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자금을 충분히 빌려온 것에 안도를 하며 부모님을 선창으로 모셨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이런저런 생선을 고르고 흥정하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나의 양손과 어머니의 양손이 잡다한 생선 보따리로 가득 차갈 즈음에 아버지가 문득 ' 애야~! 니 색시 깜이 너무 깜해서 흠이다~!'하시고는 이런 흠(?)을 눈감아 주려면~ 내가 돈을 좀 더 써야 한다는 듯이 다른 물건을 흥정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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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색시 깜이 그렇게 깜했었나~? 나는 아무리 내 기억을 더듬어 봐도~
노랑머리에~? 구멍 뚫은 귀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실 내가 군자금을 충분히 준비한 것은~ 내 색시 깜의 이런 흠을 무마하기 위해서 이었고~! 상견례를 짧게 한 것도~! 색시 깜의 흠을 조금만 보게 하기 위해서 이었는데, 아버님은 잠깐 사이에 이런 옥의 티(?)를 발견하시고~ 피부색부터 흠을 잡으시니~! 아니? 이거 내 군자금이 바닥나는 것 아녀~! 아니? 아버지는 상고까지 나오시고도 흑진주가 더 비싼거 모르시나벼~! ㅎ~ㄱ ㅎ~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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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는데, 아버지는 더 이상 살 것이 없는지, 어머니 손에 들린 보따리들을 받아 들고 터미널로 가자고 하시며 좀 까매서 흠이지만~ 다른 것은 다 맘에 든다~!그 집 어른들하고 상의해서 결혼 날 잡아라~! 양석이( 내 바로 아래 동생 )가 4월에 결혼을 한다니~ 너는 그 전으로 잡아라~! 약혼식은 오늘 만난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려라~! 하시고는~ 두 분이 무엇이 그리 좋은지~ 빙글빙글 웃으며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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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마음 속으로~ 야~! 너도 살아봐라~ 진주는 흑진주가 더 좋으니라~하시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 어머니도 흑진주인데, 아버지는 어디를 가나 어머니 곁에서 한시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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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의 1차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나는 다시 처갓집으로 가서 승전보를 전하는 용사인양~ 의기양양~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고 결혼 날은 이쪽 어른들이 정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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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다음의 작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내가 회사 일로 조만간 프랑스로 파견을 가게 될 지도 모르는데, 배우자를 초청하려면 혼인 신고를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이야기 하였고~ 여자 집에서도 이왕 결혼을 하기로 했으니~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바로 부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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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혼자의 손을 잡고 터미널로 가면서 예쁘게 방실거리는 흑진주를 보고 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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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결혼내정자로 확정되어서인지~ 노랑머리도~ 뚫린 귀에서 달랑거리는 귀걸이도~ 너무 나도 흑진주하고 잘 어울렸다.
아마 아버지도 우리 어머니가 조금만 젊었어도~ 귀도 뚫어주고~ 머리 염색도 시키고~ 그런 것을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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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회사 독신료로 돌아왔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던 동료들이 하나 둘 내 방으로 몰려들고, 또 술잔을 돌리며 나의 무용담을 열심히 듣는다.
특히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고 나와 같은 실에서 근무하며, 나와 생년월일이 똑같고, 시간만 나보다 5시진 빠른 녀석이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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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뻐드렁니에 왕이빨인데, 작달막한 친구들이 그렇듯이 의리 하나는 끝내준다.
나의 군자금은 이 친구한테서 주로 나오는데, 자기 주머니에 없으면, 지가 나서서 어디서 꾸어다 준다.
그 외에 실 동료, 입사 동기, 학교 동창, 낚시 친구, 포카 친구, 술 친구, 그리고 나한테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나오는 춤을 배웠던 동료, 등등이 내 방을 기웃거린다.
특히 현재 연애 중인 친구들은 더 열심이다.
나는 그 당시에 개봉되어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던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나오는 춤을 여동생에게서 배워와서 독신료에서 지네던 동료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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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내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이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약 15만원 정도이었고, 내가 직원 상조회에서 융자받을 수 있는 금액이 30만원이었다.
나는 뻐드렁니를 꼬드겨 그 친구보고도 융자신청을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이번 달에는 내 월급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한 이후에는 상조금을 매달 6만원씩 갚아야 하고,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하니, 서울에 돈을 조금밖에 부칠 수 없으니, 니가 좀 고생을 하여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내 착한 여동생은 그 동안 도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결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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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내가 조달할 수 있는 결혼 자금은 약 75만원이 된다.
그 당시와 지금은 약 10배 정도의 가치 차이가 있으니, 지금 돈으로 치면 약 750만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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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의 도움을 안 받기로 했으니, 내 결혼 자금은 이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이 돈으로 무사히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데, 목포에서 전화가 와 3월 며칠로 날을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때에 독신료로 다시 전화가 왔는데, 2월 11일이 더 좋을 것 같은데~하고 내 의견을 묻는다.
나도 2월 달에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늦게 해 봐야 결혼 자금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목포까지 왔다 갔다 하는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나는 그 당시에 연구원 초년병이 하기에는 좀 비중이 큰 일을 맡고 있었는데, 일의 진척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어쩌면 조만 간에 외국으로 파견을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얼마 같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떨어져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 당시에는 외국에 파견을 갈 때에, 자기의 배우자를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기 파견을 가는 사람들은 일단 남자가 먼저 가고, 6개월이 지나서 자기의 짝을 초청하여야 했다.
나는 생명선(?)이 별로 길지 않은 내 배우자가 내가 외국에 있을 때에 어떻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외국으로 파견을 안 가려면,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일을 내 스스로 성공시켜야만 하였다.
만약 내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할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 일의 책임자인 실장이 나를 외국에 내 보내 필요한 기술을 배워오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하기에도 근본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데, 내가 맡아서 하고 있던 그러한 일은 어느 나라에서도 핵심 기술을 가르쳐 주는 나라가 없으니 어디에 가서 슬쩍 훔쳐와야 하는데, 그러한 기술을 훔쳐가라고 가만이 있을 나라가 어디에 있을지.
아마 내가 결혼을 해서 곤란했던 사람은 우리 부모님, 여동생들, 이외에도 나의 상관인 실장 님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외에도 내 주변의 몇 명의 여자들도 당혹스러워 했고~ 또 독신료에 있던 노총각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10 여일 전 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안 했던 결혼을 전격적으로 하는 것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상상도 해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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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신료에서 선을 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군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소문으로 여기저기 퍼져 나가자, 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던 여자들에게서 항의가 들어온다.
나는 애써 변명하고 사과하고 하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간 즐거웠다.
나는 취직을 한 후에도 나를 위해서는 쓸 돈이 거의 없어~ 데이트다운 데이트 한번 제대로 못하는 나에게 그녀들은 대부분 시큰둥하였다.
그 중에서 지난 여름 회사에서 개설한 캠핑 장에서 즐겁게 같이 놀았던 한 여직원에게 바로 10여일 전에 앞으로 정식으로 사귀자고 하였는데, 그 여직원은 거절을 하였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여직원들은 잘했네~ 못했네~를 하던 중이었다.(다음에 계속)
첫댓글 흑진주 보물을 발견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기의 짝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보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