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씨
혈압이 좀 높은디
워째
140에 100
.......!!, .......!!!
전번 장날 잰 혈압은 정상 이었는디!
......!
혈압은 컨디션에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겨
잉, 컨디셩이 뭐여?
......!!!, ......!!, ......!
점 빵(슈퍼)에서 파는 사탕!, 모르는겨?
우째, 우리 동넨 수퍼 없는디!
......, ......!
......, ......!
걱정할거 없시유, 키하고 몸무게 재시유?
내 양산 어디능겨?
......!
내가 찾아시유, 여기, 누가 사준 거여?
딸! 당진 사는 딸이!
좋게 시유......!
잉!
세월의 무게는 저마다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측정 불가한 중량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이 나고, 살며, 죽는 과정에서 누구나 지게 되는 삶의 무게를 곁눈질 없이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있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충청남도 당진의 합덕 복지회관에서 있었던 ABO 의료봉사는, 거의 270여명의 평균 연령 78세, 할아버지, 할머니를 돌보는 강행군이었습니다. 모두가 내 아버지요, 어머니이신 그분들의 체취가 좋았고, 어눌한 행동이 불편하지 않았으며, 내 순서가 먼저라고 떼쓰는 모습이 밉지 않았습니다.
18살에 남편 얼굴도 모른 채 시집와서 7남매 낳고 길러, 이제는 다들 도시로 나가고, 영감 없는 집에서 혼자 사신다는 점자씨! 그 까맣고 투박한 손을 혈압계에 넣으며 물끄러미 허공을 응시하던 파리한 눈빛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점자씨!
시집가도 되게시유
잉
나가(나이) 맷살인디?
피부가 이렇게 뽀얀디 나가 무슨 소용이유?
미팅 한번 할라나!
......!!, ......!
내 지팡이는 ......!
미팅은 ......! 미팅
......!!, ......!
키는 쟤서 뭐 한디야
점자씨, 시집 보내려고 ......! 미팅은
내가 본래 키가 컸는디, 지팽이 땜새 쪼그라 지시유!
알아유, 그래도 이뿌시유, 미스 코리아보다도......!
미팅은!
기력의 쇠함을 언제 자식들에게 푸념 한번 했나요? 오히려 내 기력의 쇠함이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하며 마음 졸이시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들......! 지난 삶의 고단함이 겹겹이 쌓여 주름의 내를 이루고 골을 만들었습니다. 한 몸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육신의 노고야 세월 탓이라 하지만, 가슴에 묻고 사는 자식들이 그립도록 보고 싶을 땐 그저 눈물만 지울 뿐입니다.
마을에서 점자씨의 걸음으로 버스정류장까지 20여분을 걸어야 하고, 다시 버스로 15분 걸려 읍내에 도착해서, 여기까지 또 20여분을 걸어서 오셨답니다. 밤이면 허리가 쑤시고, 무릎이 시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입에 침이 말라 음식물 삼키기도 힘들다는 점자씨! 청솔가지 다발다발 머리에 이고 합덕의 들녘을 누비던 빛난 청춘은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지고, 소분하듯 점자씨의 머리위로 이팝나무의 하얀 꽃가루만 조용조용 앉았습니다.
당뇨 검사는 한 겨여!
잉
초음파는, 의사 선생님도 만나 본거여?
잉
우째?
괜찮다는디
추카 해유!
긴데......!
......!, ......!
나 진짜 시집가도 되겠능겨?
암이지, 충분 하지
저어기, 남학생들 중에 골라 봐유?
잉, 저기는 없시유......!
그럼, 미팅을 해야 하는디!
우리는 모두가 다 늙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신 것처럼 예외 있는 삶을 누구에게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지난한 삶을 통해 그리 멀지 않는 장래의 우리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고, 왜 좀 더 경건해야 되며, 겸손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하느님께서 선택해준 합덕에서의 3박4일은, 말라가던 자양분에 은총 가득한 생명수를 담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점자씨가 지는 볕을 등에 지고, 약봉지 추스르며 힘겹게 나가시던 문간에서 잠시 서성거려봅니다. 웬 걸! 그 마른손에 만 원짜리 한 장 쥐어 드릴 걸! 컨디셩 사탕 사 드시게, 아니! 점자씨 마을엔 슈퍼가 없다고 했는데......!, 잠시 기다리시라 하고 얼른 뛰어가 사탕 몇 봉지 사서 안겨 드릴 걸, 미팅은 남학생들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 해드릴걸!
모두가 빠져나간 빈 마당에서 엄마에게 조용히 핸드폰을 꺼냅니다.
엄마! 시집 갈라요......?
첫댓글 아! 뭉클!
근디, 아흔 둘 울엄마는 암망캐도 미팅에 안 끼워주실끼라......
미르씨! 애썼습니다. '노인을 거부하는 시대'에 당신은 노인을 생각하는 시대정신을 지니셨군요,
요즘 '꽃보다 할배'라는데 우리도 새로운 프로그램 타이틀을 뽑읍시다.
'꽃보다 미팅'으로 말이죠.
체험에서 우러나온 글이 힘찬 생명력을 가집니다.
'점자 할머니'를 향한 미르씨의 연민의 정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시금 그 날이 생각나서 마음이 시려 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미르님!의 진면목이 보여집니다.
항상 어디서나, 어떤자리 가리지않고 최선을 다 하시는 모습 큰 박수를 보냅니다.
큰 몫을 택하신 미르님 홧팅임당.^*^
긴 장마와 더위에 엄청 수고 많으셨습니다. 큰 박수를 보내드리며 주님의 풍성한 은총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미르님! 민들레님! 모두 모두 무더위와 장마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구수한 점자어머님의 사투리도 글로 감칠맛 나게 올려
주시고ㅋ
주님의 큰 축복이 넘치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미르님 더운 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보람있는 은총의 시간 보내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