루 뒷맛이 썩 개운치가 않은 법이다.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동안의 취미활동에 대한 성과(대개는 부풀린)를 입으로
쏟아내야 한다.그것도 적당히 부풀리면 더욱 개운하다.
음식을 먹으면 제때 듬직하게 배출을 시켜야 속도 마음도
편해 지듯이 말이다.그런 연유로 자랑을 박자를 맞추어 추임새를
보내준다면 여행이나 취미활동에 빠진 자랑의 주인은 더 한층
용기가 백배하기 마련이라 하던 짓거리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이처럼 등산을 비롯한 여타의 취미활동에는 소아적인 천진함이
숨어있으며 어리석고 미련맞은 구석도 함께 내장되어 있는
거다.아무튼 각설하고 눈총에대한 맞대응이나 해보자.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첫 번째로 꼽는 숫자가 여느 취미활동의
숫자를 멀찌감치 제치고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의
발표는 꽤나 오래 되었다.수년 전의 조사에서 천만을 훌쩍 넘겼
다고 하니 현재는 아마 2000만 명은 족히 넘어서지 않았나 추정
할 수 있지 않을까.취미활동은 레저나 스포츠 그리고 문화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파생되기 마련인데 등산은 스포츠 분야에서
파생이 된 취미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리재 고갯마루의 경계석
취미활동을 하는데에는 시간과 자금이 필수적인데 등산은 시간과
자금이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한다.대체로 하루 동안의 시간과
비용은 기껏해야 오만 원 내에 불과하고 게다가 한 끼의 식사와
음료까지 제공을 받아가며 취미활동을 누릴 수 있는 분야는 찾아
보기가 쉽지않다.물론 이러한 단체(산악회 등)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즐기는 등산활동의 경우와는 다른 점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다른 여느 취미활동보다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말이 나온 김에 시간과 비용이 제일 많이 소요가 되는
취미활동은 역시 낚시가 수위를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바다낚시
가 그렇다.
한 때는 귀족들의 취미활동이라고 지청구의 대상이었던 골프는
간신히 3위 이하 정도의 순위로 추락을 하였지만 아직도 대중적인
취미활동의 범주에 끼어들려면 한 두 계단 더 추락이 되어야만
대중화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현재도 수도권의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18홀짜리 골프장의 그린피는 15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고,음료와 식대 등의 용돈까지 보탠다면 30만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부드럽게 하루의 취미활동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방의 대부분의 골프장의 그린피는 5~8만원 선이 부지기수
이지만 부대비용을 보탠다면 아직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거다).
이러한 비용이 골프에서는 한 차례의 활동비에 불과하지만
그런 비용이라면 등산은 얼추 열 차례 정도의 취미활동을 즐길
수가 있다.그런 측면에서도 등산은 일반 서민들의 취미활동에
걸맞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어쨋든 일반 서민들의 취미활동
으로서는 등산이 제격이 아니겠는가.주머니가 넉넉치 않은 거개의
보통 서민들의 출구가 빈번하여 속이라도 개운하고 편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취미활동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등산만세다.
-주말인데다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만끽하려는 행락차량들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버스는 예정 된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가르릉 가르릉거리며 가뿐 숨을 몰아쉰다.호남고속도로
상의 옥과나들목을 빠져나와 15번 차도를 따라 옥과천을 건너
남쪽으로 달리면 오산면 소재지 한 가운데를 지나가게 된다.
차도 옆의 초등학교 교정에서 오산면민의 날 축제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지고 있다.2차선 차도 변은 축제행사에 참석한 면민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그곳을 벗어나면 곧바로 단사리 삼거리, 이제 오늘의 들머리인
원리재까지는 이곳 삼거리에서 십리 허에 불과한 거리이다.
곡성군과 화순군의 지경을 이루는 원리재 언덕배기에서 해가
떠오르는 쪽으로 지맥의 산길은 희미하게 얼굴을 드러낸다.
(11시).고개 남쪽의 구역을 관할하는 화순군 북면에서 세워놓은
기름한 생선토막 모양의 빗돌이 눈에 띤다.
'경치좋고 물 맑은 청정 고을, 화순군 북면,어서오십시오, 웰컴'
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어느 사이 우거진 녹음으로 산길은
초록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으며, 녹향의 향기도 그윽하기만
하다.초록의 이파리에 내려앉아있는 여러 식물들의 꽃가루들이
몸이 스쳐갈 때마다 먼지처럼 흩날린다.녹향까지 묻어있는
꽃가루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헬기장과 낡은 산불초소
예상한 것보다 산길은 뚜렷하고 번듯하다.다갈색의 솔가리와
활엽의 낙엽들이 맞춤맞게 내려앉아 있는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올라서면 널찍하게 닦아놓은 헬기장으로 들어서게
된다.좌측 저만치 헬기장 가장자리에 출입문이 떨어져 나간
산불초소가 비루먹은 무엇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지맥의 산길은 널찍한 헬기장을 곧장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받이의 번듯한 산길을 따르다가 불쑥 좌측의 희미한
산길로 지맥은 슬그머니 꼬리를 잇는다.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의 울창함과 허우대가 대부등만한 노송들이 이뤄놓은
숲은 초록의 터널을 이루고 있다.
산길을 가로지르며 누워있는 집채만한 수목들을 넘어서고
허리가 꺾여진 체 지맥의 산길을 가로막아 선 큼지막한 수목
들이 이따금 앞 길을 가로막아 선다.번듯하게 이어지던 지맥의
산길도 이같은 수목들 탓으로 희미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면서 지맥의 산꾼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린다.그렇지만 아직은
견딜만 하다.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싯점이라 다들
기력이 왕성하기 때문이다.산행을 시작하고 첫고등으로 맞게
되는 가풀막진 치받이 오르막, 가파른 오르막 산길에 고정로프가
기다랗게 마련이 되어있다.
여러 종류의 활엽수들이 초록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해발 450m의 무명봉,1985년에 제설된 삼각점이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다.450m봉을 내려서고 다시 한 번 올려친 붕긋한
봉우리에는 갈색의 솔가리가 수북하게 내려앉은 묵묘 1기가
빙충맞게 자리하고 있다.연두빛 이파리들이 이제 초록의 그늘을
짙게 드리운 숲 길은 진달래 등의 관목들도 푸른 잎새로 무장을
하고 숲의 일원으로 당당함을 과시한다.완만한 내리받이 비탈을
내려서면 일곱 기의 묘지가 한 기를 윗대에 모시고 그 아랫대
에는 여섯 기의 봉분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한 아버지의
소생 여섯이 부친인 윗대 묘지 아래에 영면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니던가.
그 일곱 기의 묘지 앞으로는 널찍한 헬기장 외양의 공터도 닦여
있다.다시 가풀막진 치받이 오르막 길,허리가 부러져 산길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비스듬히 자빠져 있는 대부등만한 노송이
산길을 가로막아서고 있으며, 가풀막진 치받이 길에는 고정로프
도 기다랗게 마련이 되어있다.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이에
질세라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의 견제도 만만치가 않다.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 식솔들이 온통 장악한 둥긋한 행색의
멧부리를 넘어서고 뿌리까지 뽑혀서 산길을 가로지르며 누워
있는 거목들이 걸핏하면 나타나서 산객의 발목을 잡는다.
허우대가 범강장달 같은 노송들이 자주 허리가 꺾여 산길을
막아서고 뿌리까지 뽑혀서 산길을 가로막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도 허우대가 끌밋하고 헌걸찬 노송들 대다수가 꾸며 나가는
산길은 풍요롭고 아늑하다.그러한 노송들이 꾸며놓은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해발 643.9m의 성덕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삼각점으로 권위를 부여받은 이 봉우리 주변에는 군사훈련
용의 사각의 입간판도 눈에 띤다.'군사훈련용(훼손금지)'이라고
써 있으며,그 밑으로는 고유번호가 적혀있고 '무명 644고지'
라는 위치 이름도 적어 놓았다.
성덕산 정상을 뒤로하는 완만한 내리받이 산길 주변으로도
허우대가 끌밋한 노송들이 줄을 잇는다.조금 전에 만났던 군사용
의 사각의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입간판에는 '차일봉 삼거리'라고 현재의 위치를 적바림하고
있다.내리받이 중턱의 좌측 편으로 마당바위 전망대가 발길을
잡는다.바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차일봉이 손짓을 하고
흑록의 크고 작은 멧덩이들에 둘러싸인 삼기면 일대가 조망이
되며, 그 뒷편으로는 거뭇한 실루엣의 동악산 연봉들이 아른
거린다.
산길은 어깨까지 차오르는 조릿대의 숲 길이다.조릿대의 숲 길을
지나고 신갈나무 등의 활엽수 그늘을 따라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
치면 둥긋한 외양의 해발667m의 차일봉 정상에 오른다.
온갖 잡목들로 여유공간조차 변변치 못한 차일봉 정상에는
삼각점을 부여받으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유지하고 있는 멧부리
이다.차일봉 정상을 내려서면 온갖 잡목들이 어수선하게 얽혀
있는 안부에 닿게 되는데, 이곳에서 우측으로 뻗어 나가는
나지막한 산줄기는 모후지맥이 된다.그러므로 이 지점이
모후지맥의 분기점이 되는 거다.
모후지맥 분기점을 뒤로하는 산길은 그야말로 '길없는 길'이나
다름없다.간신히 몸만 빠져나가도 감지덕지할 산길이 수두룩
하다.푸른 이파리만의 잡목들은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겠고,
가시를 장착하지 않은 넝쿨들은 장난꾸러기라고 접어 둘 수
있겠다.그러나 개중의 잡목들에는 가시가 덕지덕지 붙어있으며,
넝쿨은 구불구불한 것이 억세고 질긴 데다가 기다란 몸매에
무지막지한 가시까지 장착이 되어 있으니 상대를 해칠 수 있는
무기나 다름없지 않은가.이동 가능한 구멍(?)을 요리조리 들락
날락거리며 '길없는 길'의 미로를 찾아 헤매 듯이 지맥의 산길을
어렵사리 이어 나간다.
'길없는 길'을 애면글면 잇다보면 납작한 봉분의 묘지 1기가
자리한 묘역으로 불쑥 들어서게 된다.그곳을 뒤로하면 산길은
편백나무 숲으로 이어지다가 널찍한 임도 삼거리로 꼬리를
내린다.지맥의 산길은 삼거리 임도에서 좌측으로 조금 이동을
하면 양회임도가 기다리는데 양회임도로 들어서기 바쁘게
오른 쪽 숲으로 접어들어야 한다.언덕같은 봉우리에 오르니
멧부리는 여러 종류의 활엽수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봉우리다.그 무명봉을 내려서서 '길없는 길'이나 다를 게 없
지만 간간이 이어지는 선답자들의 희미한 흔적을 좇아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친다.
다양한 활엽수들이 사위를 둘러싸고 짙은 그늘까지 드리우고
있는 해발 498.3m의 삼각점으로 권위를 부여받은 대명산
정상이다.대명산 정상을 벗어나면 산길은 여전히 산길 한복판에
가로누운 수목들의 잔해가 눈에 띠고 거추장스러운 잡목들과
넝쿨 등의 행티도 수그러질 기미가 없다.잡풀과 고사리 등으로
뒤덮혀 있는 묵묘를 지나고 수그러질 기미조차 없어보이는
'길없는 길'을 기신거리며 빠져 나간다.넌더리를 내며 '길없는 길'
을 간신히 빠져 나오면 매실나무밭이다.
매실밭의 곁을 벗어나면 산길은 수렛길로 들러서게 되며, 비탈진
산기슭에 층하를 두고 자리한 여러 기의 묘지들이 자리하고 있는
묘역의 곁도 거푸 지나치게 된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차량들의 웅웅거리는 엔진소리가
귓전을 울리기 시작한다.저만치 빤히 내려다 보이는 호남고속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인 거다.호남고속도로 너머
진초록의 통명산 멧덩이가 한눈에 들어온다.수렛길은 신축공사
중인 공장 옆을 통과하게 되며, 호남고속도로를 넘어가려면
이제 양회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불노치에 닿으려면 'U'자 형의 행보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회임도 우측으로는 근촌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양회임도를
200여 미터 이동을 하면 22번의 2차선 차도가 호남고속도로
밑을 지나가는데,그 지하차도를 따라 좌측으로 향하면
머지않아 만나게 되는 밋밋한 고개가 불노치이다(15시20분).
호남고속도로와 불노치를 향하는 지맥의 산꾼들
오늘 구간 산행의 일정은 본래 원리재를 들머리로 하여 성덕산과
대명산을 오른 뒤에, 불노치를 뒤로하고 통명산을 넘어 진둔치에
이르는 도상거리 18.5km의 산행이었다.그러나 산길의 대부분이
'길없는 길'이나 다름없는 험로이다보니 산행시간은 그곳을
빠져나가는데 모두 허비한 까닭에 남은 여정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선발대가 불노치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3시20분쯤이 되니
계속 일정을 소화시킨다고 통명산을 넘어 진둔치까지 잇는다면
빨라야 오후 6시쯤이 될 거다.이런저런 까닭으로 불노치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 짓기로 여러 산우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불노치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지맥의 산꾼들이 호남고속도로
육교 밑 22번 차도 변의 널찍한 갓길에서 갈증과 헛헛함을
다스리고 그곳을 떠난 것은 산행을 마치고 한 시간쯤이 흐른
뒤가 된다. (2017,5/13)
(아래)통명지맥 지도2 원리재-불로치(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아래)통명지맥 지도3 불로치-압록(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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