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제공은 아직
2016년 12월 9일 전주 효자동의 한 분식집에서는 떡볶이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행사를 열었다. 박근혜 정권을 향해 촛불로써 분노를 나타낸 민심의 결과가 이날 대통령 탄핵소추안가결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분식집처럼 여러 자영업자들이 탄핵 가결 기념으로 공짜 이벤트 등을 여는 등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분노에 가득 찼던 분위기는 점차 희망적인 모습으로 변하여 한때 집회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넘었던 촛불 시위대의 규모는 1월 7일 기준 6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분명 시기상조라고 보여 진다.
헌정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최순실게이트는 단순하게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적 영역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그동안 곯아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사태이다. 최순실 씨가 주도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들의 음성적 자본 축적은 재벌들과 연관되어있었으며,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정부 관료들의 주도로 블랙리스트에 작성되고 억압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로 하여금 7,80년대 독재정권시대의 재림을 의심케 하였다.
이 모든 부패들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친일파 청산 실패 이후부터 기득권 세력들이 축적해 온 거대한 권력 구조는 독재정권을 거쳐 더 강화되었고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여러 가지 모습들로 변형되어 현재에도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기득권층의 불합리성은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부패청산에 대한 논의는 항상 끊이지 않았으나 제대로 추진되지는 못하였다. 다른 요인들도 있었겠지만 막강한 그들을 처벌할 결정적인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여러 수사와 재판들은 기득권층의 썩은 속살을 우리에게 명백하게 보여줬을 뿐 만 아니라 그것을 도려낼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제공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균형적인 경제 구조에 민감하게 연결 되어있어 항상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죄가 경감되었던 ‘재벌’역시 이번 사태에 있어서는 예외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그 이상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삼성’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오늘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사태에 연루된 그 어떠한 대상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최순실게이트는 우리로 하여금 철옹성 같았던 권력, 사회구조를 올바르게 재구성 할 기회를 제공해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온전히 발부되고 제대로 된 판결이 이루어져야 하며, 대통령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정을 받아야 하는 등 여전히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더 많다. 따라서 국민들이 탄핵안 가결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서는 등 지금이야말로 더 힘을 하나로 모아야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때를 놓친다면 지금과 같은 기회는 찾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여태까지 기득권을 지켜온 영리한 자들은 이번을 교훈삼아 더욱 교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료’의 분위기는 잠시 내려놓고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