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다218156]
▣ 사안의 내용
■ A(명의신탁자)는 농지인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였는데,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B(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음
■ A가 사망함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A의 권리를 상속하였고, 피고는 B가 사망함에 따라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
■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함
■ 원심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합니다)에 위반하여 등기가 마쳐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 전부 승소의 판결을 하였음
■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함
▣ 대법원의 판단
◉ 사건의 쟁점
(1)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임
(2) 더불어,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가 문제됨
◉ 관련 법률 규정
■ 부동산실명법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
●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다수의견(9명) :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음 → 상고기각
■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음
●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음(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이는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함
●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이러한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였음. 만약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임
● 부동산실명법 제5조와 제6조에서 위반자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까지 두어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신탁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고 있음
■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도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
●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국회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이는 채택되지 않았음
■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간 판례의 태도에도 합치되지 않음
● 불법원인급여는 부당이득의 특수한 유형으로, 원래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제재로서 논의되는 제도임. 즉, 무효인 법률행위에 따른 급여는 급여자가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급여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가 되어 급여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반사적 효과로 수익자에게 급여가 귀속됨
● 불법원인급여가 논의되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불법원인은 급여자와 수익자 모두에게 존재하므로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수익자가 급여를 보유하는 것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움. 이러한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 결과가 실체적 정의에 반한다면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삼가야 하고, 대법원 역시 민법 제746조의 ‘불법’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거나 함부로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경계해 왔음
● 뇌물제공 목적의 금전 교부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지급과 같이 대법원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온 전형적인 사례와 달리,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관념에도 맞지 않음
●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협조한 명의수탁자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음
■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음
●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모두 무효로 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온전하게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음으로써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장과 법이 추구하는 목적달성의 조화를 꾀하고 있음
■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음
●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음
●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이 사건의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음
◉ 반대의견(4명) :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 → 파기환송 의견
■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함
● 애초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부동산 명의신탁은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부동산 법제의 근간인 성립요건주의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법적 유산임
● 명의신탁을 규제할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1990. 8. 1.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에서 조세부과 면탈 등의 목적을 위한 명의신탁을 금지하였으나, 이에 위반된 명의신탁약정이라도 사법적 법률행위의 효력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어서 명의신탁을 제재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없었음
●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어 시행되었는데, 그럼에도 대법원은 계속해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반환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대부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여전히 명의신탁약정은 횡행하고 있음
■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함
● 불법원인급여에서 ‘불법의 원인’이란 그 원인될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고, 이때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현재 우리 사회 일반인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함
● 부동산실명법 제정 직후와 달리 20여년이 경과한 현재 부동산실명제는 금융실명제와 함께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았고, 재산거래에서 투명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되었음. 이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불법성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음
●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도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음
●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과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를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할 것인지는 법률의 규정 체계나 이론상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임. 대법원은 어떠한 법률행위가 무효라고 규정된 다수의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무효인 법률행위에 따라 급부된 급여의 반환을 부정해 왔고, 대표적으로, 성매매와 관련하여 지급된 선불금의 반환청구를 금지하는 경우가 그러함
● 불법원인급여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음. 또 헌법상 재산권 침해가 진정으로 우려된다면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함
■ 이렇게 하는 것이 사법부가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임
● 법이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금지규범을 제정하고 처벌규정을 두었다면, 사법부로서는 법 위반 당사자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가능한 방법을 통해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아니 됨
● 민법이 규정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이용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제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조치가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이상, 이를 적용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음
▣ 판결의 의의
■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과 그에 대한 판단의 사회·경제적 영향력, 판례가 변경될 경우의 파급효 등을 고려하여 공개변론을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기초로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음
■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목적 등을 이유로,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종래 판례의 타당성을 다시 확인한 판결임
■ 그러나 다수의견 역시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의 부동산실명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하여는 깊이 공감하고 있고, 다만 반대의견과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하는 법원의 판단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것임
- 2019. 6. 27. 제280호 대법원 뉴스레터< newsletter@scourt.go.kr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