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토종주 560km를 다녀와서
언제 부터였을까
종단이란 꿈을 갖게 되었고
그 꿈은 날이 흐를수록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2년 전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도전 하였으나
결과는 참패....
그렇게 차를 타고 오는데 눈물이 한없이 흘렀고 ... 그게 상처로 남을 줄은 몰랐다.
13년 622km 종단을 하는데
실패가 큰 도움이 되었으니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맞는 것 같다.
2년 전 왔던 길을 다시 가면서
만감이 교차 한다.
올해는 기필코 .....
누구도 경험치 못한 자전거 길과 늘어난 거리 ... 그리고 행운의 스테이지 런
도움이 될지
오히려 부담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행운처럼 느껴지니 약간 신나는 느낌도 들고 ...
태종대 모텔
오리엔테이션때 주자의 안전을 유독히 강조 한다.
참 잘하는 일이다
완주가 아무리 소중한들 사람 목숨보다 소중 하겠는가
처음 하는 스테이지 런이지만 정말 잘하는 일이란 생각에 박수를 보내본다.
4시간의 휴식이 생명을 지키는 시간 이라면 재워서 보내는 선택은 옳은 결정이다.
6일 태종대 전망대 앞에 섰다.
비가 별거냐
주자보다 많은 응원 부대가 함께 있다.
모두의 완주를 바라는 간절한 응원의 메시지들이 전해진다.
경인이를 비롯하여 부산친구들 ... 창원 친구들
멀리 경기광주에서 김철용 선배님도 와계시고 .. 병천이도 나건호에게 쥐마클 모자를 씌어 주겠다고 내려왔다.
출발 카운트가 시작되고
그렇게 560km의 여행이 시작 되었다
경인이를 비롯하여 쥐마클 친구들이 동반주에 나섰다
영도다리까지 함께 뛰니 작은 거리가 아니다
고맙다 부산 친구들 ....
한참 허기를 느낄 때 강서구청 위에서 죽과 수박화채를 들고 응원 나온 원구를 비롯하여
태성이외 여러 친구들 ... 고맙다
솔직히 힘도 들고 어디든 앉고 싶은 생각뿐인데 약속장소에 도착해도 안보여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전철역 두 정거장을 더 가서 만나는 얼굴은 두배의 기쁨을 준다
주자들에게 체면 좀 섰다
종단에 처음 참가하는 나건호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건호는 완주를 시켜야 되겠다고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밀양을 지나 청도를 접어든다.
상동초등학교 ... 폐교다.
처음 맞이하게 되는 4시간이 보장된 숙면
이렇게 좋을 수가
벌어 놓은 시간도 있으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허나 폐교답게 을씨년스럽다.
밟으면 삐그덕 대는 소리도 나고 ....
왠지 모를 적막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생각보다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출발 1시간 전 준비 하라고 깨운다.
대부분의 주자가 깨어 있어서 기상이란 신호가 무색하다.
주자들이 나간자리
장난이 아니다.
이 상태라면 두 번 다시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새벽1시 출발을 하였으나 모두 깊은 잠을 자지 못해서 피곤을 호소하고 난리다.
나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다.
아직 몸이 적응이 덜 되었는지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물집은 없는데 발바닥에 열도 나고
뛰는 것 보다는 걷고 싶은 생각이 점점 강해져 온다.
생각을 이기는 것도 레이스의 일부이니 참고 달려 본다.
앞 주자와 거리는 같은데 마음의 간격은 점점 멀어 진다.
급기야 뛰는 것을 멈추고 선다.
이제는 동행할 친구가 필요하다.
건호는 어디쯤에 있으려나
2년 전 더위로 죽을 고생을 했던 경산과 대구 구간으로 접어 들었는데
결코 실망 시키지 않는다.
기다렸단 듯이 불을 뿜는다.
더위도 게임의 일부라지만 아침부터 너무한다.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겠다고 슈퍼를 찾는 발길은 늘어나고
찬물이든 그늘이든 시원한 곳만 있으면
여지없이 주자가 들어찬다.
이 또한 고통의 한 부분일 게다.
달려도 달려도 끝나지 않는 경산과 대구...
탄식이 절로 난다.
육두문자 나올즈음 “60쥐마클” 현수막이 보인다
호희를 비롯하여 대구 친구들이 진수성찬을 준비하고 친구들을 맞이 한다.
어디 쥐마클 친구만 챙기랴
지나는 모든 주자도 제 식구 챙기듯 한다.
눈물 나도록 고마운 상봉을 뒤로 하고 언덕을 향해 달려가나 마음만 바쁠 뿐
다리는 따로 논다.
가기 싫은게 아니라 갈 수 없다고 버틴다.
제 몸에 붙은 다리도 이럴진대 ... 쩝!
고맙다 ~ 친구야
수성교 사거리서 체크를 끝낸 후 바로 왜관을 향하여 돌진!
기다리던 비는 내려줄지
기상에선 태풍이 온다고 했다는데 ...
태풍이 완행열차를 탓거나
우리처럼 걸어서 오는지 좀처럼 변화가 없다.
말로만 듣던 낙동강 자전거 길에 접어 들었다.
시원한 빗줄기가 맞아 준다.
제발 비가 동반자가 되어주길 고대하며 잠시 경치에 취해본다.
허나 잠간 퍼붓고는 흔적을 지운다.
맛만 남기고 간 비
그것은 꿈이리라
여유는 모두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쓰든 안 쓰든 그것은 선택이지만 ...
17km가 이렇게 길었던가
200cp 도착하니 구미 친구들이 반겨 준다.
먹을 것 잔뜩 준비해서
고맙다 친구야 ~
이제는 자전거 길로만 가는 구간이다
남구미 ~ 낙단보 ~ 상주보 ~ 경천섬 관광지 ~경천대 ~ 상주 박물관 ~ 체육부대 ~ 이너스 모텔 318.5km를 달려왔다
126km를 달리는 동안 수없는 육두문자와
잘못된 거리표시 ... 식당부족 ... 급수 부족 등 ....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한 가지 고약한 것은 하늘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간에서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는 “석상”이었을 게다.
차라리 표현하지 않는 게 더한 고통이 아닐까 싶다
비가 내리지 않는 장마가 얼마나 고약한 것인지 제대로 알려준다.
숙소인 이너스 모텔 까지는 최악 이었다.
문경에 접어들고 전경들이 도로 유도를 해주어 다 온줄 알았다.
가끔 뻥카가 있는데 ...
지금 상황이 딱 ~ 그렇다.
이너스 까지 길어도 너무나 길다.
장담컨대 이 구간에서 알바로 탈락자 속출 한다는 확신이 든다.
문경 옛길로 접어드니 절경이다.
“조선총잡이” 촬영도 하고 ...
새벽 등산객들이 맨발로 걷기도 한다.
집 가까이 있다면 하루에 두 번 이상은 다닐 것 같다.
정상에 접어드니 빗방울도 뿌리고......
많던 주자가 사라졌다
식당 안에 삼삼오오 모여서 아침을 해결한다.
빠지면 서운한 일 ... ㅎㅎ
조령산을 빠져나와 연풍을 지나 쌍곡으로 접어드니 옛길이 아름답다.
눈에 뛰는 주자들의 속도가 확연히 줄었음이 느껴 진다.
부상으로 걷는 사람
나무에 의지하여 절뚝이는 주자
데쟈뷰가 오는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
개울물에 들어가서 적시고 나오는 사람
그늘에 터 잡고 눕는 사람 ....
다양한 행동들이 눈에 뛴다.
괴산 ~ 음성 ~ 장호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뒤바뀐 순서는 당연한 것이고
언어가 줄고
좀비들의 행렬 철럼 깜빡이는 지시등만 보일 뿐이다
조금이라고 안락한 공간에는 여지없이 불이 깜빡대고
먹을 수 있는 곳 누울 수 있는 곳에는 주자가 있다.
완주라는 기쁨을 얻기 위해 온갖 지혜를 동원하는 행동 들이다.
완주의 필수 3대 요소가 있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보는(쾌변) 것이다.
400cp 탈락자 없이 83명의 주자 모두가 생존 했다고 한다.
조직위원장인 순임 누님이 토끼몰이 해서 모든 주자를 쓸어 왔단다.
“누님! 복 받을 겁니다”
08:30분에 취침이라니 ㅎㅎ
아무렴 어떤가 잘수만 있다면 행복이지 ...
12:30분 출발이다
이미 땅이 달궈져서 황토방 수준이다
모든 대회 선두권이 그렇듯이 잘들 뛴다.
팥빙수도, 냉커피도, 시원한 계곡도 생각나는 아스팔트 ... 그곳에 우리는 있었다.
수없이 많은 주자 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순서를 바꿔 보지만
달라 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고통만 커질 뿐...
올해는 3회 도전하는 창곤이도 최악인것 같고
종단 처녀 출전인 경식이는 고통과 싸우는 중이고
신옥이는 구렁이 답게 페이스 관리를 잘하고
건호는 초보자지만 불굴의 의지로 레이스 중이고
부석이는 투지가 강해서 휴식이 부족한데 그냥 밀고 다니니 걱정이다.
왕주는 불자답게 항상 웃는 모습과 여유를 달고 산다.
속은 어떨런지 모르지만 ...
초반에 알바로 짐을 싼 “유병순”이 자꾸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천을 지나 곤지암 ~ 광주로 이어지는 길은 레이스 중 가장 쉬었던 것 같다.
곤지암에서 유채님이 반갑게 맞아 주니 일순간 피로가 날아간다.
450cp
광마 회장과 고문... 부회장 등이 반갑게 맞아 준다
어린이 재단 본부장님과 주팀장도 반겨 준다.
실촌 유정근 회장님은 한잔 걸치시다 렌트카로 마중을 나와 주셨다
그 술값 나중에 두 배로 사들이겠습니다.
초월을 지날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손에 무엇인가 들고 있다
“사장님 완주를 기원 합니다” 직원 일동
우리 회사 직원들이다
복날 잘 먹여야 겠다 ㅎㅎ
경기광주 이마트 앞
동호회 분들과 쥐마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처음부터 동행했던 아내와 딸들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종단때도 동행을 했지만 지정된 cp외에는 지원을 받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받는게 싫어서
올해도 나보다 모든 주자를 먼저 챙기라고 당부를 했더니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아빠 필요한 것 있느냐고 묻는다.
아빠보다 힘들어 하는 주자들 챙기라고 돌려보내는데
막내가 투정이다.
우리에겐 아빠가 제일 소중 하다고...
올해는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견딜 만 하다고 안심을 시키고
하남을 향해 가는 걸음 가볍다.
먹고 쉬고 자고를 반복하며
한강에 접어드니
천호대교 밑은 종단호텔로 변한 듯 주자들이 널려 있다.
잠수교가 최종 목적지 인 듯 go go ~
성수대교를 지날 즈음 성은이가 마중을 나왔다.
5시인데 ...
뭉쿨 함을 표현할 방법은 없고
손을 맞잡고 흔들 뿐이다.
한발 한발 잠수교를 향하고 ... 왠지 보폭이 커지고 빨라진다.
500cp
대회 때 무심히 지나치던 한강변이 이렇게 의미 있는 장소로 바뀔 줄은 꿈도 못 꿨다
런아 14기들의 따뜻한 환대가 집에 온 듯 편안하다.
쉽게 잠에서 빠져 나오니 많은 주자들이 가버렸다.
동작대교에 올라서니 용광로 날씨를 몸으로 느껴야 했다.
용산 ~ 서울역 ~ 무악재 ~ 불광동 ~ 구파발 ~ 벽제 ..... 이 거리를 달려오는 동안 주자를 만나지를 못했다.
너무 더워서 어디로 모두 숨었나 보다
필리핀 참전 기념비 앞에 당도하니 순임 누님과 충식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 더위에 뛰는 주자가 있느냐고 ...
뭐지!
일순간 바보가 된 것 같았다 ㅎㅎ
어둠이 찾아오고 차량이 하나 둘 비상 깜빡이를 켜고 나타난다.
주자 가족들이 골인 지점을 향해서 모여 든다.
문산이 다가오고
임진각의 거리가 좁혀 진다
번민과 갈등
힘들었던 순간들이 추억이 되어 다가온다.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곁을 스친다.
함께 달려온 모든 주자들도 이 길을 지나겠지만
모두에게 의미는 다른 그런 길 일게다.
그래서 내게도 소중한 길이다.
먼 곳에 골인지점 불빛이 보인다.
한발...
한발....
막내딸이 사진기를 들이 댄다.
홍상무는 멋진 포즈를 찍고 있다.
그렇케 560km의 마지막 한발까지 다가왔다.
감사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집행부 및 자봉하신 분들 ... 감사 합니다.
태종대부터 함께해준 사랑하는 아내 “사랑 한다”
운전을 책임진 둘째딸 아리 “고맙고 사랑 한다”
아빠 힘들 때 마다 애교로 힘을 준 막내 지예 “사랑 한다”
함께 완주한 모든 분들 축하드립니다.
함께 기쁨을 누리지 못한 분들도 수고 하셨습니다.
처음 겪어본 스테이지 런 덕에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올해와 같은 스테이지 런을 이어 갔으면 합니다.
시간만 줄인다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명품대회가 될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망배단 에는 유독 많은 사연들이 역사와 함께 공존 한다고 봅니다.
그곳에 우리들의 이야기도 묻어 놓고 옵니다.
후년을 기약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