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번도로~노적봉~풍악산~응봉~사라재~비홍재
밤새 비가 내린 탓에 거리는 빗물로 축축하고, 도로의 우묵한 부분이나 파인 곳에는 어김없이 빗물이 고여 있다.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은 잿빛의 거무튀튀한 비구름으로 그들먹하고 일렁이는 바람조차 축축한 기색이 역력하다.이러한 기색은 우리들의 이동베이스캠프인 버스가 중간 기착지인 탄천휴게소에 잠시 머물 무렵에는 잿빛의 비구름이 벗겨지더니 잠깐 동안 햇살을 내보이기도 하며 우리 일행들을 위안하는 것처럼 표정을 바꾸기도 하는 거였다.그러나 막상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745번 지방도로의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우중충한 비구름이 하늘을 잔뜩 도배하고 있는 거였다.
남원시 대산면과 사매면이 경계를 짓고, 두 지역 사이를 교통하는 왕복 2차선의 745번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고갯마루 서편의 전원주택 두어 가구가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9시50분).밤새 비가 내려 습도는 높아 숲은 후텁지근하지만 갈마들며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낙엽이 익는 구수한 냄새와 그윽한 숲의 녹향이 한데 어우러진 훈향이 코를 찌른다.그러한 행색의 다소 밋밋하게 꼬리를 잇는 산길을 따라 20분여의 발품이면 첫고등으로 오르게 되는 아름드리 노송 두어 그루와 신갈나무 등이 엄부렁하고 납데데한 멧부리가 해발259.1m봉이다(10시9분).
해발259.1m봉 오르는 길
259.1m봉을 뒤로하면 대산면 길곡리 심곡부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북쪽의 사내면 계수리 계동마을 사이를 넘나드는 사거리 안부로 이어지고,다갈색의 축축한 가랑잎의 산길을 따라 2,3백 미터쯤의 발걸음이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임도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이 임도 역시 조금 전의 안부 고갯길처럼 두 지역 사이를 잇는 임도이다. 임도를 곧장 가로지르면 다소 긴 오르막이 기다린다.기온은 과히 높지는 않지만 워낙 습도가 높아 헐떡거리는 소리는 분주한 대장간의 풀무소리처럼 요란스럽고 팥죽땀은 밑빠진 물항아리에서 물이 새듯 줄줄거린다.
애면글면 가파른 치받잇길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노송 서너 그루가 지키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에 이르고,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주는 그 멧부리를 뒤로하고 다시 한 차례 더 가풀막진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널찍한 헬기장이 차지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가 산객을 기다린다.해발 567.7m의 노적봉(露積峰) 정상이다(10시53분).노적봉 정상에 올라 잠시 목을 축이려니 갑자기 소낙비처럼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닌가.그러나 이 비는 산객들을 시험한 지나가는 비에 불과한 것으로 1분도 채 안 되는 순간에 법석을 부리다가 제풀에 사라지는 거였다.
이러한 잠시의 해프닝을 격은 노적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지고, 그 반대 쪽의 산길은 이곳에서 3.4km쯤 떨어져 있는 '혼불문학관'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다.혼불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노봉마을 입구에 있으며,남원시 사매면 대신리 상신마을과 서도리 노봉마을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고향이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청암부인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혼불을 읽은지는 꽤 오랫적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가물거리지만 일제 강점기의 탄압 속에서 모진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모습을 청암부인이라는 주인공의 주체적인 의지 속에 승화시킨 작품이다.
혼불문학관으로의 등하행 갈림길이 있는 노적봉 정상을 뒤로하면 꺼뭇꺼뭇한 물때가 덕지덕지하고 울퉁불퉁한 바위들의 암릉이 기다린다.산길은 바위들 사이로 미로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어지고, 이동이 위험스러운 곳에는 데크를 이용한 안전설비가 마련이 되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노송과 바위들이 한데 어우러진 암릉은 한동안 꼬리를 잇는다.암릉 좌측은 천길단애를 이루고 있어 조망이 시원스럽다.남북을 잇는 전주-광양간 고속도로와 동서를 잇는 88고속도로가 교차하는 남원분기점이 한눈에 부감이 된다.
끌밋한 노송들과 집채만한 바위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시원스러운 조망까지 즐길 수 있는 암릉길은 머지않아 가파른 오르막을 내놓으며 산객을 몰아세운다.팥죽땀은 여전하게 줄줄거리고 헐떡임은 휘모리 장단으로 치닫는다.줄줄 흘러내리는 팥죽땀을 연신 닦아가며 헐떡헐떡 가풀막진 치받잇길을 애면글면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 604.8m의 풍악산(楓岳山) 정상이다(11시53분).붕긋 솟구쳐 있는 정수리 주변에는 헬기로 운반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산길 안전시설을 위한 설비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마른 목을 흥건히 적시고 가뿐 숨을 가다듬고 나서야 비로소 풍악산 정상을 뒤로한다.10분여의 발품이면 넙데데한 해발577.2m봉이고,좌측으로 신계리 마애여래좌상(800m) 쪽으로의 등하행 갈림길을 거치고 길쯤한 해발521.9m봉을 넘어서 한 차례 가파른 치받잇길을 좀더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널찍한 헬기장이 조성이 되어 있는 멧부리가 해발 525m의 응봉(鷹峰) 정상이다(12시28분).팥죽땀을 엄청나게 흘렸으니 그만큼 갈증도 잦을 테다.마른 논에 물 흘러들 듯이 마른 목을 적시고, 참외 하나로 헛헛함을 달랜다.
응봉 정상의 헬기장
응봉 정상의 이정표
고사리밭 같은 헬기장의 응봉 정상을 뒤로한다.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비홍재까지의 남은 거리는 5.5km라고 귀띔을 하는 검은 색의 이정표가 길목에서 안내한다.완만한 내리받이 우측은 광범위한 골짜기가 온통 벌목지대다.그러한 행색의 벌목지대를 우측으로 끼고 이어지는 산길은 머지않아 다시 울퉁불퉁한 바위들과 노송들이 한데 어우러진 암릉을 내놓는다. S 자 모양으로 몸을 잔뜩 뒤틀며 요염을 부리는 노송이 있는가 하면 기골이 장대하고 몸매가 끼끗한 노송들이 한데 어우러져 등성잇길을 풍요롭게 꾸미고 있는 산길이다.
그러한 행색의 산길은 해발486.8m봉으로 이어지고,486.8m봉을 뒤로하고 끌밋한 노송들만의 납데데한 멧부리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산길은 머지않아 순창군 동계면 수장리 상의령(1.7km) 방면으로의 삼거리 갈림길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 금세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우중충한 날씨로 인하여 숲은 사뭇 어두워진 느낌이다.어둑한 느낌의 산길은 머지않아 정수리 한복판에 2001년에 복구한 삼각점(남원302)이 아직까지도 번듯한 해발 422.4m봉으로 산객을 안내한다.
사라재
사위는 비구름으로 어둑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온몸은 진작에 땀으로 뒤발이 되어 축축하니 시원한 소낙비가 쏟아진다 해도 섭섭할 것은 없을 테다.산길은 걸출한 노송 너덧 그루가 지키고 있는 붕긋한 해발 388m봉에서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산객을 아금받게 안내한다.곧게 꼬리를 이어나가던 산길이 갑자기 좌측 9시 방량으로 급커브를 그린다.길목에 검은색의 산길안내 이정표가 비홍재까지의 거리가 2.0km라고 알리고 있다.산길은 곧바로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남원시 대산면 풍천리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북 방향의 대강면 풍산리 사이를 넘나드는 고갯길, 사라재다(13시45분).
안부 사거리 고갯길 사라재를 뒤로하면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다.예전에는 임도였던 모양이다.이러한 행색의 수렛길을 따라 해발322.6m봉과 해발374.5m봉의 7부능선쯤을 차례로 넘어서게 된다.선답자들도 죄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던 모양이다.산길은 경주김가와 김해김가의 묘역의 곁을 차례로 지나고 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고갯마루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남원시 대강면 풍산리와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남동 쪽의 대산면 풍산리 사이를 교통하는 21번,24번 국도가 힘을 합쳐 넘나드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해발 275m의 비홍재다(14시20분).
비홍재에서 우리들의 이동베이스캠프가 진을 친 지점은 좌측 방향인 대산면 풍산리 방면으로 500여 미터쯤의 도로 우측의 여유공간이다.하늘의 낯색은 여전하게 우거지상이다.축축한 바람이 일렁거린다.바람은 언제나 변화를 먹고산다.미상불 비를 몰고 오지 않는가.그러나 뒤풀이 오찬을 즐길 짬은 남겨두고 있으니 다행스럽다.산행을 한창 할 때는 비가 억수로 퍼붓다가도 막상 산행을 다 마치고 나면 내둥내 내리던 비는 긋고 날씨는 개어 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정반대의
기상현상을 보이고 있는 거였다.한 시간쯤이 흐르고 난 뒤 그곳을 벗어나니 거센 바람을 동반한 빗줄기가 차창에 무수한 빗금을 긋기 시작한다. (산행거리;13.2km. 소요시간;4시간30분) (2022,6/23)
(아래)천황지맥 지도4 745도로-비홍치(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