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시풍속(歲時風俗)
1), 정월
설날 아침에 연시제(年始祭)라 하여 조상에게 해가 바뀌었음을 고하는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데 이 때 노소(老少)간의 인사말을 덕담(德談)이라 합니다. 정초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는 윷놀이인데 삼척지역에서는 종지윷이라 해서 술종지 속에 넣어 흔들어서 던지는 말윷(모윷)을 가지고 놉니다. 부녀자들의 놀이로는 널뛰기가 있습니다. 인일(寅日)은 호랑이날이라 널 머리로 호랑이 머리를 깬다는 의미에서 널뛰기를 합니다.
이것을 판무도판(板舞跳板)이라 하였는데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청초에 복조리를 사서 성냥을 담아두면 오는 복을 복조리로 거두어들인다 하여 복조리를 사는 풍습이 있습니다.
사내아이들의 놀이로는 연날리기가 있습니다. 흔히 방패연과 가오리연으로 대별되는데 널리 날리기와 연싸움으로 놀이를 합니다.
정월 초하루가 가족과 집안의 행사라면, 정월대보름은 마을단위의 공동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다양한 풍속이 전해 옵니다.
새해 들어 가장 달이 밝은 날인 정월대보름은 원소(元宵)라 불렀으며, 오곡으로 밥을 짓고(약밥) 조상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보름 전날 밤에 (14일)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자는 아이들 눈썹에 밀가루를 묻혀 속이기도 합니다. 보름날 아침에 어른들은 일찍 일어나자마자 귀밝이술(明耳酒)이라 하여 술을 조금 마시면 총명해진다는 풍습이 있고,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자 말자 "더위팔기"를 하는데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 그 대답과 동시에 "내 더위 사라"하여 여름더위를 미리 물리치는 놀이를 합니다.
또 이날 아침 "부럼깨기"라 하여 어른들은 "생밤, 호도, 땅콩, 은행, 잣" 등을 준비하여 아이들에게 깨물어 먹으면서 "부럼깨문다"라고 외치게 하는데, 이것은 한 해 동안 몸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놀이로서 "부럼 씻기"라고도 합니다. 정월대보름은 달맞이놀이로 절정을 이룹니다.
어른아이 모두 횃불을 들고 달이 뜨면 "망월이여"라고 소리 높이 외치면서 횃불을 휘두르고(후에는 깡통에 불을 담아서 돌림) 달을 향해 절하면서 소원을 빌었으며, 달빛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습니다.
달빛이 붉으면 그해는 가뭄이 심하고, 달빛이 희면 장마가 지고, 달빛이 황색이면 대풍, 그리고 달의 위치가 북쪽에 가까우면 산간지역이 풍년이고, 남쪽에 가까우면 해안지역의 풍어를 믿었습니다.
이렇게 횃불을 들고 달맞이 나왔다가 각 마을별로 패를 만들어 횃불싸움을 하는데, 힘이 센 사람이 앞장서서 서로 밀어내기를 하다가 횃불이 꺼지는 편이 지는 놀이로 "횃불싸움" 또는 "횃쌈"이라고 합니다.
또 이날 저녁에 다리를 밟고 지나는 "답교놀이"를 합니다.
자기의 나이 수만큼 다리 위를 왕래하면 재앙을 면한다 하여 횃불을 들고 다리 위를 지나는데 이때 마을별로 팀을 이루어 다리 위에서 "횃불싸움"을 하여 승리하면 그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삼척의 대표적인 민속놀이가 기 줄다리기인데 정월대보름에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민속예술편을 참고하시기 바람)
대보름 다음 날인 16일 저녁에는 "귀신 쫓기"날이라 해서 대문 입구에 머리카락․고추․생대 등을 태우는데 그 냄새가 독하고 소리가 요란하여 귀신들이 도망간다고 믿고 잡귀를 쫓는 행사를 했습니다. 이날 신발을 엎어놓고 채를 문에 걸어놓는 풍습이 있는데 그것은 귀신이 채의 그 많은 작은 구멍을 일일이 다 헤아리다 보면 날이 밝아 침범하지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2), 이월
2월은 풍신(風神)을 위하는 달로 농촌에서는 풍신할머니가 내린다 하여 오곡밥으로 신의 강림을 빌고, 새벽 일찍 누구보다 먼저 우물에 가서 정화수를 길어다가 선반 위에 한 그릇 떠놓고 보름동안 매일같이 치성을 드렸습니다.
어촌에서도 풍신을 위하여 치성을 드리며 해사(海事)에 풍화(風禍)가 없도록 기도합니다. 삼척지역에서는 음력 2월 1일을 "영둥날"이라 하는데 이는 고려 때부터 전하던 연등(燃燈)이 와전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연등은 연등회(燃燈會)의 준말이고, 연등회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봄철 불교의식의 하나입니다. 연등회는 처음 음력 정월보름에 하다가 후에 음력 2월 보름으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사월 초파일로 바뀌었습니다.
영둥날 삼척의 농촌이나 어촌사람들은 솔 떡까지 해먹으면서 풍신을 잘 위합니다. 영둥날 비가 내리면 "물영둥이 내렸다"고 합니다.
음력 2월 6일은 "좀생이날"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그 해 농사의 길흉을 점쳤는데 좀성(昴星. 小星)과 달과의 위치와 원근을 보고 알았습니다.
즉, 2천 개 이상의 작은 별들이 달의 뒤편 한길 안에 있으면 풍년이고, 달의 앞쪽 한길 안에 있으면 흉년이라 하였습니다.
이를 소성점(小星占)이라 하고, 좀성을 삼척에서는 "좀생이"라 합니다.
3, 삼월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를 한식(寒食)이라 합니다.
청명(淸明)이 양력으로 4월 5일이니 그 다음 날이 한식이나 간혹 청명과 같은 날이 되는 해도 있습니다. 한식은 중국 개자추(介子推)의 고사에서 나왔으니 우리나라의 명절은 아니지만 이날 아침에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省墓)하며, 특히 이날은 별도의 날받이 없이 사초를 해도 되는 날이라하여 묘의 축대도 고치고 잔디도 입힙니다. 한식이 2월에 들면 꽃이 일찍 피고, 음력 3월에 들면 절후(節侯)가 늦다고 합니다.
3월 3일은 삼짇날(삼진三辰)이라 부르는데 이날은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 합니다. 그리고 온갖 꽃이 만발하여 특히 동해안에는 진달래가 만발하여 산과 들로 찾아가 화전놀이로 하루를 즐겼습니다.
4, 사월
사월 초파일(初八日)은 부처님 오신 날로 각 사찰에서는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가 열리며 신도들도 전야제 제등 행 열에 참가하고, 낮에는 절에 찾아가 불공을 드립니다.
5, 오월
5월 5일은 단오(端午)날로 옛날엔 술의(戌衣)날이라 하여 이날을 명절로 조상님께 차례를 지냈으며 특히 이날 약쑥을 베어 차례를 지낸 제주를 뿜어 그늘에 매달아두었다가 마르면 1년 내내 약으로 쓰는 풍습이 있습니다.
영동지방 특히 강릉의 단오제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국제적인 규모의 행사이며, 삼척에서는 미로단오제가 지금껏 전승되고 있습니다.
6, 유월
6월 15일은 유두절(流頭節)이라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으면 나쁜 것이 씻겨나가고 머리털이 잘 자라며 머리숱이 많아지고 빛깔도 검어진다고 하여 부녀자들 사이에 성행했습니다. 농부들은 이날 호미씻음(洗鋤會)이라 하여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먹고 마시며 푹 쉬는데 대개 이맘때면 김매기 등 바쁜 일은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날을 전후하여 비가 많이 내리면 유두 물을 지운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음력6월에는 삼복(三伏)이 들어있는데 하지(夏至)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며, 말복은 중복 후 10일이면 매복(每伏). 중복 후 20일이면 월복(越伏)이라 부릅니다.
복날에는 "복놀이" "복다림"이니 하여 대개 개를 잡거나 닭을 잡고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바다나 강가에 가서 하루를 즐기는 풍속이 있습니다.
7, 칠월
7월 7일은 칠석일(七夕日)입니다.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헤어져 있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1년에 한번 상봉하는 날이지요. 이날 비가 오면 석별의 눈물 비라 하고, 까막까치들이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오작교(烏鵲橋)를 놓느라고 머리가 다 벗겨진 것을 칠석이 지난 뒤에 볼 수 있습니다.
7월 15일은 백중(百中) 백종(百種) 백중(百衆) 백유(魄維) 백동(百 ) 등으로 불렀는데, 신라시대에는 여자들을 두 패로 갈라 삼삼기내기를 하던 중심일이고 마지막 날인 음력 8월 15일이 한가위 날로 가배회(嘉俳會)라 불렀으며, 진 패가 이긴 패를 대접했습니다.
8, 팔월
8월 초하루부터 보름 즉 추석까지는 벌초(伐草)하는 날로 조상의 묘소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잘라주고 성묘(省墓)하는 풍속이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내내 농사일에 바빠 돌보지 못했던 조상의 산소를 돌보고 청소하는 날이지요. 8월 보름은 한가위(嘉俳)라 부르는데 바로 추석입니다.
아침에 조상에 차레를 지내고 산소로 성묘 갑니다.
이 때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햇곡식으로 술과 송편을 빚고 조상에 제사하니 추수감사제라 하겠습니다. 이말 밤은 달빛이 연중 가장 밝고 맑으며 기후도 서늘한 때라 가장 좋은 명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구월
9월 9일은 중구(重九) 또는 중양(重陽)이라 합니다.
삼월 삼짇날 제비가 와서 새끼를 치고 살다가 이날 다시 강남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중구가 되면 옛날에는 국화주로 차례를 지냈다고 하나 지금은 사라진 풍속입니다. 모기떼들도 중구 얻어먹고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10, 시월
10월은 상달이라 하여 갖가지 신에게 안택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많은 집안에서는 이 무렵 시제(時祭)를 지냅니다.
※시제(時祭) ; 일명 전사(典祀)라고도 하는데 기제사가 없는 5대조 이상 조상의 묘앞에 많은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하는 것
11, 십일월
11월은 동지달이라 합니다.
동지(冬至)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옛날에는 작은설이라 불렀으며, 팥죽을 쑤어먹는 풍속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귀를 쫓는 행사에서 유래되었는데 마귀는 붉은 것을 무서워하고 피해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팥죽 속에는 옹심이를 만들어 넣는데 나이 수만큼 넣어 먹기도 하며, 어린 아이들에게 새알 주워온다고 속이고 장난하기도 합니다.
12, 십이월
12월은 섣달이라 하여 신시경(申時;하오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에 그 해의 마지막을 고하는 만두국 차례를 지냅니다. 섣달 그믐날은 제석(除夕) 회일(晦日) 세제(歲除) 세진(歲盡) 제일(除日) 등으로 불리며, 수세(守歲)라 하여 방마다 불을 환하게 켜두고 새해를 맞는 풍속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