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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의 우프 WWOOF (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 체험기
은종*준영 (김준영 교무)
2009.10.19~. http://cafe.daum.net/zenfree01
난생 처음 듣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지구상에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농업,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체가 있답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고, 단 한차례의 경험이지만,
그 경험에 바탕하여 우프에 대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우프코리아(http://www.woofkorea.co.kr)에서 자료제공을 받도록 하시구요
제가 20대 후반에 경험했던 1달간의 우프 체험기를 연재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삶이 가장 무겁게 느껴질 때가 20대가 아닌가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지만,
열정과 에너지가 많아서 의욕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이 아닌가하는데요.
저도 그랬습니다.
꿈 많고 푸른 시절이지만,
도무지 앞은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할지,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감당하기가 힘겨워서 혼자서 호주로 떠났습니다...
떠나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이제 어디에 떨어뜨려져도 살 수 있겠구나."
그 안도감은 그 후의 제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본인이 20대라면 스스로 도전을 해봐도 좋겠고,
20대의 자녀를 둔 부모님께서는 자녀에게 한 번 정도 권해봐도 좋을 듯 해서,
다시 한 번 손을 봐서.. 연재를 할까 합니다..
우프(WWOOF) 체험기' <1> 우프와의 첫 만남 / 너, 우프 아니?
은종*준영 |2009.10.19.
언젠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산 속에 청정지역을 가꾸며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덜 바쁘고, 덜 공해스럽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남들은 이 시대 최고 한량의 꿈이라는) 소망을 갖고 살긴하였지만,
우프와의 만남은 뜻밖의 만남...
전혀, 유기농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국이라는 이 땅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래서 어디론가 훌쩍 달아나 버리고 싶던 차에
때는 여름,
수박을 먹으며 신문을 보다가
수박씨 한알 우연히 떨어져 닿은 곳 "너, 우프 아니?"라는 신문기사...
궁금한 건 못참아... 도대체 뭘까?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사무실 위치를 확인한 후, 다음날 바로 워킹할러데이 사무실로 출발...
저자인 이창렬씨를 만나 우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호주행 우프여행을 신청...
잊지 못할 소중한 만남의 시작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아름다운 땅, 호주 시드니, 브리스베인...
인생이란 어떤 알지 못할 힘으로 우릴 어딘가로 이끈다는 걸...
때론 자신도 인식 못하는 절실한 소망이 내 안에 자라고 있으면
그렇게 수박씨 한 알 마저도 제 역할을 다 한다는 걸....
그렇게 우프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고
우프(WWOOF) 체험기<2> 여행을 떠나기 전, 그리고 시드니.
은종*준영 |2009.10.19.
1996년 6월...
여행을 떠나기전
우프여행자로서 준비할 것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선 먼저 다녀온 선배의 말을 듣는 것...
"너, 우프 아니?"의 저자인 이창렬씨는
이 초보자의 영어회화정도나 여행경험 정도를 모르니까
현지에 있는 도우미의 회원가입을 권했다.
현지에 도착했을 때, 숙소나 기타 예약해 둔 사항이 없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장치로서 그 도우미 회원가입을 권했을 터...
순수한 의도에서...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의 도움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했고...
싼 것이 싼 것이 아니라고...
항공권을 싸게 구입했다고 기뻐했었는데,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됐으니...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우프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니까 우프책자를 구입하고
항공권만 구입하면 가장 중요한 준비는 끝난 셈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제 어디서든 열린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마음의 자세가 중요할 듯...
정작 사야할 우프책자는 한국에 여유분이 없어서 현지에 가서 사기로 하고...
결론적으로 우린 총도 없이 전장으로 나선 용감한 사람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세사람.
한사람은 젊어서 약간의 돈을 모으고 그동안 참아왔던 해외여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따로 관리하던 통장까지 아내에게 넘겨주고 온 사람.
아내는 바람이라도 난 것이 아닐까 노심초사했다는데... 지금 그는 어디에?
서울 모 건물 인테리어는 본인이 했다며 그간 모은 돈 톡톡 털어서 호주를 시작으로 유럽, 동남아까지 9개월의 우프여행을 떠나겠다던, 돌아오면 무슨 일을 하게될지 자신도 모른다던 또 한사람.
단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1개월의 바람같은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한 사람.
우린 이렇게 셋이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점심을 먹고...
아~ 이렇게 용기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가다가 문득 그만 가고 싶으면 이렇게 멈춰서버리는 사람들이 있구나...
12시간의 항공여행.
안셋항공의 친절한 승무원들...
20대 초반의 승무원들 일색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니항공에 비해서
3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승무원들... 이색적이었지만 편안한 승무원들...
드디어 도착한 시드니...아름다운 땅...
여기 한국은 여름이었는데 시드니는 겨울이라고 했다.
우린 반팔을 입고, 시원하다 느끼며 시내를 활보하는데
심하게는 겨울 외투에 장갑을 낀 사람도 있었다...
6월=여름이라는 사실은 북반구에만 통용되는 상식이라는 걸 재미있게 되뇌이며
우린 시원한 겨울을 만끽하며 도착한 첫날은 그냥 관광만 하기로 했다...
backpacker에 짐을 풀고 하버브릿지를 통과하는 유람선을 타고
지금은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어떤 섬에 다녀왔다...
오는 길...
오페라하우스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아름다운 석양으로 더욱 돋보이고...
유람선위의 연인들은 키스세례를 쏟아붓고...
그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순간...
저들은 영원토록 잊지 못하리라...
이 아름다운 석양과 그 절실했던 서로의 사랑을...
돌아와 숙소에 도착하니...
어디선가 귀에 익은 언어...
한국에서온 남자 대학생 3명이서 우리 숙소에 짐을 풀고...
처음만난 그들에게 맛있게 삼계탕을 얻어 먹고
어디서 온 누구냐며 한창 서로의 소개로 따뜻한 대화가 오고 갈 무렵...
운명적인 만남의 여주인공 등장하여 한마디 상의도 없이 무조건
"언니, 저 혼자왔는데 내일부터는 언니 따라 다닐꺼예요."
"저, 여기 오자마자 한국에서 온 여자 숙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언니 방 번호를 줘서 그 방에 가봤더니 언니가 방에 없어서 한국말 들리는 곳으로 찾아 왔노라고..."
하늘도 무심하시지...
영화보면 여행길에 백마탄 왕자같은 또는 숲속의 잠자는 공주 같은 운명적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는데
난,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보디가드, 보호걸을 만나게 될 줄이야...
우프(WWOOF) 체험기 <3> 그녀... 블루마운틴 그리고 골든코스트...
은종*준영 |2009.10.20.
무조건 함께 다니겠다는 그녀...
일단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시험해 볼 기회는 있었다.
우선 그녀의 첫인상...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 거의 첫인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나에게는 사람을 읽어내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 부딪혀오는 인상을 보고,
다음에 손을 보고, 발까지 보면 거의 내방식의 그를 읽어낸다...
하얀 얼굴에 입술을 강조한 듯한 화장술...
거의 7-8mm는 되어 보이는 그녀의 손톱을 보는 순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고...
하지만 묻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고, 몰라도 상관없지 않은가.
일단 그녀가 정말 생면부지의 나를 뭘 믿고 따라나서겠다는건지...
인연이라면 인연인 것을...
시드니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분을 만나러 가면서 1박 2일 동안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리고 그렇지 않으면 먼저 떠나도 좋다고...
나로서는 오는 인연을 막을 수도, 무조건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예정했던 시간보다 아는 분과의 여행이 길어졌다.
차이나타운의 월남쌈, 월남국수를 맛보느라,
가까운 해안을 둘러 보느라,
블루마운틴의 절경을 구경하느라 1박 2일로는 부족했으니...
커피브랜드로 익숙한 블루마운틴...
나무의 빛깔 때문인지, 구름의 빛깔에 반사된 때문인지
산 전체가 보라빛을 띤 푸른 빛으로 덥혀 있어서 붙여졌다는 산이름...
협곡의 장관과 "Three Sisters"라고 하는 바위들의 장관...
등산이라고 하면 위로 오르는 줄만 알았던 나에게 블루마운틴의 산행은 낯선 경험이었다.
일단 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 오솔길같은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코스...
이유를 설명해 주셨는데 지금은 기억나질 않는다...
그렇게 2박3일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온 여행자 숙소에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래 우린, 같이 다니는 거야...
7살이나 어린 그녀와 동행하는 일... 두고 두고 그리운 시간들...
우린 그때부터 본격적인 우프여행에 돌입했다.
우선 그녀가 가지고온 우프책자를 보고,
우프여행자를 받을 수 있는 vacancy가 있는지를 전화로 확인하는 일...쉽지는 않았다.
왜그랬는지 한국에서 대거 몰려온 우프여행자들로
우리들이 들어갈 자리를 쉽게 구할 수가 없었기에...
우린 골든코스트에서 하루를 즐기며 빈자리를 찾아보기로 하고
골든코스트로 향하는 차표를 예매했는데...
고속터미널의 진기한 풍경... 사람들이 모두들 커다란 베게를 하나씩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우린,
그냥 이 버스로 10시간 정도를 가야하는구나 그렇게 막연히 느끼면서 버스에 올랐는데...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점점 어두워지는 대지 위로 하나둘 반짝이는 별빛이 등장하고...
끝도없는 산과 들을 지나고 지나...
휴식시간이라며 내려놓는 무인도의 오아시스 같은 까페...
오로지 인공의 불빛 한줄기 간직한...
문명의 이기속에 익숙한 우리들이지만
자연의 자연스런 모습을 원형그대로 간직된 곳에 놓이면
낯선 느낌보다는 자연 속의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잘난척하고 살던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자각하게 되고 겸허해진다...
그래서 여행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철이 나게 하는지도...
밤새 자연속을 달려 11시쯤에야 도착한 골든코스트 해안...
자연은 어찌하여 이런 아름다움을 수도 없이 빚어냈단 말이지~
blue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푸른 바닷빛이 12가지는 넘을 듯...
언젠가 골든코스트 해안에서 사람이 그리워져 문득 사연을 띄워본다던 친구의 맘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일...
가장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일...
해변의 아름다움과 시원한 바람, 걸림없이 빛나는 태양...
이 모든 것들을 맘껏 즐길 틈도 없이
우린 우프여행객을 받아줄 호스트를 찾느라 하루내내 전화기에 붙어 지내는 신세가 될 줄이야...
우프여행의 관건은 스케쥴의 확인에 있다...
미리 예약된 우프호스트와의 약속과 스케쥴은 우프여행자에게 안정을 준다.
지금 생각같아서는 우프 여행을 나서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무엇이든 처음 경험이라는 것이 실수는 많아도 그 과정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언젠가 다시, 우프여행을 떠나고 싶다...
골든코스트 주위에는 우프여행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다시 브리스베인까지 올라가기로 하고,
저녁에 만난 한국 여행자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
호주는 좋았다.... 과일이 다양하고 저렴하니까...
브리스베인에 도착해서 다시 숙소를 잡았는데, 역시 여기는 한국이 아니야...
두사람이 같이 들어갈 빈 방이 없어서
한자리씩 비어있는 방으로 헤어져 들어가기로 했는데...
이게 웬 걸... 4인 1실에 1명이 남자라는데...
카운터에서 "만약 이상한 사람이면 방을 바꿔줘야 한다"는 확답을 받고
조심스레 두드린 방에서 문을 열고 인사를 하는 사람은...
호수보다 맑고 푸른 눈빛를 가진 호주인 남학생...................................
우프WWOOF 체험기<4> 맑고 푸른 호수 같은 눈을 가진 미소년..........
은종*준영 |2009.10.29.
하얀 얼굴에 호수보다 맑고 푸른 눈동자, 길게 휘어져 감길 듯한 속눈썹...
카운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나 미안한 맘을 감추며, 그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
여행길에 지친 우리는 일단 말없이 침대에 몸을 실어 긴 휴식을 취하고...
저녁이 되어 침대 밖으로 빼곡이 얼굴을 꺼내곤 서로의 소개를 시작으로
어느새 우린 친구가 되고...
워킹할러데이이라며 6개월은 일하고 6개월은 쉬면서 여행을 하는데
지금이 할러데이라던 친구,
캐나다에서 여기까지 배낭여행을 하며 히치하이킹으로 호주를 돌고 있다는
나이가 많아보이던 여인,
아름다운 눈동자에 아름다운 미소를 지녔던 호주 대학생이라던 그,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던 소망하나로 거기까지 흘러갔던 이 사람...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혼신을 다하는 일"이라며 입을 모았던 그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아침에 서둘러 떠나오느라 그 호수보다 더 맑고 푸른 눈동자는 다시는 볼 수 없었고...
그래서 선명하고 유일하게도 기억에 남는 눈동자...
비로소 이제 진정 우프여행의 길로...
그녀는 브리스베인 숲속의 젊은 부부의 가정으로,
난 근교 시티 팜 노부부의 가정으로...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만난 지 언제였다고 벌써 그녀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쉽고...
그녀는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메모로 의사를 소통했다니...
밤마다 난 그녀의 보호자 아닌 보호자가 되어 안부를 확인하고 호스트와의 통화...
다행인 것은 그때 브리스베인에서의 시내전화는
시간에 관계없이 횟수로 요금이 적용되는터라 요금부담은 없었고...
일단 짐을 푼 곳은 중국계 호주인이었던 가정으로
할아버지는 해양학으로 시간강사를 하시다 퇴임하신 분,
할머니는 오랜동안 약사일을 하시다 가끔 부업으로 사업도 하셨던 활동가.
할머니는 늘 강조하시곤 하셨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해야한다고, 몸매 관리는 기본이고..."
우퍼로서의 내게 주어진 첫 과제... 오래된 대문과 창틀의 페인트를 칠하는 일...
그런데 이게 왠 걸~ 할머닌 내게 일만 시켜놓고 집안으로 들어가버리시는 게 아닌가?
궁금한 건 못참아...
"할머니, 책에 보니까 호스트랑 같이 일하고, 같이 대화하고, 같이 쉬던데...
저 혼자 이 일을 하라구요?"
할머니 되레 당황하며 "다른 우퍼들은 혼자서도 잘 하던데?"
와~ 이거였구나... 우프여행이 이런 것이었구나...
할머니께서는 우리가 숙식을 제공하니까 너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투...
갑자기 남의 집 일꾼이 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내가 이 일 하러 이렇게 멀리까지 비행기 타고 왔나 하는 생각에
하고 있는 일보다 마음이 더 수고스러울 수가....
하지만, 우린 일을 하기로 하면 철저히 한다...
바닥에 신문을 깔고 대문을 깔끔히 칠한 후, 창틀에는 일일이 테이프와 신문을 이용하여
창문에 페인트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창틀 페인트 칠하기 완성...
그때서야 할머닌 100점에 100점을 더 주시며
여태껏 이렇게 일 잘하고 성실한 우퍼는 처음 본다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도리어 마음이 열리지 않는 쪽은 내 쪽...
식사후 설거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항상 내 몫이었고,
남의 집 더부살이 같은 느낌은 떨치기가 어렵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할머닌 꼭 오래되거나 안좋은 과일은 나에게 주시는 듯 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드시라고 할머니께서 주시는 좋은 과일을 항상 넘겨주시곤 하셨지...
그 집에서의 독특한 식사...?
탄수화물과 인스턴트, 지방이 몸에 해로운 거라며...
오로지 깨소금 하나로 반찬을 대신하셨던 할아버지...
깨소금을 후라이팬에 일단 고소하게 볶은 후, 아주 많은 양을 밥에 넣고
약간의 간장과 함께 비벼서 반찬은 2가지를 넘는 법이 없이...
철저하게 식물성만을 고집하셨던 할아버지...
그래도 브로콜리와 양파, 당근 등의 신선한 야채 찜? 하나는 정말 별미였었지...
그 다음날 주어진 과제...
할아버지를 따라 빵가게를 돌면서 제고빵을 싸게 구입하여
시티팜에 가서 말리기도 하고, 방목하는 소에게 먹이기도 하는 일...
6월의 브리스베인은 겨울에 해당되었고,
풀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풀 대신 빵을 먹이는 것...
시티팜은 작은 동물원 같았다. 어미소 와 어린 소, 강아지, 닭, 오리, 말들...
하루종일 빵 말리고, 빵 먹이고...
저녁이 되어 씻으려는데, 할아버진 집 안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에게는 농장에 있는 허술한 수도꼭지에서 샤워를 하라는 것...
솔직한 심정으로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원래 우퍼는 이렇게 씻는 거냐고...
난 무서워서 못 씻겠다며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실내 샤워실을 사용하고 싶노라고...
사람은 원래 말을 하면 통한다...
서로 누가 먼저 배려해주느냐, 누가 먼저 챙겨주느냐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생각이 먼저 나는 사람이 챙기고 진정으로 대화한다면
서로를 좀 더 잘 배려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할아버진 무심히 그렇게 씻으면 된다고 생각하셨는데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겠다고 실내 샤워실을 내 주시고...
우린 그렇게 하나가 되어 밤새 할아버지의 지난 일생과 마음은 청춘인 일면을 보여주셨다...
할아버진 지금도 일주일이면 1-2권씩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으시노라고...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하고, 안정된 직장으론 선생님이 괜찮다는 것...
특히 해양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늘 바다 생물에 대한 관심으로 사진화보집을 많이 보신다며 보여주시던 일...
할아버지께서 우프호스트에 가입한 이유는
이렇게 앉아서 세계에서 오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서
문화적 교류, 세대적 교류를 하는 것이 너무 좋기에
오랫동안 우프호스트를 해 오고 있노라고...
그 댁을 지나간 인연들은 잊지 않고 편지와 사진을 보내와서 많이 간직하고 있노라고..
그 다음날의 과제...
새벽 3시쯤에 일어나 우리가 딴 커스터드에플을 새벽시장에 내다 파는 일...
우프(WWOOF) 체험기<5> 커스터드 애플 장수가 된...
은종*준영 |2009.11.10.
우프농가는 유기농으로 과일을 재배하기에
농약으로부터는 안전한 과일들...
커스터드애플... 한국에는 없는 열대성 과일...
언뜻보면 잣이 완전히 익기전의 모양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는데
잘익은 그것을 반으로 잘라 그 속을 파 먹는데
그 향과 맛이 일품...
딱딱하면서 부드러운 진한갈색의 씨를 골라내는 일은 조금 성가시지만,
약간의 소나무 향도 나는 듯하고, 배의 시원한 맛이 나는 듯하기도 하고...
우린 그것들을 전날 오후에 다 따서 차에 실어놓고 잠을 청했다..
새벽 3시쯤에 서는 일종의 벼룩시장에 갖다 팔기 위해서...
내일은 낯선 땅 호주에서 커스터드애플 장수로의 변신이 이루어지는 날...
새벽에 공원같은 그 곳에 도착하니 꽤 쌀쌀했다. 아니 추웠다...
한기를 녹이기 위해 준비해간 보온병의 물로 차를 한 잔 마시고 있노라니..
차들이 한대씩 쏙쏙 들어오더니 자리를 깔고 트렁크에서 갖가지 물건들을 꺼내서 진열을 시작했다.
그 물건들의 종류란,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책, 입던 옷, 농기구, 비데오테잎, 과일, 화초모종,
일년생 농작물 묘목, 쓰다가 불필요해진 식기류, 가정소모품...
이루 말할 수 없는 종류의 중고물품이 전시되기 시작하는데...
호주는 그랬다. 후손들을 위해서 자원개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호주는 땅도 넓고 오래된 대륙이라 석유나 기타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이지만,
공해를 발생시키거나 지하자원을 이용해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수입을 한다고..
그러기에 일상용품은 값이 비교적 싼 중국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고,
문화용품 등은 영국문화권이라 영국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자국에서 생산한 것은 자국에 자원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것들이 많아 보였다.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관광수입이 주 수입원이 되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검소하고 덜 공해로운 삶의 방식이 대중들의 생활속에 녹아 있는 듯했다..
거리의 차들도 소형이 많았고, 번쩍번쩍하는 차들 보다는 소박한 차들이 눈에 띄고...
잠깐,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서...
그러기에 그들이 내놓는 중고물품이란...
저런 것들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아주 낡은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사고 팔고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장터의 모습이었다...
자연사랑... 소비를 줄이는 일에서 부터...
그 많은 것들 중에
호주의 자연풍경 사진작가로 유명한 어느 작가의 사진집을 단돈 6달러에 한 권을 샀다..
지금은 나의 애장품이 된 사진집...
새벽에 나가 오후 12시가 넘도록, 물건이 다 팔릴 때까지 시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
까다로운 손님들의 시중 다 들어주면서 물건을 파는 일...
갑자기 이 세상 많은 부모님들의 고생이 마음으로 들어와 느껴졌었다...
잘익은 커스터드애플을 성공적으로 다 팔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는 다시 농원으로...
할아버지께서 책을 읽거나 혼자 볼일을 보는 시간이면
나는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일단 농원으로 나간다...
멀리 강이 내려다 보이는, 잘 익은 오렌지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오렌지 하나를 따먹고 그 향기가 온 몸으로 퍼질 즈음이면,
편하게 팔베고 누워 하늘을 보는 일...
이 세상에 더 이상의 평화는 없다...
그러다 가끔씩 그리운 얼굴...
넓고 푸른 풀밭을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난 새로운 일을 벌이기 시작했으니.....
다름아닌 타이치(태극권) 사범으로의 변신...
우프(WWOOF) 체험기<6> 타이치 사범으로의 또 한번 변신......
은종*준영 2010.01.31.
할아버지와 잔디밭에서 벌인 일...
21세기 주요 상품 테마는 바로 건강...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안정권에 든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경제적 여유속에 건강한 행복을 영위하는 일이 가장 큰 소망...
할아버지의 식성에 대해 잠깐 언급했듯이
건강에 대한 관심과 그 관리에 대한 열성이 대단하셨다...
잔디밭이 너무 푸르고 평화로와
한창 다니고 있던 氣수련단체의 몸풀기 동작을 몇가지 해 보았다..
멀리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던 할아버지..
당장 가르쳐 달라시며 팔을 걷어 부치시고....
우리는 호흡수련단체에서 배운 삼태극의 몇가지 포즈를 취하며
취권이나 중국영황에서나 나올 법한 포즈로 서로를 바라보며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고...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태도는 완전히 사부를 모시는 ??로 변신...
밤새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께 자랑을 하시고...
다음날 부터 우리의 아침 일과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삼태극 수련...
단순한 듯한 동작 속에 몸 속의 에너지는 한 바퀴를 도는 듯하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할머니께선 아예 아는 사람들을 불러모을 테니 타이치 사범으로 그 집에 눌러 앉으라고...
할머니께서 약사의 경력이 있으시니 사람 모으는 일은 걱정말라시며...
그랬다...
뭔가를 누구에게 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는 두분께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그렇게 매일 아침이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몸을 풀고 잠깐의 명상후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나는 인종과 연령을 뛰어넘어 서로를 아끼는 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때...나의 얼굴에는 피부트러블로 조그만 뾰루지들이 송송 솟아나기 시작했는데...
할머니께선 딸의 얼굴을 걱정하시듯이 진심으로 걱정하시며 처방전을 써 주시고...
가까운 슈퍼에 가서 약을 샀는데 이상하게도 그 약을 먹고나니 며칠 사이에 뾰루지는 사그라들고...
역시 사랑이지...
할머니는 늘 할아버지를 양에 차지 않아 하셨다...
사랑해서 결혼은 했지만...
늘 조심스럽고 살펴줘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하나 더 키우는 심정이라 하셨다..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아직도 다이어트를 고수한다던 할머니...
그래도 할아버지와 함께 늙어가는 일이 너무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결혼이란 완벽하기에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워가는데 더 의미가 있다던 할머니의 말씀...
우프(WWOOF) 체험기<7> 김치는 몸에 좋아 -
은종*준영 2010.01.31.
부족하지만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셨던 두분...
할아버지께선 급기야...
몸에 좋은 음식... 김치에 대해 호기심을 표현해 오셨다...
한국사람들이 먹는 김치라는 것이 정말 좋은 음식이라고 들으셨다며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느냐고...
한국에서 한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김치를 호주에서 담아보게 될 줄이야...
사람일은 정말 모를 일이지...
멸치젓깔이나 까나리(?)젓깔이 없어서...
오징어젓깔에 어떻게 어떻게 해서 구한 고춧가루, 마늘, 생강, 당근, 양파 등등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파는 없었다...
거의 백김치를 담듯이 처음으로 담궈본 한국의 김치...
김치의 자존심을 다 구기고...
그래도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
그때까진 몰랐는데, 김치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재료가 다 들어가기 때문에
완전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가 완전식품이라 하지 않는가?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사람이 만나면 또 헤어지는 시간이 있기 마련...
길을 떠나야 할 시간...
이제는 브리스베인 산속...
한편으론 잠시 헤어졌던 그녀와 만나야 할 시간....
10일정도 되었나?
그녀를 만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설레는걸~
그녀와 우린 주소와 전화번호 하나 달랑 들고 기차에 몸을 실어
가족처럼 지내야 할 낯선 사람들을 만나러 칙칙폭폭.
우프(WWOOF) 체험기<8> 우연처럼 운명처럼~
은종*준영 2010.01.31.
오늘은 문득 "인생이란 만나야할 그 무엇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연인 것 같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은연중에 방향을 잡아나가니까...
그렇다면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을 만나는 것은 누구에게 달려 있을까?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은 자신이다...
브리스베인의 산속...
우리가 찾은 가정은 집도 없었다. 캬라반이라고 하는 이동식주택...
겉보기엔 콘테이너처럼 생겼는데 바퀴가 달렸고
내부에 싱크대부터 침대 책상까지 갖춰진 아주 간단한 주거공간...
일년내내 따뜻한 그 지역에서는 특별한 난방이 필요없기 때문에 가능한...
아프리카에서 이민을 왔다는 부부 내외와
그들이 자녀처럼 여기는 강아지 한마리가 우리와 14일을 지내게 될 새로운 가족...
거기까지 왜 간 걸까?
호주를 간 것이 바로 그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 속에 그리던 삶의 전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가정은 세계 우프협회의 회원들을 교육시키는 센터...
세계의 우프 호스트들의 협회가 결성되어 있고,
새롭게 동참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강의를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화분 하나를 옮겨도, 꺽꽂이 하나를 해도, 담장 하나를 둘러도,
그들은 완벽한 이론강의와 함께 일을 시켰으니까...
그래서 언제든 산속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해도
그때 배운 탄탄한 이론들이 크게 도움이 되리란 든든함이 있는 것이다.
아저씨의 아침일과는 나무를 심거나 묘목을 옮기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매일 20그루씩의 나무를 심거나 옮기기...
우리가 먹고 버리고 하는 쓰레기들이 잘 못 쓰여지면 공해가 되지만
잘 만 처리되면 그나마 그것이 다시 자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가르치셨다.
철저한 분리수거, 수거 뒤의 적절한 조처...
그 가정에서 새로운 물건을 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산 속에 재활용센터를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재활용해서
최대한 공해를 줄여나가고 필요한 것을 조달했다.
새로 사는 것은 음식물 정도...
음식물 쓰레기 역시 몇단계의 썩히고 걸르는 과정을 거쳐 거름으로 사용되었다...
하루에 4시간씩의 농장가꾸는 일...
닭을 키워야 하는데 한국의 늑대에 해당한다는 딩고의 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담장을 치는 일에서 부터, 유실수를 가꾸기 위해 터를 다지고 가꾸는 일,
농장관리를 위한 길을 닦는 일...
매일 매일 계속되는 일 속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되었고...
저녁이면 당분간의 가족이 된 우리들의 화려한 만찬...
하루는 아저씨께서 피쉬 좋아하느냐고 물으셨다...
생선과 과일에 집착하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아저씨...
잠시 어디갔다오겠다며 다녀오신 아저씨...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으로 양손에 들고 오신 플라스틱 통에는 팔뚝만한 생선들...
연어인지 뭐였더라?
당장 장작을 지펴 숯불을 만들고, 그 위에 후라이팬을 달구고 버터들 듬뿍두른 후...
하하하...
생선 버터구이...
우린 매일 밤마다 자연이 주는 산물을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씩 취해서 특별한 만찬...
돌아가면서 설겆이를 하는 동안 옆에서 차를 마시며
별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하면서...
언어와 인종을 뛰어넘은 따뜻한 우정...
자연 속의 생명체들과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방식과 철학을 배우게 된 만남...
만나야 할 사람...
그들이 어디에 있든
내 직관이 닫혀 있지만 않다면
우연처럼 운명처럼 나는 그들에게 간다...
우프(WWOOF) 체험기<9> 자연 사랑의 삶의 방식
은종*준영 2010.01.31.
자연을 왜 사랑해야 할까?
사랑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연 앞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말없이 베풀어 주는 사랑이 너무나도 크기에...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다시 자연 사랑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횡포때문에 생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자연이 너무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기 때문은 아닐까.....
예전에는
이 지구상에 인간이 이렇게 많이 살기 전에는
자연의 자생력만으로도 이 지구가 건재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일명 문명이라는 인간중심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그것이 발전하면서
자연은 점차 버틸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고,
지금에 와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자연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이아닐까...
이런 생각을 남 먼저 한 사람들은...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덜 쓰고, 조금 불편하게, 인간의 방식이 아닌 자연의 방식에 동화되는 방법을....
각지의 공동체마을이 그러하고 우프 또한 그 정신위에 자라난 운동체인 것이다...
가치관의 변화에서부터 시작이다.
행복이란 잘 먹고, 편안하고, 화려하고 편리한 곳에 있다는 생각에 대한 전환에서부터
자본주의적 가치가 아니라 자연주의적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가치 하에서는 자본의 논리, 돈의 논리가 우선한다.
오죽하면 인격도 그 사람의 재력으로 커버될 수 있기도 하니까...
그러자면 더 많은 돈, 더 넓고 더 화려한 집, 더 큰 차...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인류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문명을 개발하고 시간을 벌었지만,
그 시간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주어지기 보다는
또 다시 문명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되느라
정작 그 목적이었던 인간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이러한 때 브리스베인의 산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불편하게 우리 삶의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또다른 행복에 눈뜰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자연의 품에 더 편안하게 안길 수 있는 길...
산속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허영과 사치에 대한 가치로부터의 탈피...
아끼고 나눔에 대한 가치로의 전환...
우프(WWOOF) 체험기<10> 조금 덜 먹을 수 있다면 -
은종*준영 2010.01.31.
신문에는 가뭄으로 농사가 어렵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대풍을 장담하던 사람들이 가뭄으로 벼들이 목말라한다고
논에서는 한숨이 뒤섞인다는 보도를 보았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알고 그 섭리에 따라 생명농업을 하는 한국형 WWOOF 농감님은
전천후 농사법을 개발하시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 수확물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채소 포기포기들을 소중한 애인 다루듯이, 그들과 대화하듯이 농사를 지으시는 그 분....
지난 금요일에는 완전 무공해 오이를 맛보여 주셨다...
너무 싱싱해서 만지기조차 따끔따끔한 오이...
시장에서 보는 상품화된 오이가 아니라
오이덩쿨에 주렁주렁 메달려 있는 오이를 보는 일, 따는 일, 먹는 일은
정말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분은 오이의 생리를 알고 계셨다...
여름의 장마철에 뿌리가 썩을까봐 두렁을 높게 치시고,
비가 오나 가뭄이 드나 오이는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비법...
오이 뿌리가 더워하지 않도록 햇볓의 방향을 따라 오이를 심을 장소를 정하고,
비닐하우스에 기대어 덩쿨을 올리되 비닐하우스를 젖혀서 바람이 통하게 하는...
오이씨 한 알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정말 소중한 생명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비료에 농약에 오로지 상품으로, 돈 될 뭔가로 살아가기도 하는구나 하는 한 생각이 스치기도...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하고...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자연의 공급에 인류의 수요가 턱없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덜 먹으면 될 것을 너무 많이 먹고, 먹다가 버리고 함으로써 대량생산이 농업에 요구되고,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비료를 사용하고, 농약을 사용하고,
결국 우리들은 오염된 음식을 먹어야 하고...
악순환....
조금만 덜 먹으면, 또는 음식을 소중히 한다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적어도 음식공해로부터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농장에서 그것도 무공해 오이를 그 자리에서 따서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옛날에는 당연했던 일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지...
그리고 이 맛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을 가슴에 담아보게 하는 일인지...
생명농업에 관심은 많아 이 일 저 일 여쭤보기도 하지만,
편리한 삶을 접고 자연친화적 삶으로 전환하기란 이 게으른 나에겐 아직은 너무 무리...
우프(WWOOF) 체험기<11> 돌아가고픈 곳 -
은종*준영 2010.01.31.
우린 밤에는 즐거운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낮에는 산골 노동자들로 돌아간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잇점이 있는 반면에
여러가지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으로부터는 벗어나 있다...
아침부터 머리위로 기어다니는 도마뱀같이 생긴 어린 파충류를 만나야 하고...
냄새나는 퇴비로 화분을 옮겨야 하고,
썩어가는 거름 속에 꼬물거리는 벌레들을 손으로 만져야 하는 일들 속에 묻히는 것이다...
2시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어김없는 티브레이크(tea break)를 갖지만,
육체적인 노동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육체적 노동이 가져다 주는 기쁨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집을 나와 여행을 나서면서부터
우리는 수행자 아닌 수행자가 된다...
집을 벗어남으로서 어느 정도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삶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멋지게 영위될 수 있음 또한 깨닫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양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편리함이 있으면 공해가 있기 쉽고...
지위가 있으면 부자유가 있기 쉽고...
육체가 힘이 들면 정신은 편안하고...
결국은 공평한 것이 아닌가?
다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을 따름아닌가?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기쁨을 발견하는 우리 우프호스트들을 보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그냥 살아가도 되는 것을,
문명의 이기들로 부터 벗어나더라도 주어지는 자연의 사랑에 대해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언제든,
돌아가고픈 꿈을 안고 살아가게 되어 버렸다...
지금도 번잡한 도시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자꾸만 산으로 들어가고 싶다...
여행을 떠나야지... 다시... 무엇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우프(WWOOF) 체험기<12> 탈출체험
은종*준영 |2010.02.03.
나 아닌 다른 이로부터 영향을 받아
머리가 무거워졌습니다.
무거운 머리를 이끌고 핸들을 잡고 무작정 일상을 탈출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주변이 어두워지고,
나를 알고 있는 이가 없는 자유로운 곳에 도착하자 머리는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을 바꾸며 자유를 찾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체험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