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서 순천까지
추석 이틀 뒤인 지난 토요일.
우리 부부와 큰애랑 큰애여친 이렇게 4명이서
순천과 여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작은 애는 여자친구랑 간월재에 가기로 선약이 되어
빠졌다.
당일 아침 일찍 서둔다고 했는데 출발이 늦다.
큰애가 따로 나가 살다보니
집사람이 큰애 먹을 것이며
가을 옷을 챙겨 보내주려다보니
준비시간이 많이 걸린 탓이다.
9시반쯤 부산서 출발.
큰애가 이번에 차를 바꾸면서
본인이 타던 lf쏘나타를 나에게 넘겨주었기에
차에 적응할 겸 그 차편으로 내가 운전하여 움직였다.
순천드라마세트장을 도착지점으로 해서 달리니
두어시간 남짓 걸려 11시 반쯤 도착했다.
2. 순천드라마 세트장
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부터 순천의 옛모습과 달동네
모양으로 세트가 꾸며져 있었다.
나는 볼거리가 많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저번에 와봤다고 대강 훑어보고 만다.
그래도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
예전 살아온 추억을 들려주었다.
특히나 간판에 한자가 많아 한글세대였던
애들에게 읽어주며 하나라도 더 기억에 남길 바랬다.
물론 애들 눈에는 나도 ‘라떼’인지는 모르겠지만...
3. 순천에서 점심과 차
한시간 정도 관광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검색한
순천의 정식집인 ‘흥덕식당’으로 갔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맛있다거나 좋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소소한 음식들,
그런 반찬들로 한끼 때웠다는 느낌 뿐.
추석연휴라 식재료가 풍부치 않아서 그렇거니 했다.
그날만은
5점 만점에 3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은 식당.
식당을 나와 순천만국가정원을 가기 전에
밥을 먹었으니 차라도 한잔 하자며 애들이 검색한
‘아삐에노’란 카페에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
옛 2층 양옥집을 개조해서 만든 듯한 곳이었는데
자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 인테리어가 깔끔했다.
여유를 가지고 앉아 있을 만한 곳이었다.
또한 커피에 조예가 깊질 않은 내 입에도
별다방 커피 느낌이라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다.
4.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대강이라도 전부 훑어보려면 두어시간이상이 소요되고
일부만 보려면 한시간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다음에 다시 세세히 보기로 하고 한시간 코스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정말 국가정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나무 하나 풀 하나
꽃 하나도 마치 제자린양 자리하고 그 예쁨과 멋스러움이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꽃과 허브에서의 향기가 사람을 매료시키고
한국정원에서의 고즈넉함과 이 가을이면 꼭 보고 싶었던
핑크뮬리도 작은 양이지만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5. 순천만 습지
해가 짧은 계절이라 마음이 바빴다.
눈에 넣어야 할 것은 많고 시간이 촉박하다.
국가정원에서 멀지않은 곳에 순천만습지가 있었다.
한30분에서 1시간정도 체류할 예정이었는데
이곳은 주차료가 승용차 기준 3000원이나 된다.
주차장 입구쪽 길가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이런 돈이 아까운 걸까?
주차장에서 습지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갈대숲이
나오며 습지가 시작되었다.
물론 다리모양으로 데크가 조성되어있어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다리에서 강물쪽으로 밑에 내려다보니 많은 게들과 망둥어가
노닐고 있었고 습지전체가 갈대로 뒤덮여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한바퀴 돌아본 후
다음 여행지를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6. 순천낙양읍성
낙양읍성은 차로 한30분 달린 듯 했다.
오후 5시쯤 도착하니 그래도 해가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선조의 자취를 담은듯한 마을이 눈앞이었다.
이곳 저곳 구경을 하며 걸었다.
옛 시골 골목 같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릴 때 시골 큰집에 놀러갔던 정취도 느껴지고
안동 하회마을같은 느낌도 들었다.
물론 일반 가옥들이 여긴 전부 초막이었지만...
성곽에 둘러쌓인 조붓하고 한적한 느낌이 뭐랄까
기계문명이 없는 각박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호흡하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듯한 감흥이었다.
7. 여수 밤바다
순천을 떠나 여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여수에 도착하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여수밤바다란 음악을 틀고 따라부르며 왔는데
내비에 찍힌 ‘여수엑스포’의 도착지점이 오동도가 있는 곳이 아닌
시내의 여수 엑스포곱창집으로 우릴 안내했다.
잠시 멘붕의 시간을 보내고...
차를 돌려 다시 도착한 오동도에선 선상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어둠이 내리고 나니 따로 갈 곳이 별 없다.
오동도도 들어가다 돌아나와 여수낭만포차거리로 향했다.
이곳도 포장마차촌은 열지 않았고 주변상가로 사람이 넘쳐났다.
저녁 겸해서 뭐라도 먹기위해 갔는데 분위기가 아니었다.
시계를 보니 8시.
여수밥집을 검색하다보니 대부분이 8시 정도에 마치는 것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다 상무초밥이란 곳으로 들어갔다.
초밥이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음식을 먹고
다른 볼거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부산으로 향했다.
8. 글을 마무리하며
부산에 사는 관계로 여수에 가면 늘 느끼는 것이
여수에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부산에는 여수와 비견할 경관이
더 화려하고 멋진 곳이 많다보니 조금 실망을 하게된다.
내가 부산사람이라 그런 걸 거다.
딱히 갈만한 곳도 몇 없기도 하고...
대신 순천은 돌아볼 곳이 많았다.
누군가 순천여행을 간다고 하면
통합입장권을 권하고 싶다.
가격은 12,000원인데 주요6군데를 돌게되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가을은 깊어가고 코로나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리라도 가을여행을 다녀오니 기분은 훨 나아지는듯하다.
다들 가을을 밟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매양 좋은 날.
남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