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그림으로, 캘리그래피 세계를 가다
백라 캘리그래피 화실(원장/한진숙)
울산시 중구 태화동에 위치한 <백라 캘리그라피 아카데미>를 취재하는 날, 태풍이 지나가며 비를 세차게 뿌렸다.
혹시 궂은 날씨 탓에 수강생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캘리그래피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호기심과 궁금증, 설렘을 안고 백라 한진숙 원장을 찾았다.
백라 캘리그래피 화실은 고풍스런운 글씨가 양 벽을 메우고 있고, 코끝에 맴도는 먹 냄새는 화실을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다.
▲ “꽃”
백라 한진숙 원장을 비롯하여 붓을 든 수강생들이 글씨 연습에 열중이다.
누가 와도 모를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열중한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꽃”이라는 글씨가 예쁜 꽃처럼 변하기도 하고 “봄”이라는 글씨가 고개를 갸우뚱 그리며 춤춰 보이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글씨는 사랑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캘리그래피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백라 한진숙 원장은 “손으로 쓴 그림문자입니다.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등으로 뜻을 표현합니다.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에서 유래한 말로, KALLOS는 아름다움, GRAPHY는 서법(書法)을 뜻합니다.
흔히 '달필'이나 '능필'로 통용되기도 하구요. 요즘은 캘리그래피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캘리그래퍼는 제품의 내용과 느낌을 글씨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필체가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드러내 듯,
글이 정형화되지 않고 글을 쓴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 우리 늘 꽃길만 걸어요
수묵의 세계에 빠져든 지 삼십 년이 훌쩍 넘은 한 원장은 수묵, 수채 문인화로 초대작가전은 물론
수상과 더불어 개인전을 수차례 한 경험이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선문화 부분과 위원장, 평생교육진흥연구회 천아트 울산 지회장,
전국 서예문인화 대전 캘리그래피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이 캘리그래피 강국이라고 한다. 옷이나 벽, 간판, 등 다양하게 문자나 그림으로 접목하는 요즘,
일 년에 몇 차례 전국 혹은 서예대전 미술 대전 공모전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서예 문인화 코너에 캘리그라피가 추가되었다.
그만큼 캘리그래피가 생활 가까이 혹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현상이다.
▲ 캘리그라피 쓰기
요즘 길거리 간판들이 대부분 캘리그래피 글씨로 채워져 있다.
판본체를 많이 쓰던 예전과 달리, 미용실, 도서관, 사진관, 식육점까지도 동글동글 멋 글씨로 되어 있다.
캘리그래피 글씨는 전통적인 서예와 달리 아름다움이나 균형감, 개성 같은 요소를 강조한다.
서예와 다른점이 있다.
서예는 글쓴이의 주관과 정신을 최대한 강조하는 예술의 영역이며,
제품의 특성이나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가장 합당한 글씨를 써내는 것이 캘리그래피이다.
백라 화실의 수강생들은 오전 반, 오후 반, 야간 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오후반 소청 회장은 입문한지 만 5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러 공모전을 통해 입상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추천작가 초대작가를 거쳐
그동안에 갈고닦은 기량을 개인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총무를 맡은 다혜는 천아트 문인화 붓글씨 그리고 캘리그래피에 열중이다.
글씨를 쓸 때마다 행복감을 준다고 말한다.
백라 한진숙 원장의 지도 아래 몇 년간 수강한 후에는 자신이 강사나 지역사회봉사에 나서기도 한다고 한다.
요즘은 주변에 멋 글씨가 생활화되고 있어 캘리그래피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회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캘리그래피야말로 진정한 나만의 세계로 가는 평생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으신다.
연말에는 회원 전을 열까, 고민 중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 캘리그라피 세계에 빠지다.
“시작은 화선지에서부터 무명천으로 이어지는 나의 그림과 고운 글씨들은 일상의 이야기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붓끝에서 이루어지는 행복은 나의 열정과 더불어 자유로워요.
살아가면서 저와 인연이 닿아 소중한 모든 분들과 함께 해요.”
캘리그래피는 글씨를 쓰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에게 행복이 되었다.
잠시 머무른 이곳에서의 먹 향기가 진하고 향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