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계절
류정하
언니 등에서 자전거 바람을 피하던 아이는
흩날리며 날아오르는 사쿠라처럼
인생이 늘 아름다울 줄 알았다
세일러 교복을 걸어두고 미래를 꿈꾸던 소녀는
동생의 빨래더미에 짓니겨진 목련처럼
제 색을 잃고 빛 바래지기 시작했다
해를 쫓아 온 달구벌 열기안의 고운 신부는
층층시하 어른 말에 고개숙인 해바라기처럼
처음인듯 더웠고 마지막인듯 좌절했다
헌신으로 키운 아이의 용감한 엄마는
시원한 바람에 살랑거리는 길가의 코스모스처럼
때론 화사했고 때론 위태로웠다
자식이 대거리를 시작할 때의 연약한 어머니는
돌풍에 흔들리는 산중턱의 억새처럼
한껏 꺾이다 일어서서 내내 그렇게 꺽꺽 울어댔다
자식이 자식을 낳아 불러준 행복한 할머니는
아이 꽃신을 삼을 오색실 같은 고운 단풍처럼
이쁘게 들뜨고 세상 최고의 미소로 반짝였다
이제
늘 다르게 불렸던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찾으려 한다
언제든 존중받는 단 한사람이고 싶던 여자는
어디가 길인지 모를 폭설속에 숨은 눈사람처럼
낯설게 차갑고 아스라이 사라져 버릴까 두렵다
그녀를 찾아 안고 작게 말한다
당신의 모든 계절은 눈 부시게 아름다웠고
곧 당신만의 봄이 다시 꼭 찾아올 거라고
2월 시제로 써봤습니다.
친정엄마 생각하면서요.
글을 써 내보이는건 늘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날이 많이 차갑던데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카페 게시글
2월 글헤는밤
그녀의 계절
류정하
추천 1
조회 62
25.02.07 22:3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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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맞아요 자신을 보이는 일이기에 부끄럽지요 애쓰셨습니다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요? 익숙해지기나 할까요? ㅎ 고맙습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5.02.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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