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멀지 않은 곳. 그 옆에 커다란 목장 하나가 있다.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좀 멀긴하지만 가끔 나는 애견과 함께 그곳을 찾곤 한다.
이렇게 넓은 곳. 목장이. 내 옆 산중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가.
그리고 내 사랑하는 텍스(개 이름)에게도 얼만큼의 복인가.
좁은 땅, 좁은 마당만 보다가 넓은 들판을 보니 네나 내 모두 가슴이 확 트인다.
마치 외국에 온 느낌처럼.
내 애견 텍스는 원래 이렇게 넓은 들판 서양에서 살아야 했을 운명이였는데.
사진 : 목장
목장 옆 산중에는 들꽃도 피어 있다.
기린초의 노란 꽃이 한창이다.
사진: 기린초
산복숭아도 익어간다.
아직은 털이 뽀송뽀송한 애숭이지만 좀더 있으면 사춘기의 붉은 기운을 띨 거다.
잠시 산야초를 관찰하다 돌아왔다.
저 멀리 좋아라 달려갔던 텍스가 '이리 와!'라는 한마디 호령에 죽어라 달려온다.
맹인 안내견으로 많이 이용되는 골든리트리버.
이놈은 4년전 딸내미가 잠시 미국 갔다 올때 강아지를 다리고 온 놈이다.
우리나리에 많이 키우고 있는 골든리트리브 품종과는 좀 다르다.
털색이 더 진한 레드(Red) 종이다.
비행기 타고, 리무진 타고 , 고속버스 타고... 우리 집에 올 때까지의 일.
일일이 말하면 수도 없는 역경을 겨쳤을 게다.
미국 최고 협회의 족보를 갖고, 대한민국에 입성해 품평회 1위를 목표삼아 다리고 왔는데... 결과는...
사진 : 이리와!
텍사스에서 다리고 온 놈이라고 죽을 사짜만 빼고 이름을 '텍스'라 지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나이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는 요놈이 어찌나 별난지 승용차안에 목줄을 달고 손에 쥐고 태웠는데,
차문을 열자마자 발 아래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자기는 불구의 몸이 되어버렸다.
80키로 속도로 달리던 겔로프에 치여 바퀴에 끼인채 30m 를 더 가 멈췄으니 죽어야 될 팔자.
한쪽 편의 팔과 다리 두개가 몽땅 가죽만 남기고 뼈까지 다 깍였어니...
너들거리는 다리를 단 체 승용차에 태워 급히 가축병원으로 갔다.
그대로 두면 죽었을 걸 왜 그렇게 했었을까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수술 5시간. 그후 입원 1개월, 자가치료 3개월.
의료보험이야 당연 안 되니 사람 치료보다 더 많은 거금이 들었다.
다행히도 교통보험 처리가 됐다. 대물 70%로. 갑자기 뛰쳐나간 개(대물), 갑자기 뛰쳐나간 어린 아이(대인)
대물과 대인만 다를 뿐 입장은 같았다. 방견은 아니였기에 말이다.
아마 지방에선 처음으로 개를 보험처리 된가 보다. 개 몸체 손상에 따른 보상이 아니 치료비만....
사진 : 왔다갔다하니 힘든 모양이다. 좀 쉬고.....
그때 시골에 사는 칠순 숙모는 나보고 미쳤단다.
"야야~ 그 돈이면 개 50마리도 더 사는 돈인데 죽여버리제 왜 살릴라 카노!"
한달 입원비가 내 월급이니... 병원에서 퇴원해 자가 치료를 했다.
말이 쉽지 ...큰 개를 똥 오줌 다 받아내고... 그것도 아파트에서 큰개를...
주사놓고, 심지박고 빼고, 치료해 붕대감고 또 겁내할까 쓰다듬어 주고...
이렇게해서 텍스와 나는 정이 들어버렸다.
이젠 내게 이놈이 없다면 살지 못할 것까지 하다.
좀 떨어져 있으면 늘 이놈 생각이 먼저난다.
내 한 친구의 아들이 장애자로 태어나 아직도 부모는 그 애를 위해 한 평생을 살고 있다.
동물에까지 이렇게 정이 드는데 하물며 그 친구는...
미쳐 몰랐던 친구의 심정을 나는 깨닫을 수 있었다.
백 배 더한 그 심정을 다시 이해하고 애처러움을 느낀다.
대구사는 이 친구. 내게 놀려 오라 내내 전화오니 회꺼리 한 사발 사들고 가봐야겠다.
사진: 아이고~ 좋아라 !
이놈은 잔디밭같은 넓은 데만 오면 등을 비벼댄다.
등이 가려워 그런가 싶어 살펴봤지만 진드기는 없다.
좋기 한이 없어 이렇게 나뒹구는가 보다.
내가 산엘 오를 때면 항상 이놈은 다리를 절며 나를 따른다.
무릅 관절이 굳어져 뒷쪽 다리를 못 써 절뚝거리면서도 나를 따라 잘도 산을 오른다.
하지만 절벽같은 곳엔 오르지 못한다.
내가 뒤 엉덩이 쪽을 들어 올려 높은 곳을 오르게 한다.
나는 자주 혼자 산을 오르게 되는데 그래도 이놈이 있기 때문에 안심을 갖는다.
백구처럼 이놈도 나를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골든리트리버 종은 사람을 잘 따른다.
그래서 시가지를 자주 다녀야하는 맹인의 안내견으로 적합란 종이다.
어떠한 경우든 사람을 해하지 않는 종이다.
사진 : 칭찬해 주니 이젠 폼 잡고 좀 점찮은 것 같다..
개는 사람처럼 피부에서 땀이 나지 않는다.
오직 혓바닥에서 땀을 분비할 뿐이다.
더우면 혀를 더 늘려 면적을 넓혀 땀을 배출한다.
개는 짠 것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 땀구멍 면적이 좁아서.
사진 : 더울 땐 혓바닥에서 땀을
목장 잔디밭 옆에는 뱀딸기가 무성하다.
내가 여러 열매를 따다보면 이놈도 같이 딴다.
입으로 물어 씹어 넘기기도 하고 가끔은 지가 먹기도 한다.
그런데 뱀딸기는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다. 속이 비어 맛이 없어설까.
산을 다니다보면 텍스는 뱀도 잘 잡는다. 살모사를 발견해 잡아 죽이는 모습은 마치 TV 한장면 같다.
사진 : 뱀이 좋아하는 뱀딸기
이곳 목장에도 같은 종 암컷 한마리가 있다.
목장 관리인이 우찌우찌 그렇게 하잖다. 즉 교배부치면 암놈 한 마리를주겠단다.
텍스가 총각이라 나는 얼시구 좋다했다.
암컷 두 마리 낳으면 한마리 주겠단다. 두마리 못 낳으면 숫컷.
약속 후 보름이지나도록 소식이 없길래 오늘 운동삼아 목장엘 갔다.
관리인은 보이지 않고 묶어 놓은 신부만 보였다.
아직 암새를 내지 않은가 보다.
사진에 혓바닥을 보이고 있는 진한 색이 텍스, 숫놈이다.
근데 암컷이 우째 더 덤빈다.
사진 : 오랜만에 데이트
니 마음대로 놀아라 하고 나는 이곳 저곳을 어슬렁거려본다.
잎만 봐왔던 냉초의 꽃이 마침 피어있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 : 냉초의 꽃
한바퀴 돌다 다시 와봐도 내 텍스 내숭만 뜬다.
목장에 사는 순이 왈
" 텍스씨 저를 쫌 봐주세요. 예쁘잖아요?"
텍스 왈
"에구~ 난 아직도 몰라. 난 숫총각이라서..."
요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나는 텍스를 다리고 목장을 떠나 내려왔다.
'에구 ~ 이 병신아~ 붙여줘도 못하냐~"하면서
사진 : 부끄러워~ 이러지 마유~
사진: 2006년. 지난 어느날.
사진을 찾아보니 한 컷이 있다.
내가 민물낚시를 갈 때면 항상 따라가 내곁에 머물고 있다.
어찌나 찌의 움직임을 잘 보는지. 나는 낚시찌보다 텍스의 표정을 보고
고기가 물린지 알 곤 한다.
사진: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하면서 내 곁을...
동물이나 식물 모두 우리와 같은 생물입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할련지 모르지만 모두가 나름대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풀도 꽃도 그를 사랑하는 나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내 개 텍스도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을 겁니다.
자연은 인간만의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자연속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될 것입니다.
글, 사진 : 포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