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중구)로 이사를 온 후
중학교를 다닐 때까진 영화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도시를 옮겨온 이사와 전학이 준 스트레스에다
또 그나마 조금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형편도 어느 정도 이해를 했었던 모양이다.
남산 입구의 퇴계로 와 을지로가 연결이 되는
지금의 삼일로가 개통이 되기 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언덕골목에서 주로 놀았던
초딩 때엔 근처에 있던 명동 입구의
‘중앙 극장’ 앞도 자주 배회 했었는데
물론 입장료가 없어 들어가진 못했었다.
부산에서와 같이 표를 사는 커플들에게
입장 구걸을 하기에는 너무 커버렸고.....
을지로에서 아현동으로 전차를 타고 통학을 하던
중학교 시절엔 간혹 걸어서 귀가를 하면서
서대문 쪽에 있던 ‘서대문 극장‘이나
’화양 극장‘등도 가보긴 했었는데,
그리 자주 있던 일은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부산 시절보다도 더 기억이 아물거린다.
그리고 그 시절엔 동네에서 좀 잘산다는 집에
저녁마다 들려서 보던 흑백 TV의 추억이
오히려 영화관보다도 더 강한데,
‘보난자(Bonanza. 1959-1973)‘ 나
‘전투(Combat. 1962-1967)‘시리즈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지금의 롯데 백화점 본점이 있는 소공동 방향에서
명동으로 진입을 하면 유네스코 회관을 좀 못가서
왼쪽에 ‘명동 극장’이 있었는데
학생들의 극장출입을 단속하던 선생님을 피해
맨 꼭대기의 좌석에 앉아서 몰래 보던 ‘멋대로 놀아라.(Viva Las Vegas. 1964)‘의
앤 매그릿(Ann Magret)과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그리고 ‘고백(The Sandpiper. 1965)’에서의
리즈 테일러(Elizabeth Taylor)같은 탑 스타들은
정말로 그 시절의 환상적인 우상들이었다.
당시 70mm 영화를 유일하게 상영을 하며 ‘벤 허(Ben Hur.1959)‘등의 단체관람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무척이나 많이 찾았던
‘대한 극장‘ 건너편 골목에서
동시 상영을 하던 어느 작은 극장 이름도
이젠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테네?),
그곳에서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보았을
‘바바렐라’(Babarella. 1968)에서의
제인 폰다(Jane Fonda)의 섹시한 나신은
두고두고 내 십대 때의 왕성하던 성 호기심을
오랫동안 자극했었다.
잠시 용산 우체국 뒤에서 살 때는 근처의
이 삼류극장이었던 ‘성남 극장‘과
‘용산 극장‘ 그리고 ’남영 극장’에도 자주 갔었고,
멀리는 남대문 시장 입구의 ‘남문 극장’과
광화문 도심의 ‘아카데미 극장’까지도 원정갔었지만,
그래도 숙대입구의 ‘남영 극장’에서 보던
‘팡토마(Fantomas. 1964)‘나 ‘파리 대탈출(La Grand Vadrouille. 1966)’
에서의 루이 드 휘네(Louis De Funes)가 던지던
웃음폭탄이 당시의 잊지 못할 유쾌한 추억의 하나이었다.
지금은 단관극장들이 없어지면서,
영화관의 환경자체가 아예 달라져 그럴 수 없겠지만,
당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영화 단체 관람은
1960년대 그 시절에 무척이나 많았었던 걸로 기억된다.
광화문에 갓 오픈을 하였던 세종 문화회관에서도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볼 수가 있었는데,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Poitier)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 1967)의 단체 관람은 이해가 되지만,
그가 같은 해에 주연을 하였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
(Guess Who‘s Coming To Dinner. 1967)을
그곳에서 다시 단체 관람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