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레킹 4일차
일 자 : 2026년 7월 30일
구 간 : 밀링가비~ 덤고인 ~가드네스~드리민~ 발마하~호텔 숙박
거 리 : 33 , 3km
시 간 : 9시간 38분
스코틀랜드 WHW 진입 구간,
오늘은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West Highland Way, WHW)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배낭에 우산과 점심 행동식을 챙겨 넣었다. 아침 7시, 하늘은 찌푸려 있고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트레커 기념 조형물을 지나 WHW 시작 포인트에 도착했다. 154km를 5개 구간으로 나누어 5일 만에 완주할 계획이다. 들판을 가르고 계곡을 지나 산에 오르며, 대서양의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세계 최강 로마 군대도 함부로 범접하지 못했던 켈트인의 땅에 진입하는 것이다.WHW는 남쪽에서 시작하여 로흐 로몬드(Loch Lomond) 호수를 끼고 북쪽을 가로지르는 트레킹 코스다.
맑은 시냇물 소리와 함께 푹신한 흙길이 시작됐다. 숲속 멀리서 나무 자르는 전기톱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듬성듬성 독특한 외관을 가진 가옥들이 나타났다. 스코틀랜드산 누렁이가 긴 앞발을 내딛으며 이방인을 향해 짖어댄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길, 푸른 잔디 한가운데 친 하얀 텐트의 주인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오솔길 한가운데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는 달팽이를 숲속으로 옮겨준다. 숲에서 퍼져 나오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이른 아침의 트레킹길은 온통 고요와 침잠으로 가득 차 있다.
오전 11시경 숲속 '비치 트리(Beech Tree)' 카페에 들렀다. 카페에 앉아 시원한 스코틀랜드 대중 맥주 테넌츠(Tennent's) 한 잔으로 갈증을 푼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보리밭 너머 글렌고인 증류소(Glengoyne Distillery)의 오크통 속에서는 위스키가 익어간다. 비 온 뒤 개인 하늘은 얼굴을 깨끗하게 단장하고 들판 속 트레커를 향해 웃는다. 그러다 한참을 걷다 보면 하늘은 어느새 회색빛 구름에 덮여 비를 뿌린다. 들판 오르막에서는 모자마저 날려 버릴 기세로 바람이 불어온다. 장대처럼 높은 삼나무 가지에서 굉음이 쏟아진다. 하얗고 노랗고 빨갛고 보랏빛을 띤 들풀들이 요동을 친다. 긴 억새풀이 한쪽으로 눕혀질 때면 대서양 심술궂은 강풍의 위력을 실감한다.
오후가 되어 '로흐 로몬드 & 더 트로삭스(Loch Lomond & The Trossachs)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스코틀랜드 최대의 담수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계절을 잊은 한기가 느껴진다. 드디어 켈트인의 역사와 서사가 담겨 있는 '로흐 로몬드'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로흐 로몬드 위스키를 49파운드에 구매해 진저에일에 섞은 칵테일로, 고단했던 32km의 행군을 자축한다.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며 WHW 첫날 일정의 피로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동행자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