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사는 우리들의 꿈 이야기
1989년 출판된 박완서 선생의 소설 제목이다. 출판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이 소설의 제목을 2022년 새 학년의 첫 칼럼 제목을 꼽은 이유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지금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운다. 나는 ‘시민’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싸운다. 지난 3월 3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교원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50만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보장해 달라는 취지였다.
새 학년 시작하고 이틀째 되는 날, 교과전담 수업도 없이 6교시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여의도로 달려갔다. 국회의사당역 건너편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기자회견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참가단체 이름이 호명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발걸음이 급한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5학년 6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실 정리도 못하고 뛰어나와야 하는 이 현실이 거짓 같았다.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시작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발언을 하는 내내 눈물로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3월 3일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면서 내내 울먹였다. (사진제공: 전교조)
나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 보수단체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서울선거관리위원회는 ‘혐의없음’ 판결을 내렸지만, 그들은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2016년 1월 15일 페이스북에 용산참사 7주기, 참사의 주범 중 하나였던 ‘서울경찰청장 김석기가 경주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기사 하나를 공유했다는 게 고발의 내용이었다. 김석기 나쁜 놈이라고 하지도 않았고, 김석기가 국회의원이 되어선 안된다는 글을 올린 것도 아니다. 용산참사 7주기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는 것과 팩트를 전달하는 기사 하나를 올린 것뿐이었다.
차라리, 기소를 하지.
2016년 8월, 검찰 조사를 받았고,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유예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괴랄한 처분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불문경고’ 딱지를 붙여주었다. 겨울방학 중 기사 하나를 공유한 ‘죄값’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등에 대해 학교 현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다녔던 것이 표적이 된 주요 이유였다고 봐야 한다. 그들의 고발장에는 페이스북에 특정하지 않은 나의 교사라는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2015년 8월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렸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내 사진과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을 대조하여 동일인이라는 것을 밝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치적 표적은 되지만 정치적 기본권은 갖지 못하는 천민.
2019년 2월 23일 서울 창비학당에서는 “면천하세! 면천하세! 면천하세!”라는 교사들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50만 교원이 정치기본권이 없는 정치적 천민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이 땅에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길이 열린다는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의 제안에 대한 화답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 길은 요원하다.
2022년은 그야말로 정치의 계절이다.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계절이 되면 교사들은 ‘혹시 이것이 선거법 위반인가?’ 자기검열을 하거나 아예 정치적 문제에는 눈을 돌리지 않게 된다. 나 역시, 페이스북을 드나드는 횟수가 줄고, 정치 관련 글은 올리지도 않고, 선거 관련 글에는 ‘좋아요’도 누르지 않는다.
3월 3일 공동성명서 낭독 후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제공: 전교조)
정치의 계절을 누릴 수 없는, 의사표현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반쪽짜리 시민이 어떻게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을까?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수사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어느 선진국이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는가? 이게 진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30년 전 문경의 꿈은 “남자로 태어났으면 마땅히 여자를 이용하고 짓밟고 능멸해도 된다는 그 친부의 권리로부터 자유로운 신종 남자로 키우는” 것이었다. 내 꿈은 ‘독재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신종 교사가 되어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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