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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양시 협회장배 탁구대회]
2022년 11월 26(토)~27(일) 호계체육관에서 제5회 안양시 탁구 협회장배 탁구 대회가 열렸다. 동시에 군포에서도 제6회 군포시 탁구협회장기 대회가 열렸다.
내가 소속한 탁사모는 둘로 갈라졌고 한 팀은 군포 대회로 또 한 팀은 안양 대회에 참가했다. 안양 대회는 오픈 부수로 진행되었고, 군포 대회는 지역 부수로 진행하면서 많은 회원들이 군포로 참가했다.
탁사모는 정해진 탁구장이 없다. 호계체육관에서 리그전을 하며 구성된 단체이다. 탁사모에 등록한 회원들은 저마다 다니고 있는 탁구장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레슨은 탁구장을 중심으로 받고 평일 리그전은 호계체육관 탁사모에 가입해 활동한다.
오늘 같은 안양시 대회 때가 되면 탁사모로 나갈 것인지 탁구장 이름으로 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고 싶은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폴란드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말로 표현했다. 현대인들은 어느 한 가지 정체성, 장소, 공동체에 스스로 묶어두기를 원치 않으며, 그래서 마치 액체처럼 어떠한 형태에도 맞춰서 적응할 수 있는 유동적 상태에 머물고자 한다는 말이다.
2022년 5월부터 탁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센탁에서 레슨을 받았고, 윤재영 탁구장 리그전에 참가했고, 군포 '올탁구나' 리그전에 참석하고 있다. 아들 상준이는 김찬동 탁구 클럽에서 레슨을 받고 있고, 이번 대회를 일주일 남겨두고는 이경록 탁구장에서 화요일과 목요일 시합 대비 집중 레슨을 받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경록 탁구장을 찾아 회원들과 땀을 흘렸고 부족한 연습을 했다. 이경록 탁구 클럽 회원들과 운동하면서 친해지기 마련이다.그래도 나는 탁사모란 이름표를 달고 시합에 나간다. 여러 탁구장을 다니며 교류하고 관계를 맺고 있지만 시합을 나간다면 탁사모로 나간다.
탁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지 생각이나 신념 집단이나 기관에 매달리지 않는다.내가 탁사모란 이름으로 나가는 이유는 내 글을 받아 주었고 응원해 준 유일한 단체였기 때문이다.여러번 글을 쓰면서 말했지만 탁구장은 탁구장대로 대문을 걸어잠그고 어장 관리에 바쁘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 한자 올라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모든 글은 검열되고 탁구와 관련이 없거나 자신들 공동체와 관련이 적은 글은 해로운 글로 이름표를 달아 버린다.
탁사모는 어느 곳에서도 소속되지 않아도 모든 곳에 소속할 수 있고 연결할 수 있는 곳이다. 현대 사회에 액체처럼 흘러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탁구를 사랑하지만 내 생각을 존중받는 곳에 머물고 둥지를 틀고 싶다.
이번 대회에 탁사모는 7명의 선수들이 단식과 복식에 출전했다. 아침 일찍 호계 체육관에 도착해 나름대로 몸을 풀었다. 금요일까지 연습한 탓에 몸은 이곳저곳이 아팠지만 시합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시합장에는 오늘 시합할 개인단식 6부 예선조가 편성되어있었다. 나는 5조에 소속되어 있었고 jmc의 ‘최승민’, 임윤희 탁구클럽의 ‘김형찬’, 신관양 탁구클럽의 ‘남상국’ 과 탁사모의 ‘윤유원’ 이렇게 4명이었다.
최승민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고 3명이 돌아가면서 시합했다. 김형찬은 롱핌플 러버를 장착했고 남상국은 나와 같은 평면 러버였다. 시합 결과 1등은 김형찬, 2등은 윤유원, 3등은 남상국이었다. 순위가 결정되면서 1등과 2등이 본선전에 올라갔다. 남상국 씨는 예선전 두게임을 하고 집에 간다며 투덜거렸다. 남겨진 우리는 웃었다. 우리도 시한부 탁구 인생이었다. 본선전은 오픈 리그라 치열할 것이었다.
본선전 1차전 상대는 최강 탁구클럽의 류은식이었다. 양뽕러버를 달고 나왔다. 한쪽에 롱, 다른 쪽에 숏핌플 러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가장 까다로운 전형의 상대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 패, 패 3 대 0으로 무너졌다. 이것으로 단식 시합은 끝나버렸다.
지난 한 주 동안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던가 월요일은 이경록 탁구장에서 ‘형석’과 연습했고 화요일은 시합 대비 20분 원 포인트 레슨, 수요일은 20인 호계체육관 리그전, 목요일은 이경록 탁구장에서 원 포인트 레슨, 금요일은 11인 마지막 금요 리그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무던히도 노력했는데 이렇게 무참하게 무너지다니. 시합이 모두 다 그런 것인데 하면서 좀 더 핌플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핌플을 이길 수 있다면? 불현듯 이생의 행복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괴테의 파우스트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욥을 시험했던 하나님, 사탄의 달콤한 유혹. 나는 오늘 그 유혹에 넘어가고 싶었다.
다음날 27일 일요일 복식 대회가 있었다. 복식 대회는 풀리그 전으로 이루어졌다. 이경록 탁구 클럽 (박승선,김영완) / 석수 대림 탁구 동호회(심갑보,이봉연) / 호계 힐링(김택묵, 이정수) / 탁사모(윤유원. 이명호 ) / 최강 탁구클럽 (박경진,류은식 ) / 탁사모 (이강일, 이영호 ) / 인덕원 삼성타운 동호회(최종식, 서명덕) / jmc (김재춘, 최승민) / 박이탁 (서봉준,문창우) 이렇게 9팀이 참석했고 모두 싸워 승패 순으로 1,2,3등을 결정했다.
박이탁의 서봉준, 문창우 팀은 막강했다. 곰돌이 ‘푸우’를 닮은 두 사람은 배툭튀한 모습으로 움직였지만 하나같이 움직였고 창우씨의 핌플로 넘긴 공을 백드로 조질 때는 이것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깊이 박아 넣었다. 공을 찾으러 달려가며 엄지 척 올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곰돌이 ‘푸우’가 뒤돌아보며 웃는 모습처럼 보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3대 2로 패했다. 연륜에서 풍기는 여유,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보여 주었고, 재주를 부리며 공을 넘겨주는 모습이 마치 곰돌이 ‘푸우’ 가 꿀단지를 발견하고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듯했다. 이 팀이 최강 탁구 클럽 박경진,류은식 팀을 이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40mm, 무게 2.7g의 플라스틱 공은 둥글었다. 강은 강한 대로 약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틈을 곰돌이는 파고들었을 것이었다.
석수 대림의 심갑보, 이봉인 팀을 우리가 이긴 것도 이변이었다. 개인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시작부터 2세트를 내주었고,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시작했다. 2세트를 따왔고 마지막 세트를 백드로 마무리 지었다. 심갑보의 롱핌플은 타점을 놓치게 만들었지만 끝까지 보면서 박아 넣은 것이 유효했다.
호계힐링과 jmc 팀 도 개인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월등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러나 복식은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고 모두 3 대 2로 기적 같은 승리를 따올 수 있었다.
최강 탁구 클럽의 박경진,류은식 팀은 우리를 완벽하게 제압한 유일한 팀이었다. 박경진은 백과 화 쪽으로 손도 댈 수 없을 정도의 드라이브를 날렸고 류은식 또한 양뽕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같은 이름 탁사모로 출전한 이강일 조와 우리가 붙었을 때는 승률이 비슷한 상황이라 어느 조로도 밀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로빙볼로 공격하는 이강일의 공격을 드라이브로 조져댈 때는 탁구장 전체 공간을 좌우 앞뒤를 정신없이 달려가며 기회를 보며 공략했고 네트를 맞고 밖으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안타까워했다. 3 대 2로 아깝게 졌다. 불행이 곧 다행이었다. 모든 시합을 끝난 결과 우리가 이겼다면 이강일조도 등수에 들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한 시합 결과였기에 더욱 만족할 수 있었다.
명호형과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4승/4패로 밀려났고, 다행히 이강일/이영호 조가 2위에 입상하면서 '탁사모'를 시상대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같은 이름 탁사모로 출전해 입상한다는 기쁨은 내가 한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같은 팀이 승리했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었다.
대회를 마치고 남은 사람들은 ‘장수옥설렁탕’ 집에서 갈비탕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점심시간이 몇 시였는지 타는 목마름에 목을 추길 정도의 물만 있으면 충분했다. 몸이 아픈지 배가 고픈지 아무 생각 없이 8게임을 소화했다.
이제 대회는 끝났다. 남은 것은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격려사에서 “국적, 성별 등 조건에 상관없이 공 하나를 중심으로 함께 어우러져 경기를 즐김으로써 내 가족과 동료, 이웃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까지 함께 배우는 역할도 있다.”라고 말했다.
안양에서 처음 치러지는 오픈 대회는 끝났다. 이제는 돌아보면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동호인들과 대회 관계자들은 오픈 대회를 전국 대회로 성장시킬 준비는 되었는가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서비스 문제이다. 탁사모는 서비스 문제가 많을 것을 예상해 긴급 공지를 올려 자신의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라고 공지했다. 또한 금요 리그는 서로 점검해 주는 리그전을 했다. 국제 탁구연맹은 서비스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 공을 손으로 감싼 상태에서 토스 한 경우
2. 정지된 시간 없이 토스 한 경우
3. 공을 16cm 이상의 띄우지 않고 서비스한 경우
4. 공을 몸 쪽으로 당겨서 토스한 경우
5. 공을 띄운 뒤에 바로 프리핸드를 내리지 않는 경우
6. 임팩트 순간 몸을 이용해 가린 경우
7. 탁구대 밑에서 토스한 경우
8. 탁구대 안에서 토스한 경우
9. 탁구대 안에서 임팩트 한 경우
10. 손목을 이용해 공에 회전을 넣어 토스 한 경우
원문을 그대로 쓰면 "서비스의 시작과 끝은 탁구대 엔드라인 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프리핸드 손바닥을 펼친 상태로 공을 올려놓고 수초 간 정지해야 한다. 수직에 가깝게 16cm 이상의 높이로 던져야 하고 위에서 떨어지는 공을 임팩트 하여 서비스해야 한다. 공이 맞는 임팩트 순간까지 신체 일부를 이용하여 공을 가려서는 안되기 때문에 공을 던진 프리핸드를 즉시 뒤로 빼야 한다."
6부 4강 시합에서 심판을 보며 상대의 서비스가 공을 감싼 상태에서 토스하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펴고 해달라고 요구했다. 신경질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상대 선수의 서비스를 트집 잡으며 분위기를 깨뜨렸고 결국 언성이 높아졌다. 본부석에서 심판이 들어와 심판을 봐야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같이 활동하는 동호회에서 서로 사전에 점검해 주는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은 6부에서 우승했다. 실력은 좋았다. 인정한다. 그러나, 보여준 매너는 실력만큼은 아니었다. 그것이 아쉽다.(본인은 심판 강습을 받았고 공인된 자격증이 있다. 단 장농 면허지만)
둘째, 예선은 심판을 돌아가면서 보게 되지만 본선 1차전부터는 아는 사람을 데려오거나 응원하는 사람을 모셔와 대신 심판을 세울 수밖에 없다. 1차전을 끝내고 탁사모 동료의 시합 심판을 보게 되었다. 우리 선수는 2 대 0으로 지고 있었고 2세트가 종료된 상황이었다. 상대팀은 2명이 응원하고 있었고, 탁사모 동료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심판 보던 자리에서 일어나 땀을 닦는 동료에게 다가가 서비스 실수를 줄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자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지랄발광, 개지랄을 떨었다. 서로 언성이 높아졌고 자신의 동료를 부르며 심판을 보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우리 또한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김찬동 관장이 대신 심판을 보았고 시합은 3대 0으로 끝났다. 한때는 나도 그쪽 동호회의 이사였다. 그리고 김찬동관장은 내 아이 탁구 레슨을 하고있다.
누구나 심판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심판을 보는 입장에서는 공명정대해야지만 자리에서 벗어난 경우는 심판이 아닌 것이다. 조금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준다면 어땠을까? 이긴 자의 여유와 아량은 없는가? 묻게 된다.
앞으로 이런 일은 대회를 할 때마다 발생할 수 있다.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상대와 관계있는 사람이 응원을 올 것이고 심판은 누군가 봐야 할 것이다. 그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누가 선뜻 보게 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조금씩 용납하면서 대회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복식은 9팀이 참가하면서 풀리그 전으로 진행되었다. 아침이라 심판을 봐 줄 사람이 없었다. 8팀이 4테이블에서 시합을 진행하면 시합 대기 선수 2명이 심판을 볼 수 있고 부족한 2명은 본부석에서 심판을 봐 주었어야 했다. 심판 없이 시합을 하는 조가 생겼고 본부석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결국 심판이 있어야 한다는 조와 심판 없이 시합하자는 조로 나뉘어 언성이 높아졌다. 명색이 안양시 대회 아닌가? 상금이 걸려있는 대회인데 심판 없이 하자는 것은 무엇인가? 동네 탁구 시합인가? 심판 없는 대회를 하기 위해 돈을 내고 오는 것이 아니다. 시합은 시합다워야 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탁구인은 모든 탁구장과 관계하며 협력하며 교류한다.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나 편파적인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로 격려하며 경쟁하는 관계로 한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좌파와 우파로 가르는 정치적인 발상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조금만 자신의 입장과 다르면 공산주의로 몰아 죽임으로 몰아간 것이 어제인듯한데 탁구를 치면서 그런 살기를 느끼는 것은 왜일까?
지난 2022년 10월 29일 22시 15분경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을 즐기려고 간 많은 인파로 인해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귀한 목숨 158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51명이었다. 이 일은 왜 일어난 것일까? 매년 하던 행사를 왜 금년에는 아무 사고 없이 넘기지 못했을까? 정부는 한 달이 지났지만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이 일로 가슴 아픈 이들의 아픔은 더 깊어졌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약속, 규칙, 올바른 서비스 규정을 지키려는 노력,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관계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안양시 탁구 협회 ‘박광열’ 회장의 개회사를 보면 “ 대회가 원만히 끝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여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수 여러분도 양보와 따뜻한 배려의 마음으로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오늘 경기에서 동호인 여러분들의 그동안 갈고닦으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시어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양시 탁구 대회를 준비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서비스 규정은 이미 모든 동호인들이 숙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이 고루한 것이고 탁구인이란 스스로의 우물안에 갖힌 것입니다. 지켜야 지켜지고 지키라고 해야 달라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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