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곶자왈은 용암이 만들어낸 요철지형과 함몰지 등이 다양한 식생서식환경을 만들어 식물종 다양성을 높인다. 함몰지형 높이를 따라 서로 다른 양치식물들이 자라는 모습. | ||
세계적 보고 수준…식물상 조사 활발하게 이뤄져
제주고사리삼·개가시나무 등 멸종위기식물 서식
개발·환경변화 생태계 다양성·지속가능성 '위협'
좁은 면적·생물다양성 풍부
가을을 맞아 생태교육을 나온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산양곶자왈을 찾았다.
종가시나무를 비롯한 늘푸른잎 나무들이 곶자왈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가을빛은 나무사이를 뚫고 나무아래 식물들에게 까지 생명을 주고 있다. 함몰지를 가득 메온 밤일엽 군락은 여전히 푸르고 싱싱하다.
하지만 늦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탓일까. 여름보다 더 극성으로 달려드는 모기와 진드기까지 아이들에게 곶자왈은 쉽지 않은 곳이다. 자칫 아이들에게 곶자왈이 무섭고 불편한 곳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마음 쓰이지만 곶자왈은 우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 또한 느껴야한다.
▲ 개가시나무 | ||
우리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주는 아름다운 꽃과 나비만 있는 곳이 아니라 피를 훔쳐가는 곤충과 벌레, 사람을 위협하는 뱀과 진드기마저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 곶자왈이자 자연임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생물다양성만 보더라고 곶자왈은 이미 세계적 보고라 할 만한다.
곶자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곶자왈내 식물상 조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조사마다 식물종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처음으로 곶자왈에 대한 식물상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것은 2006년 제주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가 실시한 연구과제인 '제주도 곶자왈의 특성조사를 통한 체계적 관리방안 연구'보고서다. 당시 보고서는 곶자왈 지역에는 관속식물 472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보다 절반정도 밖에 안되는 수치지만 곶자왈에 대한 첫 종합적 식물상 조사결과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후 환경부가 2012년 실시한 '곶자왈보전 및 현명한 이용대책 마련 연구'에서는 총 638종으로 크게 늘어났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3년 한라산연구소가 발표한 '곶자왈환경자원조사'에서는 모두 750종이 확인되는 것처럼 곶자왈내 식물상은 여러 조사를 거치면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곶자왈에 새로운 종들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한라산에 대한 연구에 비해 곶자왈에 대한 식생조사는 200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기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결과가 축적된 결과다.
아직도 곶자왈이 갖는 생명력에 대해 우리가 다 알지 못하기에 향후 조사결과에서 이러한 식물상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곶자왈이 품은 식물상
과연 곶자왈이 품은 식물상은 얼마나 다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관속식물상은 4371종에 이른다. 제주에는 1990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곶자왈에서 발견된 관속식물은 750종이니 면적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제주도 전체 면적 중 6%가 채 안되는 곶자왈에서 만날 수 있는 종수로는 매우 많은 수치다.
특히 양치식물은 111종류로 제주도내 서식하는 양치식물 197종 가운데 56.3%를 차지하고 있어 곶자왈이 양치식물 보고임을 증명한다.
이름난 식물 종을 보며 곶자왈을 대표하는 식물로 널리 알려진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대흥란 개가시나무 솔잎란처럼 멸종위기식물 6종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식물은 서식지가 제한적이고 개체수도 적어 쉽게 볼 수 없기에 귀한 대접을 받고 있기는 하나 달리 생각해보면 진짜 귀하고 칭찬받아야할 것들은 비록 흔해서 푸대접을 받지만 곶자왈에서 잘 적응하며 왕성하게 번식해나가는 터줏대감 같은 식물들이다.
▲ 제주고사리삼 | ||
곶자왈을 750종이 넘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 천국으로 만드는 것은 곶자왈만이 갖는 지형지질이다.
곶자왈은 현무암 용암이 만들어낸 함몰지나 요철지형, 튜물러스, 용암돔, 궤, 동굴, 습지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갖는다.
함몰지를 따라 형성되는 미기후가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지질지형에 따라 형성된 다양한 기후조건은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근원이다. 다양함이 또 다른 다양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연생태계나 인류 사회에 있어 다양함은 풍부함이자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2012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채택한 제주선언문은 '인류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인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은 인류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양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은 늘 새롭고 다양한 상품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힌다.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음은 다양함을 곧 다름을 넘어 틀림으로 인식하고 있음이다.
숱한 생명을 떠나보낸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바라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을 하는 한편에는 그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어대는 '폭식투쟁'이 벌어지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니 과연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사회인지 암담하다.
자연에 대해서도 꽃을 찾고 산과 오름을 오르지만 한편에는 우리 욕심을 위해 수많은 종들을 희생시킨다.
봄에 일어난 비극이 가을이 되도록 아물기는커녕 더욱 상처가 덧나고 있듯이 곶자왈도 개발과 환경변화로 다양성이 줄어들고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속담처럼 인간 삶이나 자연생태계에 있어 지속가능함은 다양성에서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