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ingary님,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대법에 묻는다>
문학은 항상 우리에게 질문한다. ‘너의 도덕과 국가의 도덕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넌 어떻게 할 것이냐?’ 전자는 ethic(윤리)의 영역이고, 후자는 moral(도덕)의 영역이다. 우리말로는 도덕과 윤리는 차이가 없지만, 서양은 moral로서의 도덕과 ethic의 윤리를 정확히 구별한다. 그렇기 때문에 moral과 ethic이라는 영어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겠다. 먼저, moral은 국가의 윤리·집단의 규범이다. 법과 전통, 관습이 이에 속한다. 국가나 힘있는 집단이 규정한 선과 악에 따라 국민들은 행동해야 한다. 반대로 ethic은 ‘나의’도덕이다. 행동의 기준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국가가 ‘이건 옳다, 이건 그르다.’하는 것과는 별개로 개인이 좋으면 좋은 것이고, 개인이 기분이 나쁘면 그른 것이다.
자칫, 위험한 주장처럼 들릴 수 있는데, 근대 이후 문학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다뤄왔다. 일례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는 시골의 권태에 가득찬 한 늙은 부인이 등장하는데, 결국 그 부인이 권태를 견디지 못하고 바람을 피워버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moral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천하에 때려죽일 나쁜 년이다. 당시 시대의 도덕으로는 여성은 정조를 지켜야 한다. 위험한 내용 때문에 시대의 외면을 받았을 것 같은가? 아니다. 이 소설은 당대 유럽의 최고의 히트작이 된다. <마담 보바리>를 읽으면, 독자는 늙은 부인의 권태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녀가 바람피우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이렇듯 문학은 moral이 아닌 ethic을 다룸으로써, 도덕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시켜 왔던 것이다.
최근, 대법원이 13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무죄판결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마치 소설 <은교>와 나보코프의 <롤리타>의 한 장면같다. <은교>와 <롤리타>, 각각 70대 노인과 18세 소녀의 사랑, 60대 노인과 12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두 소설 모두 문제가 될만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두 소설의 결말도 모두 똑같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밝혀져 사회의 지탄을 받고, 결국 남자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두 소설의 비극적 결말과 달리, 대법은 40대 남성과 13세 소녀의 사랑을 인정해줬다. 여기서,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위에서 설명했듯이 moral의 영역을 담당하는 법원이 문학의 윤리인 ethic에 따라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40대 남성과 13세 소녀도 물론 사랑을 할 순 있다. 그 둘의 개인의 윤리에 따른다면, 둘의 사랑은 옳은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통념 즉, moral의 영역에서 보자면, 둘의 사랑은 그른 것이다. 주로 국가와 집단의 윤리를 대변하던 대법이 moral이 아닌 개인의 윤리, 즉 ethic의 편을 들어줬다. 이는 최근 미국 여러 주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추세에 비춰봤을 때 우리 대법도 꽤 진보적인 성향의 판결을 내리는 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 반대운동을 벌일 만큼 moral을 강조하는 국가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봤을 때, 우리 대법이 너무 ‘급진적’인 판결을 내린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최근, 또 논쟁이 되는 것은 쌍용차, YTN노조문제인데, 여기에 대법은 사용자인 기업의 편을 들어주며 moral에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가 기업과 국가를 위해 성실히 노동해야 한다는 moral을 들이 댄 것이다. 이런 대법의 이중인격적인 판결에 현기증이 난다. 이제 우리가 대법에 질문한다. 하나만 택해라. ‘moral이냐 ethic이냐?‘
1문단 : 문학("도덕과 윤리를 정확히 구별하는 서양"의 것도 아닌)이 '항상' 그런 질문을 던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처음에 각각 'moral(도덕)'과 'ethic(윤리)'이라고 정의를 내리셨는데 뒤에서 말들이 섞여 나와 조금 헷갈립니다..
2문단 : "근대 이후 문학"은 맨 처음의 "문학"과 다른 건가요..?
3문단 : 그럼 두 소설과 주어진 사례가 각자 사랑을 이야기한 모습은 같지만.. 두 소설의 결과는 moral에 따라, 주어진 사례는 ethic에
따라 결말을 맺은 것..이라고 봐도 될까요?
4문단 : 문단 끝 부분이 글의 첫 문장과 닿아 있네요. 인상깊습니다!
* .. 감히 총평 아닌 총평을 하자면.. 이번 문제에서 주어진 사례의 판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각 문단의 중심 문장이 담긴 듯하고.. 무엇보다 판단의 잣대를 문학을 이용해 설명하신 점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