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day 2"
오늘은 678(6시기상, 7시식사, 8시출발) 전날 밤 국내 가이드가 암호처럼 알려준다.
6시에 누가 똑똑 문을 두드린다. 열어보니 '굿모닝' 하며 보조가이드가 따끈한 진저티를 쟁반에 받혀들고 서 있다. 트레킹 마칠때 까지 모닝콜을 이렇게 해준다.
창밖으로하얀 설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하루가 시작된다.
침낭부터 정리하는데 이것이 펼때는 좋은데 다시 접을려니 구스침낭이라 요령도 필요하지만 힘도 상당히 필요하다. 차근차근 접어 말아서 제압하듯 눌러 커버에 밀어 넣어야 한다. 억지로 한판승을 거두고 돌아보니 연심언니는 쩔쩔매고 있다. 다시 한판벌인다.
7시 아침식사는 미역국에 계란프라이 두부조림 우엉조림 김치 깍두기 등등 맛있고 든든하다.
7시50분에 모여 준비체조를 하고
8시에 출발한다.
우리 짐들은 야크 9마리가 지고 가고 우린 배낭에 물, 간식, 옷만 넣어 가볍게 출발한다.
오늘 하루 남체 까지 고도 800m 이상 높이며 걷는다.
선두 보조가이드는 역시나 찬찬히 편안히 리드해 걸어가고 제일 후미에 보조가이드 2명이 따라 온다. 그 중 한명은 빨간 의약품 가방을 추가로 들고있다.
메인가이드와 국내가이드는 앞 뒤로 오가며 살핀다. 가이드가 5명이다.
2,610m 팍딩에서 2,835m의 몬조 까지는 시나브로 높아지는 길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다.
오른쪽 저 멀리 탐세르쿠 주봉이 하얗게 나타나 함께 걷는다.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며 차츰 고도를 올린다.
폭포가 나타난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옆 롯지에서 휴식시간을 갖는다.
앉기가 무섭게 가이드들이 레몬 진저티를 내어 온다. 같이 걸었는데 어느새 잽싸게 서빙 모드로 바뀌어 있다.
설산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차를 마신다.
이보다 멋진 카페가 어디 있을까!!
쿡팀은 참으로 대단하다.
분명 우리 출발할때 설거지 하고 있었는데 걷다 보면 마부가 우리 짐을 진 야크를 줄지어 몰고 딸랑딸랑 지나가고, 메인셰프는 자기 배낭만 지고, 나머지 6명은 김치, 식료품, 그릇 등 커다란 짐을 하나씩 지고 우릴 추월해 지나간다.
식사할 롯지에 도착해보면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되어있다.
김치메고 가는 쿡은 자길 가리키며 '김치맨' 하고 웃으며 지나간다. 그래서 다음번 추월부턴 우리가 먼저 인사한다.
"하이~~ 김치맨~~"
다시 한시간 쯤 더 걸어 몬조(몬조 게스트하우스 롯지)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충분히 휴식한다.
점심은 알록달록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든 카레밥에 반찬이 여러가지 따라 나온다. 숭늉, 커피 차 는 물론 후식으로 수박도 나온다. 몬조에서 남체바자르 가는 길은 급경사 계단길이라서 든든히 먹어둔다.
남체 고도가 3.440m이므로 팍딩 고도2,610m를 고려하면 하루에 고도를 800m이상 높이는 거다. 이미 고산에서 고도를 높이는거라 고산증이 올 위험이 크다. 조심해야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의 네팔식 이름. 중국식 이름은 초모랑마. 현재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 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중이라고 한다)국립공원 입구를 통과한다.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거다.
가파른 내리막 돌계단길이 나타난다. 한참을 내려간다.
자기 키보다 큰 등짐을 진 포터나, 양쪽에 가스통 등 무거운 짐을 매단 말이 지나가면 가이드들이 '포터' '야크' '말' 하며 소리 친다. 힘든 그들의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우린 한쪽으로 붙어 그들이 지나간 다음 다시 걷는다.
네팔에 태어난 동물들은 불쌍하다.
험한 오르막 내리막 길을 이렇게 짐을 지고 늘......
경사지를 이만큼 내려왔으니 또 이만큼 올라가야겠지!!
몇개의 출렁다리를 건너간다. 그런데 힐러리브리쥐(2,905m)라는 가장 높고 긴 다리가 떡하니 남아 있다.
그 아래는 번지 점프 다리도 있다.
남체까진 이제 롯지가 없고 계속 오르막만 있기에 다리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힐러리브리쥐 건너가는데
메인가이드는 지치지도 않고 또 소리친다.
모자 꼭 조이세요~~
건너는데 휘청휘청 한다.
신들의 영역에 오르는 첫 번째 관문 남체바자르 까지는 이제 고난의 언덕길, 깔닥고개라 불리는 급경사 돌계단 길을 올라간다. 비스따리 비스따리~
남체바자르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 입구에 엄청나게 큰 초르텐-불탑이 있다. 사진을 한장 찍는다.
언덕길 오른쪽에 설산에서 내려오는 시냇물이 콸콸 흐르고 있다. 그 위에 커다란 마니차(불교 경전을 새겨서 돌리게 만든 둥근 통이다. 한 번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 기와 예쁜 나무다리와 분수가 있다. 멋있다. 쿰부히말라야에서 제일 큰 마을 답게 성대하게 우릴 맞아 준다.
우리 롯지 까진 계속 오르막 계단을 더 올라가야 한다. 다 온것 같은데 또 오르막을 가니 아이고 힘들다.
올라가는 골목 좌우로 온갖 상점이 즐비해 있다. 은행, 펍, 당구장, 베이커리, 약국, 옷가게, 음식점, 롯지 등 없는게 없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 거리다.
드디어 롯지에 도착한다. 롯지이름은 호텔 캠프 드 베이스 3,443m.
난방만 빼고 산악호텔이다.
침대는 푹신하고 이불도 두텁고 깨끗해서 오늘은 침낭을 안펴도 된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따뜻한 물이 나오고 충전도 그냥 콘센트에 꽂으면 된다.
와이파이는 500루피 내야 한다. 로밍해온 분들은 여기 까진 잘 터진다.
온수가 나와도 샤워는 금지다.
낮잠도 금지다. 고소가 빨리 온단다.
여기까진 얇은 긴팔 얇은 바지 여름 복장 이었고 내일부턴 춘추복장이고 힘들어 질거다.
시차가 3시간15분 나니 가족에게 생존보고 할려면 6시 전에는 해야 한다.
저녁 먹고 하다보면 어느새 한국시간은 자정이다. 지금까진 쌩쌩하고 내일부턴 연락이 힘드니 무소식=희소식 이라고 전한다.
두통이 살짝 있어 타이레놀을 한알 먹는다. 고산증세인데 약하게 오고 있다.
저녁식사는 매콤한 닭도리탕에 양배추 찜과 입맛 돋우는 밑반찬들이다.
고도 800m 이상을 높이면서 급경사 산길 11km를 약 7시간 넘게 걸은 힘든 일정에 충분히 보상되는 저녁 만찬이다.
양껏 먹는다.
저녁을 먹고 산책겸 한국의 명동 남체 거리 쇼핑을 한다. 고산증세가 있을 때는 실내 있는것 보다 바람을 쐬며 산소를 공급하며 천천히 걸어 주는게 좋다고 한다. 셰르파 메이커 티를 몇장 산다. 가격이 꽤 나가는 면 티 인데 나중에 돌아가 지인 선물도 하고 나도 입는데 입을 때 마다 히말라야 생각하며 예쁘고 편하게 잘 입는다.
쇼핑마치고 우리 일행끼리 카페를 가서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롯지로 돌아와 잠을청한다.
속세의 마지막 날이다.
-24.10.7.월요일-
첫댓글 3,400고지까지 올랐군요.
히말라야에 가을 코스모스라니...
야크들은 길을 잘 따라가네요. 신호를 해주는 건지.
벌써 고산증세가 있으면 힘들겠어요.
pc로 보니 풍경이 더 아름답습니다!
릴리님 따라 히말라야로 히며듭니다~^^
고산에 갔으니
고산증은 어쩔수 없지요ㅠㅠ
그럼에도
그곳이 다시금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