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사량도(蛇梁島)
4월1일 김해 문화회관에서 가수 해바라기 공연이 있어 아파트 후배가 부부 7쌍을 모신다고 같이 가야 된다고 마누라가 종알종알 거린다. 누가 포경수술 했다고? 해바라기 같은 소리 하시네.... 나는 간다 ! 사량도로........
8시정각 부산 서면앞에서 고운비 친구가 16명을 거느리고 대절 차에 시동을 건다. 대구,울산,밀양에서 온 친구들이다. 서부산 톨게이트에서 은모래 친구가가 김해넘들을 치마폭에 휘감아 승차하니 차는 고속도로 내달아 마산에서 진우친구가 경남 친구들을 태우고 마지막으로 고성에서 꽃향기 친구가 타니 차안은 무르익은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고성을 지나 상운암 선착장으로 가니 공룡들도 우리친구들을 기꺼이 환영한다. 배에 오른 친구들은 먹을거리를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와 물살을 가르는 배 선상에서 마도로스인양 폼도 잡아 본다. 도착한 사량도에는 등산객이 너무 많다. 전번에 간 사량도 지리산 등산로가 외길 외통수 이던데 이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현실로 다가 온것이 산 들머리길을 지난 약 500m지점. 가파른 길을 올라 쉬고 출발하려 하는데 사람들 북세통에 길을 가지못한다. 친구 45명중 일부 정통산악파는 정체차량들 틈에 끼여 등산을 결정하고 나중에 출발하려는 20명은 전광석화 같은 잔머리를 굴려 해안도로 산책을 결정하고 오른 길을 돌려 내려온다. 산 들머리길을 들어섬과 동시에 날머리 길로 나온 사람들. 희안한 사람들. 필자도 잔머리파에 끼였다.
선착장 마을 리장께서 우리가 올 것을 예상하고 마을 어귀 멋진 팔각정을 만들어 놓았다. 일단 먹고보자. 가방을 열어보니 가져온 밥들이 사열하듯 줄 서고 그 뒤를 따르는 반찬들이 만만찮다. 미르치 뽁음.깻잎절임,마늘 짱아치,동그랑땡,오징어 젓갈,미역국(미역국 본 김에 아 놓으세!) 각종김치, 이런 저런 반찬들이 다 모이니 그야말로 진수성찬. 그기에 오늘의 하일라이트 봄나물 묻침,고딩이된장.... 나랏님이 먹는 수랏상도 이 보다 더 좋으리... 산행 총무.... 멋 떨어진 은지는 남들은 차창밖을 보며 풍경을 즐기는 사이에도 바쁘다. 배 탈때 내야하는 이름과 전화번호도 적고, 민생고 해결을 위해 회비도 거두고 하는일이 많은데 또 어디서 가져왔는지 산베이 과자도 나누어 주고, 조금있으니 "야 ! 떡무라" 카민서 떡도 주고, "다음에는 엿도 주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얼씨구나 ! 술 마실때 썩어 먹으라고 지리산 솔닢 액기스도 주고, 어떻게 가져 왔는지 갖은 양념에 봄나물을 맨손으로 쓱쓱 무쳐 주면서,(손맛이 가당찮음) 우렁쉥이 국도 적게나 가져왔나, 한 솥을 가져와 친구 들에게 베푸니, 은지 당신은 복 받을걸세. 주기를 이렇게 잘 주시니...... 주는대로 모두 홀라당 받아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해변도로 산책에 나선다.
바다를 따라 생긴 포도길. 길옆에 선 벚꽃나무의 하이얀 마음이 때묻은 내 가슴을 조금이나마 씻어준다. 유채꽃도 벚꽃 못지 않구나. 갓 봉우리를 터트린 동백꽃의 선붉은색에 마음도 동하고 띄엄 띄엄 시골집이 정겹다. 폐허가 된 저 집은 누가 살았을까? 슬라브집 옆집 돌담이 벽돌담보다 휠씬 보기 편하다. 저기 쑥캐는 아낙은 처녀시절 봄나물 캐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바구니에 쑥을 담고, 앞서가는 등산객에게 말도 걸어보면서 온갖 여유를 부리면서 대항 선착장 주변에 당도한다.
명색이 등산인데 여기서 말 순 없다. 정통파들이 지리산 불모산을 지나 찻집 아지메를 만나고 좌회전하여 대항 선착장 으로 내려온 길을 꺼꾸로 오른다. 오후 2시 40분에 마루,운석,장꼴,늘첨처럼 이상 5명이. 가파른 오르막을 달음박질 하듯 오르니 숨이 목에 찬다. 정통파들이 가져 온 바통을 잔머리파가 이어 받아 옥녀봉을 향해 전진 또 전진. 약 50m의 외줄타고 오르기가 스릴이있다. 오르니 가마봉이네. 대구 친구들한테 전활해보니 정통파들이 교통정리 문제로 아직 불모산 에 도착을 못했다고 한다. 가마봉에서 저쪽 바닷가를보니 바다가 넓고 푸르다. 다시 꼬불 꼬불 바윗길을 타고 앞으로 나가니 절벽계단이 우리를 기다린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먼저내려간 장꼴이 위로보며 한컷 때린다.
내려와 조금 더 걸으니 이름하여 옥녀봉이 옷깃을 여미고 우릴 기다린다. 오를때 90도경사의 절벽 약 20m 밧줄타고 오르고 내릴때 90도 절벽에 사다리로 내리거나 밧줄타고 내리는 이산의 제일 멋진 코스. 먼저 오르는 마루에게 "퐈이링"을 외치면서 응원한다. 다음은 장풍이 오르고 또 다른이들도 오른다. 내리는 절벽밑에 늘첨처럼이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마루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며 엉덩이 좀적게 나오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하니 늘첨처럼은 마루 엉덩이를 줌인하여 큼직만하게 사진을 찍는다. 마루란 닉은 친구가 산 타는것을 보니 거의 산 천사 수준 인것을 보면 마루는 이 글짜를 생각하면서 닉을 지은것이 분명하다....宗
조금더가니 옥녀 무덤이 보이면서 대항항쪽으로 접어든다. 시간이 근 5시. 배시간 늦을라. 자 ! 뜀박질하자. 이렇게하여 사량도 지리산,불모산은 정통파가 이어 가마봉 옥녀봉은 잔머리파가 주파했으니 사량도 전체를 우리 모임에서 완주했다. 청마 친구께서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하네.
배가 떠난다. 쪽빛 남해바다 사량도 ! 언제간 또 한번더 오겠지. 그때까지 잘 지둘러~ 버스옆 뒷풀이가 시작된다. 멍개,해삼,조개,찌짐,은지 손맛이 담긴 고딩이국,소주 50병. 게눈이 어디 있는지 찾는다. 돌아오는 차안이 여흥이 흥겹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