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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중심으로의 마을개념 변화와 관리사무소의 역할
한상삼 / 뉴하우징 경기지부장,숙명여자대학교 강사
■ 머리말
통계청이 지난 10월 16일 발표한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1월 1일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은 1,095만 9,342호(빈집 제외)로 이 중 단독주택은 37.1%(406만 9,463호)에 불과한 반면 아파트는 전체주택 중 절반에 가까운 47.7%(523만 1,319호)를 차지하고 있고 연립주택 7.4%(81만 2,872호), 다세대주택 4.1%(45만 3,117호) 등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59.3%에 달하고 있다.
지난 1980년 재고주택 중 87.5%가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10%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주거가 얼마나 급속하게 공동주택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연도별 신축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1985년 77.9%에서 2000년에는 92%로 증가하여 단독주택의 증가율 8%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단독주택이 주거의 주종을 이루고 있을 당시만 해도 주택관리 문제는 발생의 소지가 별로 없었다. 그것은 소유자가 스스로 책임지고 자기재산관리 차원에서 관리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주택이 주종을 이루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주택은 내용연수가 50년을 넘을 정도로 내구성이 강한 건축물이지만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내구연한이 서로 다른 부품의 복합체로서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선과 부품의 교체 등 물적 관리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난방,급탕은 물론 수도,전기 등을 공동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복도,엘리베이터,주차장,놀이터,단지 내 도로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시설물 운영관리는 물론 질서유지를 위한 인적관리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원활한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주택관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이 주거의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지금, 주택의 관리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재산관리 차원을 넘어서 국가의 자산을 지킨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동주택은 본인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전용부분 외에 공동으로 사용하여야 하는 공간과 시설이 많은데 대다수의 주민은 ‘내 것’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대처하지만 ‘모두의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방치할 경우 건물의 노후화 및 슬럼화를 촉진하고 결국 내용연수도 다하지 못한 채 철거 및 재건축을 해야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엄청난 국가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주택관리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으므로 정책당국의 관심도 확대건설에만 쏠려 있고, 입주자들 또한 언제 이사를 할지 모르는데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주택관리업체의 선정도 관리의 질이나 여건은 도외시한 채 평당 관리비가 얼마인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른 업자보다 관리비용이 고가인 경우 수주경쟁에서 낙오되기 때문에 업자들은 굳이 원칙대로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적당히 부실관리를 하면 공동주택의 재건축시기가 앞당겨지고,공동주택 소유자들은 이로 인해 자산가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부실관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처럼 부실관리로 인해 내용연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재건축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저층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부담 없이 평수를 넓히고 용적률을 높여 고층으로 건설함으로써 주거수준도 개선하고 주택공급물량도 다소 늘리는 효과 때문에 그런 대로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아파트가 고층으로 건설됨에 따라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 관리업자들은 원칙적인 관리가 불가피해졌다.
삶의 질에 대한 입주자들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단순한 시설물 관리를 넘어 보다 많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반면,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을 주민이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관리를 공공서비스로 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종래 관리의 개념은 ‘입주자들로 하여금 공동부분 사용에 따른 질서유지와 같이 사용하여야 하는 난방시설,지하저수조,오수정화조,변전실 등의 운영 그리고 경비,청소, 주차장 관리 등에 소요된 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주고 공용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수와 개량으로 건물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제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종합적인 서비스업무’를 넘어서 크게는 ‘공공서비스의 공급’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행정적 서비스 기능의 축소판이자 연장’으로 보자는 견해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기서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여 주택관리의 개념,주택관리의 역사,변천과정 그리고 주택관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아파트시대에 걸맞는 관리사무소의 역할을 지방정부 수행업무와 관련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
■ 현행 주택관리제도 및 관리사무소 역할 개관
1. 주택관리의 의의
“주택관리란 주택의 기능을 유지하고 유용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주택으로 말미암은 이웃과의 관계까지 개선하는 제행위”1)라고 말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택관리는 적절한 비용을 투입하여 지속적으로 보수·부품교체 및 개량을 시행함으로써 주택이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능과 안전을 확보해주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주는 종합적인 서비스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리업무는 단순히 주택뿐만 아니라 그에 부수되는 부대시설과 복리시설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주택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그 기능을 유지·보전하기 위한 모든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크게 운영관리와 유지관리로 구분할 수 있다.
운영관리란 입주 및 퇴거관리, 임대료 및 관리비의 조정과 징수 그리고 입주자간의 공동생활을 원활하게 하는 생활관리를 의미하고, 유지관리란 부품의 교체, 보수 등을 통하여 건물의 기능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시설물에 대한 적절한 사전·사후 점검 등으로 입주자의 안전을 고려하는 관리로서 시설물의 유지관리와 안전관리를 의미한다 하겠다.
2. 주택관리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주택관리라는 용어가 생긴 것은 1956년 6월 이태원에 건설된 외인주택 25동을 국무원 사무국으로부터 대한주택공사(주공)의 전신인 대한주택영단이 인수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시설물 보수가 주된 임무였다.2)
1960년초 주공이 우리나라 최초로 마포에 마포아파트단지를 건설한 후 공동주택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후 아파트가 단지개념으로 건설되면서 주택관리의 개념이 단순한 시설물 관리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종합관리서비스체제로 전환되었다. 이 시기의 주택관리 업무는 관리주택재해보상규정, 분양규정, 분양주택 증축 및 개축 업무처리규정, 주택임대규정, 징수업무규정 등 주공 자체의 업무규정에 근거하였으나 주택관리의 직접적인 준거가 되는 것은 ‘관리계약서’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강아파트, 광명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동주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대두되었고 이후 반포, 잠실 등 대단지가 건설되면서 관리계약서 내용이 보완되었다. 이때 규정된 입주자의 제한행위로는 ① 주택 내에서의 영업행위나 주택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 ② 가축을 사육하는 행위, ③ 공용부분을 점유사용하는 행위, ④ 타입주자의 혐오감을 유발시킬 정도로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 ⑤ 기타 공동생활을 저해하는 행위 등이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1979년 11월 공동주택관리령 제정시 많은 영향을 미쳤고 주공 관리분야 직원들의 조언도 큰 역할을 하였다.3)
1970년대 말까지는 주민자치관리 및 사업주체의 직접관리체제가 관리의 주된 형태였으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아파트사업에 민간사업자가 대거 참여하게 되고 관리규모가 늘어나면서 관리업무는 사업주체의 건설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됨에 따라 관리부담을 덜기 위해 위탁관리체제를 도입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3. 현행 공동주택관리제도
공동주택의 관리를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시설 및 규모(세대수), 주택의 종류(분양주택, 임대주택)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는 국가개입 여부 및 정도 등을 달리하고 있고 국가가 개입하여 공동주택관리령의 적용을 받는 주택의 경우도 주택 및 입주자의 의견 등에 따라 사업주체관리, 입주자직접관리,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 등 다양한 관리방법이 운용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기본법령으로는 주택건설촉진법과 이를 근거로 제정된 공동주택관리령이 있고, 주택의 종류와 세대수에 따라 임대주택법, 민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건축법 등이 보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한편 관리업무의 주요내용을 보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입주자의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의 유지보수와 안전관리(보일러실, 변전실, 동 출입구, 비상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주차장, 지하저수조, 옥상 물탱크, 오수정화조, 지하공동구, 주차장 등) 그리고 단지 안의 경비, 청소 및 쓰레기수거, 관리비 및 사용료의 징수와 공과금의 납부대행, 특별수선충당금의 징수 및 적립, 공동주택관리규약으로 정한 사항 및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의 집행과 기타 건설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으로 되어 있다.
4. 주택관리업의 특성과 관리업무의 문제점
주택관리업의 특성은 첫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수익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의 존재 목적은 수익의 실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관리업체가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수익원은 위탁수수료뿐이다. 관리회사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많은 단지를 수주하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주업무를 통해서는 단 한푼도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일례로 아파트 관리의 기본인식은 정산개념으로써 관리에 소요된 비용이 적으면 입주자는 적게 부담하고, 많으면 많게 부담하는 것이다. 관리업체가 온갖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비용을 절감해도 그 자체로 경영성과가 나타나고 업체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통 계약기간도 2년 내외로서 사업의 안정성도 없다. 관리를 잘한다고 해서 특별히 주어지는 인센티브도 없고 언제 그만 둘지도 모르는데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두 번째는 아파트가 사유재산이란 이유로 철저하게 관리감독권이 입주자에게 일임되어 있는데 반하여 관리에 관한 한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은 많은데 진정한 주인이 없다. 아파트는 개인재산이다. 그러나 아파트단지 하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도로, 상하수도, 전기, 가스시설 등 국가의 막대한 사회간접자본뿐만 아니라 공적비용이 투입된다. 부실관리로 아파트가 조기 멸실될 경우 자원낭비뿐만 아니라 엄청난 국가예산이 낭비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도 아파트 관리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된다.
한편 아파트가 보편적 주거수단이 된 현재까지도 입주자들은 아파트를 평생 살다가 자녀에게까지 물려주며 대대로 살아갈 집으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는 여전히 잠시 살다가 적당한 시기에 웃돈을 받고 이사가면 된다는 그런 생각이 아직도 팽배한 상태다. 다시 말해서 사는 동안에 적당히 관리비 부담 없이 살다가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떠난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관리업무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도 대부분 관리전문가도 아니고 무보수 명예직인데다 임기제여서 책임 있게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파트 관리업무는 입주자에게만 맡겨도 좋을 만큼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입주자대표가 설사 전문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보수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무한한 희생과 관심만 요구하는 것은 업무의 전문성, 복잡성 등을 감안할 때 무리가 있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아파트관리 비리문제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파트관리에 거의 전권을 부여받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이 무보수명예직이라는 것을 관리주체 및 경비, 청소 등 용역업체 선정, 각종 시설물 개보수 공사시행에 따른 계약 등과 관련하여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처럼 공동주택, 그 중에서도 공유부분의 관리에 관한 한 국가도,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도, 그리고 관리주체도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질 사람이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파트는 단순히 개인의 재산이기 이전에 국가의 부를 이루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재산이다. 철저히 관리하여 수명을 연장시키고 쓸데없이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할 우리 모두의 공동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아파트 관리업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의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관리주체의 업무 내용 중 복리시설 유지보수, 청소, 질서문란행위 방지를 위한 조치, 안전사고 및 도난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 등 상당부분의 업무가 지방자치단체, 경찰서, 소방서 등이 담당하여야 할 공적인 업무다. 일반주택지역에서는 이들 기관이 당연히 수행하는 업무들이 단지 주거형태가 공동주택이라는 이유로 관리주체에게 넘긴 것이 많다.
이들 업무내용 중 상당부분은 주공이 관리를 주도할 때 공적 기관인 주공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현재처럼 입주자가 선정한 위탁관리회사가 수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관리회사 및 관리소장이 사실상 입주자에게 고용되어 관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주인인 입주자를 관리 감독하고 질서유지 등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전 국민의 과반수 정도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 아파트는 더 이상 특수주택이 아니고 보편적인 주거수단이 되었는데도 마땅히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관리주체에게 맡김으로써 사실상 입주자에게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시키는 것도 문제다.
■ 관리사무소의 역할개선방안
1. 소극적 관리에서 적극적 관리로
종래의 관리사무소 역할은 시설물 유지보수,경비,청소 등 소극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운영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동주택은 적어도 수명이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도록 건설된 건축물이다. 이처럼 장기간 주택으로서의 효용성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지보수 차원을 넘어서 주기적으로 리모델링 수준의 적극적인 관리가 요망된다. 입주자의 전유부분이 아닌 공유부분에서도 당초 설계자나 시공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사회여건 변화에 따라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도 추가로 설치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생기게 된다. 이런 부분까지 관리자가 수행하여야 진정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2. 마을 만들기 운동의 주체로
아파트가 주거수준의 향상과 편익을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물리적으로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으면서도 이웃과의 관계는 철저하게 단절되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이웃사촌 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간 대량건설로 주거부족문제 해결에 전념해오던 정부도 2000년 발표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에서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를 종래의 ‘내집 마련’ 위주에서 ‘살기 좋은 우리 동네 만들기’로 전환하였음을 천명하고 있다.
아파트단지는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위로서 여건을 갖추고 있고 대부분의 주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부녀회,노인회,조기축구회 등 자생단체가 생겨나고 모든 아파트 단지별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는 등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의 무관심과 이들 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중심역할자의 부재 등으로 아파트는 삭막한 콘크리트 숲으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리사무소는 이제 마을 만들기의 주역으로서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3. 종합 서비스센터로 탈바꿈
관리사무소는 최종소비자인 입주자들로 둘러싸인 기관이며, 모든 주민이 시간상으로나 공간상으로 접근하기에 편리한 위치에 있다. 즉 입주자가 이용하기 가장 편리한 기관이다. 따라서 관리소에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서비스를 중심으로 업무를 확충해야 한다.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도 있고 관련업체나 기관을 연결해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일본주택도시정비공단의 관리업무내용 중 실내 개·보수,소포 등 보관 및 발송,의류 등 쓰지 않는 물품보관 등의 업무와 일본의 고급맨션에서 실시중인 택배,소포 등의 보관,실내청소,실내 개·보수 서비스 등의 실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4) 물론 이들 업무는 유료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행 관리비 정산제 하에서는 곤란하지만 장기적인 관심에서는 관리사무소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관리사무소를 작은 동사무소로
관리사무소는 입주자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단독주택 중심시대의 행정조직을 개편하여 관리사무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최대한 관리사무소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될 경우 입주민은 시간상 그리고 공간적으로 접근이 용이하여 매우 편리할 것이고 동사무소의 업무부담이 줄어들어 현행 동관할지역을 광역화함으로써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절감된 비용을 행정업무위탁 수수료로 관리사무소에 지불하게 되면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은 줄고, 행정편의는 늘어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업무는 동사무소별로 운영하고 있는 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민원서류 발급업무,대형폐기물 처리 등 쓰레기 관련업무 등을 생각해볼 수 있고 보안상 곤란한 업무여서 위탁이 불가능할 경우 인근 몇 개 단지를 묶어서 담당자를 파견하고 근무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5. 현행 관리업무 재조정
아파트는 이제 전 국민의 과반수 정도가 거주하는 보편적인 주거수단으로 정착되었으며, 아파트 거주비율은 앞으로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관리주체에게 맡김으로써 그 비용을 사실상 입주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하는 지하저수조,옥상 물탱크 관리업무는 수돗물을 각 세대에게 공급하여야 할 지자체가 아파트라는 특수한 주택이라는 이유로 입주자에게 관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고지대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하여 가압장 등을 설치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이고,오수정화시설,단지 내 도로,어린이놀이터 등 시설물의 유지관리업무도 당연히 지자체가 담당하여야 할 부분을 주거형태가 아파트라는 이유로 입주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단지 내 전력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변전실 유지관리업무를 관리사무소에게 맡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전기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업체는 따로 있는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위험한 시설인 변전실의 관리를 위하여 주민부담으로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하고 있으며,변압기 등 각종 기기가 고장나거나,수명이 다하여 교체할 경우 입주자가 부담하여 교체하는 것은 일반주택지역과의 형평에서 어긋난다. 이는 마땅히 각 세대에게 안전하게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료를 받아 수익사업을 하는 한전에서 직접 수행하거나,설사 관리사무소에 위탁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을 한전의 책임과 부담으로 처리하여야 한다.
또한 안전관리·질서유지 업무도 지자체,경찰서,소방서 등에서 담당하여야 할 업무를 아무런 힘이 없는 관리주체에 맡기는 것은 실효성에 있어서나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단지 내에서 입주자의 부주의나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도 관리사무소 직원은 무슨 피의자처럼 조사를 받아야 되고 변압기가 터져서 정전이 되어도 엄청나게 업무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슈퍼맨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자도 일반국민들이 내는 세금만 내면 별도의 부담을 하지 않더라도 지자체,경찰서,소방서,한전 등으로부터 일반주택거주자와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아파트는 더 이상 특수계층이 사는 주택이 아니며 좁은 국토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보편적 주거형태이기 때문이다.
■ 맺음말
아파트 관리문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아파트단지가 종전의 마을개념을 대체하고 있는 오늘날까지도 아파트 관리는 단순한 시설물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관리사무소 업무를 행정기관의 편의위주로 분장하고 있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아파트 관리문제는 단순히 입주자대표나 관리소장의 비리를 방지하는 방안 이상으로 얼마나 적정하게 비용을 지불하여 시설물을 관리하는 것이 국가의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될 것인가에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시행한 재건축아파트의 평균수명이 19년에 불과하다는 사실5)만 봐도 사회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시행한 재건축사업이 모두 관리부실로 인한 것만은 아니지만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이 고층인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의 재건축기준은 관리부실로 인한 건물노후화일 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제는 건설 못지 않게 관리도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가자산관리 차원에서 건물의 조기멸실을 막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감독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관리업무는 일반관리회사에서 수행하되 회계업무지도감독, 특별수선충당금 적립 및 집행상태,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과 그 이행, 기타 관리관련 업무지도감독을 위해 공단형태의 별도 감독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인의식이 희박한 공동주택관리에 있어서 감독체계마저 미비하다보니 관리에 따른 각종 비리 우려가 있고 입주자의 불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처럼 입주자는 관리비를 되도록 적게 부담하려고 하고 관리주체는 입주자의 비위에 맞추어서 적당히 관리한다면 관리는 부실할 것이 뻔하고 건물은 얼마가지 않아서 노후화되어 내용연수는 형편 없이 줄어들어 국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돈이 되지 않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아파트 관리업을 공공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관리문화는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고장난 시설물 고쳐주고 경비, 청소나 하는 식의 관리는 더 이상 곤란하다. 그 일을 직접 담당하는 관리주체가 먼저 나서야 한다. 전통적인 마을 개념이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관리사무소가 주민을 위한 주거편의뿐만 아니라 행정편의, 문화활동과 정보제공의 장이 되고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주역이 됨은 물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토털 서비스센터로 변신하여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하여야 할 것이고 제도개선 이전이라도 가능한 분야는 당장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살고 싶은 동네 만들기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주택 중심의 주거양식으로 소원해진 이웃관계를 정말 살맛 나는 이웃관계로 재창조하기 위하여 관리전문가인 관리주체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관리업체 종사자들의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가져야 한다. 관리업체 종사자들이야말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공동주택의 시설물을 국가의 재산으로 보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삭막해진 이웃관계를 회복시키는 주역이다. 살고 싶은 동네 만들기 운동은 제2의 새마을 운동차원에서 추진하여야 할 가치가 있고 보람된 일이라고 본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는 입주자의 자율에 맡길 정도로 단순하지도 않고 현행대로 관리사업자나 입주자대표 및 열성적인 입주자들의 관심에만 맡겨도 좋을 정도로 가볍지도 않은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이 참여할 정도의 매력이 있는 수익사업도 아닌, 마땅히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공적기관이 개입하여야 할 공공서비스이므로 책임 있는 공적기관을 설립하여 일정부분 지도 및 감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혀 감독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리 관리주체나 입주자 대표가 양심적으로 일을 한다 해도 믿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불신의식이 공동체문화 형성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
1) 문영기, 방경식. 1994. 「주택관리론」. 범론사. p25
2) 대한주택공사. 1992. 「대한주택공사 30년사」. p522
3) 대한주택공사. 전게서. p522-530
4) 박신영, 선종국 외. 1994. 「공동주택관리서비스제고방안연구」. 대한주택공사. p37
5) 방경식. 2001·9·18. “공동주택관리의 합리화방안”. 주택산업연구원 세미나 발표자료. p34
[출처]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의 마을 개념변화와 관리사무소의 역할|작성자 housing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