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이야기] 엄나무의 결기
‘엄나무 걸기’를 아시는지요.
온 몸에 가시를 두른 엄나무를 대문 또는 현관 위에 걸어두는 오랜 풍습입니다.
지금은 미신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지만 전염병에 취약했던 과거에는 잡귀나
역귀가 집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믿었지요.
▲ 엄나무
‘귀신의 날’인 정월 16일,
각 가정에서는 잡귀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엄나무를 매달아 놓곤 했습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엄나무 걸기’가 새삼
눈길을 끕니다.
잡귀와 병마를 물리치는 도구로 엄나무가 선택된 것은 몸체에 돋은 날카로운 ‘가시’
때문입니다. 옛 사람들은 사람의 성정을 가진 귀신들이 가시로 중무장한 엄나무를
두려워하거나 피할 것이라고 믿었지요.실제로 엄나무를 다루는 데는 적지 않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합니다.한눈을 팔거나 방심하다간 가시에 찔리거나 긁히기 쉽지요.
이렇듯 까다로운 엄나무를 가까이 하는 건 나무의 쓰임새에 있습니다.
자추, 자풍수, 음나무, 멍구나무, 해동피로도 불리는 엄나무는 식재료와 약재, 목재로 귀하게
대접받습니다.어린 잎은 산채로 먹고, 줄기와 뿌리는 관절염, 신경통, 피부병, 만성 간염 및
간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됩니다.‘엄나무 닭백숙’은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인기를 끕니다.주목할 점은 바이러스와 진균 억제제로도 효능이 인정됐다는 것이지요.
‘엄나무 걸기’ 풍습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병로 전략국장.강원도민일보 & 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