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정신을 차린 마타리는 목을 캑캑거리며 물을 찾았다. 매발톱이 물 바리를 건네자 붕어처럼 뽀끔뽀끔 몇 모금 마신 뒤 도로 누웠다. 세상 모든 산모, 세상 모든 암컷이 갑갑궁금해 할 것은 방금 세상에 나온 제 새끼일건만, 그녀는 애써 보지 않으려는 듯 눈을 감았다.
-아직도 혼이 돌아오지 않은 게야.
매발톱은 심한 산고 때문일 거라며 찌푸린 눈으로 안타까워하는 하를 달랬다.
-저리도 가봐야지.
매발톱의 말에 하는 고개를 끄떡였지만 정작 밖으로 나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하는 몇 번이나 돌아서서, 마타리를 봤다. 몸이 으스스할 것이건만 그녀는 화덕을 등지고 모로 누워 꿈틀거렸다. 그녀의 몸에선 마구 헝클어진 그림자가 풀어졌으며, 기쁨 반 슬픔 반의 심정으로 하는 움집을 빠져나왔다.
달이 구름 속에 갇혀 있었건만 사위는 어둑치가 않았다. 그 만치 밝은 달이었다. 구름을 막 빠져나온 달은 하로 하여금 전날 밤 꿈을 상기케 했다. 훤한 대낮에 눈부신 태양이 강을 내려 비췄지만, 수면에는 달이 둥둥 떠 있었다.
개미취의 움집으로 향했다. 황토층계를 밟고 내려오는 데, 꽃 내음이 풍겼다. 갈근으로 묶어놓은 유채, 참꽃 아름이 화덕 곁에 놓여있었으며, 분홍과 노랑이 썩 잘 어울렸건만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여인네들이 먹거리로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먹을 것을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코로 가져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개미취는 피가 괴락이 된 바닥에서 혼자 돌칼로 삼줄을 갈라야만 했다. 그녀의 눈은 아기에게 물리고 있는 젖만큼이나 퉁퉁 부어 있었다.
전형적인 족장의 아들이었다. 팔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작았으며, 주황이 맴도는 엉덩이에 청회색 아반이 선명했다. 하는 아기를 받아들곤 손가락부터 살폈다. 두 손 모두 정상이었건만 이상이라 생각하는지, 그의 얼굴이 순식에 구겨졌다. 개미취에게 아기를 건네곤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졌다.
-입으로 가져가야지…… 코로 가져가면 벌 받지.
-입보다는 코, 코보다는 눈을 위한 것이야. 난 이제 당신의 입, 코, 눈…… 그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니지만.
돌아서는 하를 보고 개미취는 날카롭게 외쳤다. 하는 손바닥으로 귀를 쓸어내리며, 이빨에 독풀을 끼운 토끼처럼 씰룩대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래, 맞아. 눈이 즐거워야지.
하는 곧장 그 길로 그의 눈을 즐겁게 해줄 마타리와 육손이에게로 달려갔다. 전날 밤 꿈 속의 달과 해는 뭘까? 왜 강물 위에선 해가 달로 비쳤을까?
첫댓글 왜 강물 위에선 해가 달로 비쳤을까?
해의자식이 태어난게 아니로군요.^^
괴락이라는 단어 새롭게 느낍니다.~~~~
이야기의 종말쯤엔 해가 달이된 이유...알게 될까^^*
왜 강물 위에 해가 달로 비쳤을까~강물엔 빛이 없어서 일까요?~^^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