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나눔시앗
가을
지연희
어쩌자는 것이냐
해는 서산에 기울고 바람조차 미동이 없다
어쩌자고 자꾸 울고 있느냐
새야,
지금은 땅거미 진 어스름의 마른 들녘
그 좁디좁은 가슴 팔락이며
소리조차 목울대를 넘기지 못하는
울음
오늘 밤
창문 너머로 잠은 들여놓지 말자
- 나눔문학 2012겨울호
분갈이
기윤희
바람 살랑이고
햇볕 좋은 아침이면
이사하기 딱 좋은 날
주섬주섬 일어나
느릿느릿 화분 챙겨
녀석들 이사하는 날
화분은 씻어 청소하고
흙은 섞어 양분하고
녀석들 표정 살펴
조심히 떼어 살림 내주면
다시 언제쯤 새끼를 칠까
은근한 기대에
웃음이 난다
한웅큼 물로 세안을 하고
기분은 좋으냐
다독다독 정리를 하면
해는 어느새 중천
녀석들 이사에
애먼 내 허리가 아프네
- 나눔문학 창간호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어요
김현옥
잘 사는 나라
살기 좋은 나라는
바른 소비생활에서 와요
사회 기여가 많은 가업을 사랑해요
문학은 예술의 꽃
시는 문학의 장자
글이 사고思考
예술은 정신
시를 사랑하는 나라
책을 읽는 나라 만들어요
형체는 미술
친절, 서비스는 정신 문화
문화 국민, 민주 국민이
선진 국민
사람들은 악에 쉽게 물들어요
세상을 아름답게 가구어요
나무가 나무에게
신호준수
비오면 오는 그대로
해 비추면 비추라하고
마냥 서있는 이름
나무
닮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탓하지 않는 심성이었다.
가지를 키우며
잎을 자라게 하며
기다려주는 마음 또한
같이하고 싶었다.
나는
나무이고 싶었는데
바람은
눈보라는 흔들어
흔들어 눈물짓게 했었다
그래도
미워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김태웅 만호초
황색 피부를 가진 사람
차가움이랑 따뜻한 느낌이 있어요
행복한 마음
흰색피부의 사람들을 보면
도화지가 생각나요
깨끗한 마음
검은색 피부의 사람을 보면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생각나요
편안한 마음
저, 붉은
염창권
간다는 말,
뚜껑 열린 맨홀처럼 푹 꺼졌다
그때 손이 닿지 않는 절벽이 날 에웠다
숨겨진 구멍이 몇 개일까,
저 꽃 붉은 혀 아랜
- 나눔문학 2015가을호
가로등
박성애
남녘 땅끝 저 멀리 훤 물결로 계실까
실루엣 풍경 마냥 창가에 스치는 빗소리
온밤을 깁고 기워도 기워지지 않는 얼굴
보랏빛 생각 하나 밤하늘에 띄워 볼 때
영혼의 바다 위로 자박자박 오신 어머니
캄캄한 세상을 밀치듯 상흔을 밀어낸다
먼 산을 응시하는 생각의 끝자락
은밀한 속엣 말을 문득문득 움켜 잡고
호젓한 네온 불빛 받아 그 꿈 내 안에 보듬다.
- 나눔문학 2014가을호
바람이 되어 무등의 손을 잡다
곽성숙
억새밭 길을 언제 걸었던가
저 수려한 서석대와 입석대,
그 곁에 언제 서 보았는가
내 몸이 청명하던 날에
수시로 걷던 바람재,
마음이 쩍쩍 갈라지던 날,
무연하다 주위가 온통 허적였을 때,
토끼등의 약수 마시러 가던 날,
웅웅대는 소리로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을 때도
나는 그 언저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열매들이
모처럼 외출하려는 에미의 발등을 떠나지 않고
종아리나무 터널을 뱅뱅 도는 것처럼
설명할 수 없는 불안으로
나는 무등의 주변을
간혹보다 잦게 서성였다
지금,
내 몸이 몹시 흐린 날
서성이던 어린 나는 바람이 되어
엄마의 품으로 안나주던
넓은 무등의 손을 잡는다
금목서 은목서
김을현
너는 은목서 나는 금목서
양림동 고샅길 향기를 따라갔더니
은성유치원 담벼락이 노랗다
순식간에 사십 년 전으로...
아 고무신 가득 넘실대는 향기
배꼽 닿은 키높이 자국이 뿌옇다
은목서와 금목서,
색깔은 다른데 냄새는 같구나
오웬기념각 해설피로
핑그레 떨어지는 은단풍 잎새
다정도 병인양
발등상을 지르밟고 가네
다문화 사랑
백국호
무궁화만 피는 줄 알았던 동산에
나팔꽃 채송화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핀다.
오래 전에 먼 길을 걸어와
날마다 나를 안아주는 꽃들.
그들이 바다를 건너오지 않았다면
내 뜨락에서는
오늘 누가 나를 불러줄 것인가.
나는 누구와 차 한 잔을 나눌 것인가.
봉숭아, 나팔꽃처럼
삼천리강산의 꽃이 되겠다고 온
내 이웃에 뿌리내린 그들.
우리 모두 손을 내밀어주자.
탐스러운 열매를 맺도록.
- 나눔문학 2013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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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詩앗 운영위원회 일동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