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싱글 하우스의 집주인인 애니메이션 디렉터 정화영 씨. 그녀가 좋아하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평창동에 위치한 이 집에는 혼자 사는 싱글들의 꿈이 담겨 있다. 집주인인 애니메이션 디렉터 정화영 씨는 <메종>에 소개된 집을 보고는 그 집을 시공한 히틀러스 플랜잇의 신선주 실장에게 연락을 했다. 클라이언트는 꽤 심플하고 명료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작업 공간을 만들어줄 것, 화이트 톤 공간에 우드 가구를 매치할 것, 함께 사는 고양이를 배려할 것 등이었다. 그녀의 요구사항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싱글 하우스의 조건이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집 전체는 화이트 톤이다. 단, 지루해 보이지 않도록 같은 화이트라도 소재와 톤을 달리해 변화를 주었다. 바닥은 흰색 무광 타일을 깔아 모던한 느낌을 주었으며, 주방에는 아일랜드 테이블을 비롯해 화이트 하이글로시 소재를 사용했다. 침실과 욕실의 문도 화이트 컬러다. 대신 거실의 넓은 벽은 옅은 그레이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전반적으로 밝은 컬러로 인해 실내 분위기가 붕 뜨는 것을 방지했다. 집의 전체적인 느낌과 컬러를 정하고 난 후에는 공간별로 특색 있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나란히 자리한 작업실과 침실. 작업실에는 문 대신 입체적인 프레임을 제작해 분리된 작업실의 느낌도 살리고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무엇보다 나란히 위치한 침실과 작업실의 창문이 바로 뒷산의 숲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 이 집의 백미다. 거실이나 주방에서도 창문을 통해 우거진 녹음을 볼 수 있도록 작업실의 문을 과감히 없앴고 그 대신 입체적인 문틀을 만들어 침실과는 구분되는 입구의 모습을 연출했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을 점점 늘이고 싶었어요.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작업도 할 수 있는 집의 모습을 꿈꾸었죠. 작업실이 완벽히 분리되는 동시에 또 자연스럽게 다른 공간과도 연계된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1 다용도실 문에는 고양이가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집 모양의 구멍을 만들었다.현장에서 문에 구멍을 내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았다고.
2 작업실에 위치한 캣 타워의 모습. 고양이들은 어딘가에 올라가서 숨어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에서 쓰던 캣타워를 집으로 옮겨왔다. 1 작업실에는 길고 넓은 우드 책상을 놓았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는 만큼 책상 위에는 그림 도구들이 가득하다.
2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주인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작업실에는 길고 넓은 우드 책상과 벽 한 면을 메우고 있는 책장과 캣타워가 놓였다. “주로 작업을 하던 오피스텔에서 캣타워를 가져왔어요. 이제 집에서도 고양이들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워요. 작업실 창문 너머로 우리 집을 훔쳐보는 길 고양이들을 보는 것도 재미랍니다.”
침실 입구의 모습. 오른쪽 안으로는 붙박이장 공간을 만들어 옷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창문으로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1 작업도 할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싱글 하우스를 원했던 정화영 씨. 이젠 집에서도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2 화장대 겸 노트북을 올려놓는 용도로 둔 우드 테이블.작업실과 나란히 있는 침실은 보다 편안한 느낌이다. 우드 침대와 노트북을 올려두는 테이블 겸 화장대는 모두 무지에서 구입한 것. 레이스 커튼 너머로 보이는 나무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안락한 침실 환경을 연출한다. 침실 입구 안쪽에는 붙박이장 공간을 만들었다. 화이트 하이글로시 소재로 옷장 문을 만들었으며 붙박이장 겉면에 외투 등을 바로 걸 수 있는 옷걸이용 후크를 달아 수납에 신경을 썼다. 옷이 밖에 나와 있으면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인데 옷을 수납하는 공간이 안쪽으로 숨겨져 있어 언제나 깔끔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1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의 모습. 벽을 그레이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우드 가구를 좋아하는 집주인을 위해 낮은 거실장은 레뮤(www.lesmieux.co.kr)에서 구입했다.
2 요리할 시간이 많진 않지만 식기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는 정화영 씨는 주방 선반에 컬러풀한 각종 냄비들을 디스플레이했다.1,2 아기자기한 데커레이션이 눈에 띈다. 무지에서 구입한 후크를 달아 주방 소품들을 정리했다. 거실의 그레이 컬러 벽에는 집주인이 좋아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걸렸다. 로스코 특유의 강렬한 색채는 이 하얀 집에서 찾을 수 있는 컬러 포인트 중 하나다. 또 진부한 디자인의 조명 대신 천장에는 직사각형의 긴 등을 자유롭게 배치해 보기에도 아름답고 율동감도 느껴지는 거실을 완성했다. 거실과 이어진 주방은 미리 생각해두었던 가전제품들이 딱 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을 했다. 특히 주방과 다용도실 사이의 벽에 크고 넓은 창문을 만들어 답답한 느낌을 줄이고 빛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화이트 컬러 때문에 집이 밝아 보여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실 볕이 완벽하게 잘 드는 집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침실과 작업실 창문도 산과 마주해서 햇빛이 별로 들지 않고, 대부분의 아파트처럼 베란다나 통유리창이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거실과 다용도실에 꽤 넓은 창문이 있어서 햇빛이 잘 들어오는 편이에요.”
1,2 작업실 문 프레임에 올려둔 고양이 조각과 거실 화분 속 작은 화분들이 귀엽다. 화이트 컬러를 많이 사용해 밝아 보이는 싱글 하우스. 아직 마음에 드는 식탁이 없어서 아일랜드 테이블을 식탁 겸 사용하고 있다. 고양이 액자가 놓인 우드 수납장을 치우고 모던한 느낌의 4인 식탁을 놓을 예정이라고. 다용도실을 살피다가 귀여운 구멍을 발견했다. 문 아래쪽에 집 모양으로 뚫린 구멍의 정체를 물으니 가장 공들였고 힘들었던 작업이라며 신선주 실장과 정화영 씨가 마주 보고 웃었다. 고양이가 다용도실에 놓인 모래 화장실을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직접 문에 구멍을 만든 것이란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드나드는 고양이들을 보니 뿌듯합니다. 다용도실 문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 지저분해 보여서 싫었는데 너무 괜찮은 아이디어 아닌가요?”
개인 작업실, 함께 살아갈 반려동물, 숲이 보이는 창문, 아늑한 침실, 깔끔한 주방…. 나열한 키워드를 하나로 모으면 이런 집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명료한 요구 사항을 제시한 클라이언트와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디자이너는 이렇게 또 하나의 그림 같은 싱글 하우스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