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에 앞서, 설악산은 등산하기 어려운 산이다. 그러므로 아래 나오는 어떤 코스든 간에 음료와 간식을 넉넉히 챙겨가야 한다는 점 명심하자.
금강산이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누어지듯 설악산도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으로 나누어지는데 기준은 대청봉이다.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바라봤을 때 바다쪽이 외설악, 내륙쪽이 내설악이며 남쪽은 바다쪽 내륙쪽 할 것 없이 남설악으로 칭한다.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기준은 공룡능선, 남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기준은 대청봉에서 십이선녀탕까지 뻗은 서북능선이다.
대피소는 천불동, 마등령 등산 기점인 비선대에 자리잡은 비선산장, 공룡능선의 시작이자 끝인 희운각대피소, 소청봉 주변에 자리잡은 소청대피소,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에 자리잡은 중청대피소가 있다.
등산로 기점은 다양하다. 일단 설명하면
남설악의 오색기점이 있다. 이 오색기점은 탄산온천으로 유명한 오색온천단지가 있으며 오색약수 또한 훌륭한 관광지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등산로의 기점이며 오색관리사무소에서 대청봉까지는 5킬로미터의 거리. 그런데 경사도가 정말 급하다. 오색기점의 고도는 해발 400~500미터, 대청봉의 높이는 해발 1708미터. 1200~1300미터 정도의 고도를 단숨에 올라야 하며 내리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사 급한 오르막 계단과 돌길로만 이루어져 있다. 휴식을 제공하는 평평한 길도 얼마 없다. 지리산의 중산리->천왕봉 등로와 비교되는 길이며 경치나 볼거리가 없어서 빠른 일출 감상이나 빠른 하산 용도를 제외하고는(온천욕 용도) 그렇게 인기가 없다.(반대편의 외설악이 워낙 아름답기도 해서)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소요시간은 4시간이 걸린다.
외설악의 소공원 기점이 있는데 이 소공원 기점은 속초에서도 시내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며, 권금성과 울산바위와 신흥사, 비선대 등 등산화를 신지 않고도 갈 수 있는(겨울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관광지를 도보로 돌아볼 수 있는 설악산 관광의 기점이다. 설악산국립사무소 본부가 여기 위치해 있다. 등산은 비선대로 3킬로 가량 평평한 길을 걸으면서 시작되며 비선대에선 두 갈래로 등산로가 갈라진다. 왼쪽으로 천불동 계곡 코스, 오른쪽으로 마등령 코스인데 천불동 코스부터 먼저 서술하자면 아름다운 기암절벽과 오련폭포, 천당폭포와 같은 폭포와 폭포 아래 형성된 옥빛 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을엔 단풍과 어우러져 찬란하게 빛나며 왜 이 산이 한국에서 제일가는 명산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등산화는 필수 지참해야 하며 험준한 바위 사이로 철계단과 데크로 이루어진 등산로라 낙석도 유의해야 한다. 그렇게 절경을 감상하다 보면 해발 1050미터에 위치한 희운각대피소에 닿게 되는데 여기서 대청봉까지는 2.5킬로미터, 그러나 여기서 소청봉(1550미터)까지 오르는 등산로의 경사가 악명높다. 희운각에서 소청까지의 거리는 1.5킬로미터지만 고도 500미터를 높여야 한다...약 두시간 동안의 끝없는 계단오르기...이 구간만 잘 극복하면 시야에 대청봉이 들어오면서 길이 완만해진다. 완만한 길을 따라 중청대피소에 다다르면 바로 앞으로 대청봉이 보이고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눈에 들어오는데 생각보다는 급한 편이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등정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자. 소요시간은 11.5킬로에 6시간 20분 정도로(비선대 1시간, 비선대->희운각 3시간 10분, 희운각->대청봉 2시간 10분)해가 긴 여름철엔 체력만 받쳐준다면 아침 일찍 소공원에서 올라 오색으로 내려와 온천욕을 즐기는 일정의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오색 하산길은 3시간-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휴식시간까지 합해서 10시간-11시간 정도 잡으면 해가 긴 여름철이면 충분히 가능)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마등령 3.5킬로란 이정표가 보이는데 마등령은 설악산 북쪽에 위치한 안부로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기점이자 설악산의 산악미를 상징하는 공룡능선 등산로의 기점이면서 백두대간상의 중요한 지점이다.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갈 수 있으며 법적으로 출입금지된(!!!)백두대간상의 봉우리인 황철봉으로 향할 수 있다. 오른쪽 마등령 등산로로 접어들자마자 무시무시한 깔딱고개가 이 곳을 찾을 위키러를 기다리고 있다. 비선대에 도착하자마자 올려다보이는 세 암봉 중 장군봉을 우회하는 길인데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길이 0.8킬로나 계속된다. 이 길을 지나서 계속 오르다보면 능선길에 닿게 되지만 해발 200미터(비선대의 고도)에서 해발 1322미터(마등령 고도)까지 1100미터를 불과 3.5킬로의 거리로 올라서는 수고는 만만치 않다. 대신 경관이 끝내준다. 아래쪽으로는 점차 낮아지는 비선대에서 올려다보았던 세 암봉, 옆으로는 화채능선과 대청, 소청, 서북능선과 천불동계곡의 기암괴석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운해라도 깔리는 날이면 신선이 따로 없다. 비선대->마등령까지는 보통 사람 기준으로 3시간에서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이후 오세암으로 내려서도 되는데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1.4킬로로 비교적 짧지만 비선대에서 올라올 때만큼 험준해서 내려가는 데도 1시간 10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된다. 오른쪽이 아닌 바라보자. 5.1킬로 희운각대피소라는 이정표가 보일 것이다!! 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공룡능선이 기다리고 있다!! 공룡능선의 암릉미는 한국의 어떤 바위산을 찾아도 공룡능선에 비견될 수는 있어도 빼어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며 계절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다 다르다. 가을과 겨울이 특히 아름답다.(겨울에는 특히 각오해야한다. 설악산의 강추위와 엄청난 적설량, 그리고 엄청난 눈으로 인한 입산통제로 인해 한겨울 공룡능선을 가는 것은 엄홍길에게 히말라야 신이 정상을 허락하는 것과 같다!)대신, 너무나 아름다운 만큼 정말 힘들다...... 거기다 흙길이 아닌 죄다 바윗길이며 로프가 설치된 곳도 많이 만난다. 거기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계속 반복하는데 문제는 경사도가 장난아니라는 점이다.(무릎 작살나기 좋은 곳, 양손을 로프에 매달려야 하기에 스틱 쓰기가 귀찮은 곳)한국 산의 깔딱고개는 실로 여기 다 모여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다른 산에선 길어봤자 1킬로 즈음의 깔딱고개가 비록 내리막도 섞여있긴 하지만 무려 5킬로나 지속된다!!!!!!! 소요시간은 5시간~5시간 20분이며 등로에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어도 체력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설악산 등로 중 탈진사고 비율이 정말 높은 곳이다. 대신 날이 맑으면 경관에 취해 고통을 잊을 수 있다. 정말 추천할 만한 등로지만, 체력관리에 유의해야 하며 공룡능선 등산시는 준족이 아닌 이상 상 희운각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편이 좋다. 공룡능선 코스가 힘든 만큼 쫄리면 소공원-천불동- 희운각 대피소까지만 가서 희운각 삼거리에서 공룡능선 쪽으로 500m정도만 올라가서 신선대에 올라 공룡능선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가 긴 여름이면 천불동계곡을 통해 내려가거나 희운각에서 소청봉을 통해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운동선수 정도의 체력이 아니라면 대피소나 버스에 도착한 즉시 피로 때문에 곧바로 잠들 것이다. 어느 쪽을 기점으로 잡든 공룡능선 등로는 경관은 아름답지만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국립공원 등산로의 단일 코스로는 제일 힘든 곳이다. 어쩌면...공룡능선은 그냥 다른 봉우리에서 바라보는게 가장 아름다울지도....신선대에서 보는게 몸도 편하고 괜찮을 듯.
첫댓글 11일(수) 설악산 등반 참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