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다. 봄날 같은 겨울이 지속된다.
중학교 입학을 앞 둔 작은 딸은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첫 생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작은 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다회용 생리대를 만든다.
어느 날 일회용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발표되면서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생리양이 줄었다는 여성, 생리기간이 짧아졌다는 여성,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졌다는 여성,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여성 등, 가지각각의 사례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면서 많은 여성들이 불안에 싸였었다.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사건은 '어른들은 설마 아이들이 이런 걱정까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제 초경울 시작한 아이들에게도, 초경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 초초함을 안겼다.
남성들은 몽정이나 유정을 한 경우 그 양이 차 숟가락 정도 이므로 사정 후 깨끗이 속옷을 빨아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생리양은 혈액의 양만해도 35ml정도이다. 바늘 구멍 같은 자궁경부를 통해 생리혈이 흘러나오는 기간이 평균 5일 정도이며 오줌이나 똥처럼 참을 수도 없다. 생리혈은 생리기간 내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흘러 나오므로 생리기간 중 생리용품은 필수다.
생리용품은 탑폰, 일회용 생리대, 다회용 생리대, 생리컵, 생리팬티 등 다양하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선호한다. 일회용 생리대는 탑폰이나 생리컵처럼 질내에 삽입할 필요도 없고 다회용 생리대나 생리팬티처럼 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직접 빨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맞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에게 사춘기 생리현상에 대해 교육을 시작한지도 어느 덧 15년이 되어간다. 나는 여성의 생리현상이 왜 일어나게 되는지 교육한 후 학생들에게 일회용 생리대를 보여주고 착용방법도 가르쳐준다. 학생들은 똥글똥글한 눈으로 나의 설명을 듣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일회용 생리대의 장점과 단점을 묻는다. 아이들은 장점으로는 편리하다는 말을 하고 단점으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말과 건강에 좋지 않다는 대답을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다회용 생리대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의 장점과 단점과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 학생들은 건강에 좋고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난 이것이 왜 환경과 관련 있는지 묻는다. 책을 많이 읽은 듯 보이는 한 두명의 학생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만드는데 숲이 많이 파괴되고 쓰레기로 버려서 소각하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말을 한다. 그럼 여기에서 나는 조금만 덧붙인다. 여성은 평생동안 약 500번의 생리를 하며 일회용 생리대를 하루 평균 5개를 5일 정도 사용하게 된다고. 여성 1인이 평생 동안 약 11,000개의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셈이라고 말하면 학생들 중의 누군가는 "와~"라고 이야기하고 나는 "선생님이 계산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읽은 거야."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다회용 생리대의 단점으로 무서운 피를 봐야하고 빨아야 하는 귀찮음을 찾는다.
나는 아이들이 편리함도 좋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래서 다회용 생리대를 한 번 사용해보도록 권했던 어느날 한 학생이
"그런데 선생님, 생리대는 엄마가 사줘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직접 일회용 생리대를 사서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초등학생 아이들은 부모님이 아이의 생리대를 구입해준다. 백날 천날 아이들을 데리고 다회용 생리대의 좋은 점을 교육하면 뭐하나 싶다가도 그래도 이 중 한두명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 다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자고 말하거나 지금은 아니여도 성인이 된 후 다회용 생리대를 사용할거야 하는 바램으로 열심히 교육했다.
2019년에는 내가 직접 학부모님을 만나 교육하면 좋겠다 싶어 매곡성 소나기라는 학부모 성교육 동아리 회원을 모집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학부모님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그래서 힘이 쭉욱 빠지기도 했었다.
학생도 학부모님도 내가 원하는 만큼 변화하지 않지만 학생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나의 교육활동의 작은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