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읽기3〕겨울이불/안녕달/창비
펑펑 눈이 오는 날,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으로 온다. 가방을 메고 오는 것으로 보아 학교를 마치고 온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 왔어.”하며 옷을 훌훌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온돌방은 지글지글 끓고 있고 두꺼운 솜이불이 깔려있다. 아이는 바닥이 뜨거운지 “앗, 뜨거워!”한다.
이불속으로 가만히 들어가니 이불속 세상은 딴판이다. 익숙한 장소를 이불속 세상으로 끌어들인 것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바로 찜질방이다. 찜질방 매점은 곰이 주인이다.
차림표에는 곰 엉덩이 달걀, 얼음 할머니 식혜, 겨울 냉커피, 불구덩이 군고구마, 아궁이 군밤, 방바닥 귤이 적혀있다.
‘수건은 두장씩만’이라는 글이 벽에 붙여 있다. 동물들이 잠을 잔다. 곰, 다람쥐, 개구리, 뱀 등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다.
동물들의 드르렁, 뒹굴, 코카코카, 푸푸 코고는 소리도 귀엽다.
안녕달은 대화체로 글을 배치하고 그림은 색연필로 따뜻하게 그렸다.
이불속 찜질방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내복을 입고 양머리를 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귀엽다. ‘할머니 고희 기념’ 수건과 ‘우리 강아지 돌잔치’ 수건을 깔고 앉아 “그래, 우리 강아지 왔니?” 한다.
아이는 식혜를 사러 간다. 매점 앞에 개구리가 퀴즈를 낸다. ‘세상에서 제일 장사를 잘하는 동물은?’ 과연 뭘까요?
만화를 보는 듯하게 간결한 문장의 대화로만 이루어진다. 그림은 유머스럽다.
아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던 모습, 달걀장사의 ‘계란이 왔어요’가 울려퍼지는 그림책은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불속에서 잠이 들고 늦은 시간에 엄마가 돌아온다. 밤길에 잠든 아이를 업고 할머니 집을 나서는 엄마와 아이가 크로즈업된다. 여전히 눈은 내린다.
뜨끈한 온돌방에 있다 나온 아이 몸은 따뜻하여 엄마의 몸을 녹여준다. 마지막 문장은 “애가 몸이 참 따끈하네”다.
안녕달의 글과 그림은 볼 것이 많다. 한 화면에 가득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그 이야기는 대화로 되어있다. 등장인물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주 등장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유가 있다.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늘같이 추운 날 따끈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수박수영장》이 여름을 대표하는 그림책이라면 《겨울 이불》은 겨울을 대표하는 그림책으로 두 책은 셋트로 보아도 될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