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그 이름 강릉
세월이 흘러서 그런가. 자꾸만 옛날이 그리워진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꿈이 있고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강릉을 떠나와 살면서도 항상 그곳을 잊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그 옛날 꿈이 그려져 한때 황홀함 속에서 살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삼척이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학교가 없었다. 그때는 삼척시에 고작 하나 공업중학교가
있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눈이 색맹이어서 입학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강릉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나는 여기에서 소년기의 아름다운 때, 중・고등학교 6년을 보내
면서 인생의 눈이 트여짐과 함께 문학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것을 더 크게 달성시키려고 대관령 운무를 바라보며 막연히 서
울 갈 생각도 했다. 이것이 실현되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가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1956년 문예지 「현대문학」
에서 추천을 받고 문단에 나왔다. 이 모두가 강릉 유학 덕분이었
다. 내 젊은 나이로 한창 시를 쓸 시기에는 대부분 시의 배경이
강릉이었음을 밝힌다. 그때부터 나는 외지에 와 살면서 시의 정
서는 시골이었다. 그러므로 어쩌다가 강릉 사람들을 만날 경우
금방 친해지고 말을 많이 한다. 상대방도 내 말에 빨려 들어 별스
러운 얘기까지 하게 된다. 진짜 토박이 강릉 사람들을 만나면 말
씨가 어찌 그리 부드럽고 고운지 말 몇 마디에 정이 든다.
강릉 이야기
해도 해도
삶의 향기
50 강릉 가는 길
끝이 없는 말
입안의 묘한 움직임으로
향기를 피운다
ʻʻ아이 어엽소 언제 그리 베를 짜았소ʼʼ
ʻʻ영세 옥식기 그리 마시와아ʼʼ
ʻʻ아재요 감이 누렇게 익거들랑 또 오오야아ʼʼ
젠주 앞바다가 퍼렇게 일어선다
대관령이 어쓱하게 어깨를 편다
어떻게 살았길래
눈물이 도는가
길이 나서는가
모두 다 환하게 펴진 얼굴
미소가 깊이 솟는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널어 놓는 사설
해질까 두렵다
말씨뿐만 아니라 <강릉>이란 글자만 봐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
다. 그 글자 속에 강릉이 환히 떠오른다.
한번은 서울 변두리를 가는데 눈앞에 커다란 간판 <강릉칼국수
뚜가리집>이 보였다 불현 듯 들어가고 싶어 그 집에서 점심을 했
영원한 그 이름 강릉 51
다. 주인에게 강릉 얘기를 물으며 칼국수를 먹었다. 칼국수 맛이
한결 좋았다.
강릉을 떠나온 사람들, 또 현지에 있는 사람들 모두 모여 「강
릉사랑문인회」를 조직하였다. 그 사랑회에서 문집을 내고 있다.
책이 나올 때마다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두 다 강릉 얘기를
꽃피워 놓고 잔치를 베풀기도 한다.
나도 필진의 한 사람으로 글을 발표하고 있다. 요 얼마 전 「강
릉 가는 길」제5집이 나와서 주일날 교회에 몇 권 들고 나갔다.
교회에는 강릉 출신 장로들이 몇 있어서 서로 얘기하기가 좋았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책을 나누어 주었다. 생각지도 않던
일이라 모두 다 좋아했다. 책을 받자마자 어떤 장로는 아는 사람
글이 있어 반갑다며 즉석에서 읽었다. 강릉 얘기가 나오자 제각
기 한 마다씩 했다.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얘기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나의 영원한 이름 강릉!
내 마음속에 늘 남아 어머니 같은 사랑과 따스함을 더해주고
있다.
산과 바다와 냇물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내게 다가와 오늘도
내게 행복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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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性敎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시인
1932년 삼척 출생.
강릉상고(12기)졸업. 국학대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석사 및 동 박사학위 취득.
1956년 ʻ현대문학ʼ지에서 미당 서정주 선생 추천으로 등단.
시동인지 ʻ60년대 사화집ʼ에서 활동(박희진, 성찬경, 박재삼, 박성룡, 범대순, 신기
선, 이경남, 구자운 등).
성신여대 교수 역임(도서관장. 이문대학장, 교육대학원장, 정보산업대학원장).
한국기독교 문인협회,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 역임.
수상: 현대문학상, 원탄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한국문학상, 미당시맥상.
저서 현대시의 모색, 한국현대시연구, 한국현대시인 연구
시집: 산음가, 겨울바다, 보리 필 무렵, 눈 온 날 저녁 등 10권.
시선집: 대관령을 넘으며.
시전집: 이성교 시전집.
수필집: 영혼의 닻, 구름 속에 떠오르는 영상, 동해 하얀 파도를 따라.
현재) 성신여대 명예교수.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