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갈매기살’의 유래
이문(利文)이 남기로는 먹는장사가 으뜸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늘어만 가는 것이 음식점입니다. 새로 생겨난 음식점을 보면 쇠고기, 돼지고기를 파는 고깃집이 유난히 많은데, 고깃집에서는 고기를 불에 구워서 먹거나, 불고기같이 양념한 것을 구워서 먹기도 하고, 생고기를 직접 불판 위에서 구워 먹기도 합니다.
이때 고기는 손님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고를 수 있는데, 얼마 전부터 고깃집에 가면 이들 여러 부위의 고기 말고도 ‘갈매기살’이라는 아주 특이한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갈매기살’이라는 고기가 고깃집에 처음 등장하자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파는 고깃집에서 웬 ‘갈매기’와 같은 새고기를 파느냐고 수군거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갈매기’도 먹는 새냐고 묻기까지 하였으며, ‘갈매기살’은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고기가 아닙니다만, 고깃집에 웬 갈매기인가 하고 ‘갈매기살’하면 바다 갈매기를 떠올리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갈매기살’은 돼지 내장의 ‘횡격막(橫膈膜)’에 붙어 있는 고기입니다.
‘횡격막’은 폐의 호흡을 돕는 근육성의 막으로, 우리말로는 ‘가로막’이라고 했으니,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란 뜻입니다.
이 ‘가로막’에 붙어 있는 살을 ‘가로막살’이라고 했으며, ‘가로막살’은 얇은 껍질로 덮여있는 근육질의 힘살로 다른 부위의 고기보다 질기기 때문에 이 부위를 기피해 왔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가로막살’을 모아 껍질을 벗긴 뒤 팔기 시작하였는데, 그 담백한 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갑자기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이 ‘가로막살’을 상품화하여 팔면서부터 ‘갈매기살’이라고 불리게 된 것으로, 가로막살 → 가로마기살 → 가로매기살 → 갈매기살로 변천된 것입니다.
이런 언어적 유추 과정을 거쳐 오늘날 ‘바다 갈매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재미있고 엉뚱한 ‘갈매기살’이란 이름이 생겨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