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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의 확장과 시조 발전 방안
-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
김성수
1. 시조의 개념
시조란 우리 민족 고유의 특징 있는 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구상에 우리 한국만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참으로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독특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조는 3장 6구 12 음보(절)로 된 정형시이다
3장이란 초장, 중장, 종장을 말하고 6구란 한 장에 두 구절씩 여섯 구절로 이루어짐을 뜻하며. 12음보(절)란 각 단어들의 짜임을
말한다. 시조는 다른 시에서 느낄 수 없는 리듬을 음미할 수 있으며 한 수의 형식인 3장 6구 12 음보(절) 속에 시의 기본인 기, 승, 전, 결의 요소가 다 들어 있어 더욱 멋지다.
여기서 시조의 구조학을 연구하여 문학박사를 받은 원용우 시인의 견해를 소개해 본다
시조는 정형시이다. 3장 6구 12소절의 형식을 지녔다. 여기서 3장은 天, 地, 人을 의미한다. 동양사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천지의 삼재설이다. 하늘과 땅은 우리의 자연이다. 그래서 시조의 3장 속에는 우주자연의 원리가 함축된 것이다. 그리고 6구는 주역의 6효(爻)를 의미한다. 이 육효는 만물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가는 원리를 상징한 것이다. 인간도 태어나서 이런 과정을 거치고 동물과 식물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 우주만물의 생장소멸(生長消滅) 관계를 밝힌 것이 6효라 하겠으며 끝으로 12 소절(음보)은 일년 12달을 상징한 것이다.
이처럼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를 밝히고, 만물의 생장소멸의 관계를 밝히고, 4계절과 일 년 12달의 시간 관계를 밝혀서 그것을 상징하여 만든 3장 6구 12 소절(음보)의 시조 형식을 만들었으니 그만큼 시조는 절묘하고 큰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시조의 주요 율격은 34조, 44조이다. 우리 국어는 3음이나 4음으로 된 단어가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시조의 율격은 우리 민족의 호흡과 잘 들어맞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 배달민족, 우리 국어, 시조 형식 등 세 가지는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필자는 이것을 삼위일체라고 부른다.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시조 장르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겠는가? 외래문화에 젖어 자기 문화를 소홀리 하겠는가? 시조를 외면하는 것은 자기의 조국을 외면하고, 자신의 조상을 홀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 시조의 명칭
시조는 우탁(1262-1342)의 생존시대에 발생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700 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시조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고 하겠다. 가람 이병기의 조사에 따르면 이 시조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쓰여진 것은 영조 때 사람 申光洙(1712-1775)의 <石北集 >
<關西樂府>에 의거한 것이라 한다
그 중의 기록된 한 부분을 인용하면 시조는 장단을 배열해서 부르는데 그것은 장안에 사는 이세춘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적혀있다. 여기서 시조는 음악상의 명칭으로 보아야 한다. 또 時調는 時節歌調의 준말이라 하는데 時調의 <調>자는 곡조조, 가락조 이며 음악의 악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근거에 의해 2014년 10월 30일 충남 서천의 신광수 묘역에 < 시조명칭 유래비>를 한국시조협회에서 건립한 사실이 있다.
그 이후 음악적인 요소는 창으로 분류하여 시조창으로 가사의 시적인 요소는 지금 우리가 쓰는 시조로 분류하였던 것이다.
3. 시조의 분류
1) 시대별
가) 고시조 : 개화기 이전의 시조
나) 근대시조 ; 갑오경장이후 1920년대까지의 시조
다) 현대시조 : 개화기 이후의 시조
일반적으로 갑오개혁(1894년)부터 1920년까지를 개화기로 보는데 1896년에 독립신문이 생기고 1906년 대한매일신보에 대구여사라는 분이 쓴 <혈죽가>를 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는 현대시조의 효시로 보고 있으나 일부 학자들은 1926년에 육당 최남선의 시조집 <백팔번뇌>를 현대시조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1907년 < 대한유학생회보>에 최남선의 국풍 4수가 실리기는 하였으나 고시조 형태로 된 시조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대구여사>와 최남선의 시조집 <백팔번뇌> 중 일부를 옮겨본다.
혈죽가
대구여사
협실의 솟은 대는 충정공 혈적이라
우로를 불식하고 방중의 품은 뜻은
지금의 위국충심을 진각세계
- 1906년 7월 21일 대한매일신보.
백팔번뇌 중에 있는 시조
혼자 앉아서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꾸 가더라.
혈죽가와 육당의 시조를 비교해 보면 어느 시조가 현대시조와 더 근접되었는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고 김흥렬 시조시인은 강력하게 후자의 경우를 주장하고 있다.
2) 형태별
가) 평시조 : 3장 6구 12음보(절)로 된 45자 내외의 단시조로 초장 중장이 (3,4, 3,4) 종장이(3, 5, 4, 3)의 율격을 지닌다
나) 엇시조 : 초, 중, 종장, 중 어느 한 장의 음보수가 7음보까지 길어진 시조.
다) 양장시조 : 초장과 종장만으로 된 시조
1926년 시조 부흥운동이 일어나면서 주요한 등이 주창했다
* 예문 1
송년
주요한
남산에 푸른 솔 북악에 검은 바위
세운 뜻 그대로 있는데 한 해 간다 하더라.
* 예문 2
소경되어지이다
이은상
뵈오리 안 뵈는 님
눈 감아야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되어 지이다.
라) 단장 시조(절장 시조) : 종장만 있는 시조
* 예문 1
밭
문무학
호미로
밑줄을 긋던
울 엄마의
책
한 권.
*예문 2
새
강경주
나는 게
아니라니까 살아가는 거라니까.
마) 사설시조 : 산문형식의 긴 시조
* 예문 1
사람이 몇 생(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 만폭동 다 그만 두고 구름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 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담(蓮珠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 번 굴러 보느냐.
- 조운의 구룡폭포.
* 예문 2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배목걸쇠
크나 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이따금 하 답답할 제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 작자 미상의 옛 시조
바) 연시조 : 같은 제목 하에 두 수 이상으로 쓰여진 시조
* 요즘 주로 연시조의 형태를 통해 작자의 감정이나 정서를
더욱 더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3) 내용상 분류
가) 서정시조 : 개인적인 감정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시조
나) 서사시조 : 일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객관적 시각으로 표현한 시조
다) 서경시조 : 서정시 중 주로 경치를 표현한 시조
4) 목적상 분류
가) 순수 시조: 순수한 예술성만 추구한 시조
나) 참여시조(앙가주망;Engagement) : 목적의식을 가지고 쓴 시조로 정치, 사회문제 등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쓴다.
다) 해학시조 : 세상사나 인간의 결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시조
라) 풍자시조 :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나 인간의 결점, 모순을 빗대어 비웃듯이 쓴 시조.
4. 시조의 문화 유산적 가치 추구
우리 시조의 확장과 세계화의 실현을 위해 지금 우리나라 모든 시조 애호가들은 적극 참여하여 노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9년 11월 9일(토) 13:30분부터 18시까지 서울 송파여성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시조의 문화유산적 가치 창출을 위한 학술대회가 한국시조협회 주최로 열리었는데 그 당시 김흥렬 회장의 개화사의 말씀 중 일부를 소개해 본다
<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는 창립 당시부터 ‘ 시조의 세계화 ’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가무형문화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시키고자 큰 노력을 기울려 왔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실정입니다. 이제 큰 도약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설정하여 더욱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 중략
시조의 예술적 가치를 온 국민이 향유할 때 시조가 힘을 얻고 빛을 발휘할 것입니다. 시조를 짓고, 노래하고, 낭송하고, 오페라로도 공연하고 그야말로 종합 선물세트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하략. >
아울러 한국시조협회에서는 아래와 같은 시조헌장을 제정하엿습니다
1) 시조헌장의 제정
시조시인은 민족정신의 주체요 역사의 선도자다. 광활한 만주벌판을 굽어보면서 태백산정에 신시를 펼쳤던 선조들의 웅지를 오늘의 통일조국으로 재현시킬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다. 이에 한국시조협회는 이러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시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관을 함양하여 민족정신을 구현함과 동시에 국민정서를 순화하고자 이 시조헌장을 제장한다.
시조는 우리 문화의 정수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천년 역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애환과 사상을 담아 온 전통시가이자 유릴하게 살아 있는 정형시다. 한국시조협회는 문화민족으로의 긍지와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시조의 계승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재, 우리는 시조의 정체성과 위상 제고에 총력을 기울인다.
둘째, 우리는 시조를 아끼고 갈고 닦아 전 국민 시조 생활화에 앞장선다.
셋째, 우리는 시조의 3장 6구 12소절의 형식미 추구에 진력한다.
넷째, 우리는 현대시조의 예술성 추구에 최선을 다한다.
다섯째, 우리는 현대시조의 품격을 높여 시조의 세계화에 이바지한다.
2) 시조의 언어 예술적 가치 추구
- 문화 유산적 가치와 관련하여
학술대회 때 발표한 6명의 발표자 중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주제 하나를 소개해 본다. 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이신 김봉군 시조시인의 논고 중에서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김봉군 시인님은 시조의 언어 예술적 가치를 네 가지로 정리하셨다.
가) 운율 미학의 고유성과 형태미
나) 자연 친화 지향성과 생태 미학적 가치
다) 그리움 아쉬움의 정서와 인간성 회복의 의미
라) 천체 미학적 박명의 이미지
위의 네 가지 명제 중 필자는 세 번째 <그리움 아쉬움 정서와 인간성 회복의 의미> 라는 주제를 인용하여 보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써 온 시조의 주제 중 거의 다 이 범주 안에 속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그리움 아쉬움의 정서와 인간성 회복의 미학
우리가 쫒겨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낙원은 그리움의 세계라고 누군가가 말하였다. 그러기에 그리움은 서정시의 광맥이다. 백락천의 장한가(長恨歌)가 남녀의 사랑과 그리움을 840자로 읊은 걸작 고전이라면 두보의 불견(不見)은 사무치는 우정을 술회한 명편이다. 구약성경 <아가>는 절대자 지향의 사랑을 노래한 것 중 절륜의 경지에 으르렀다. P, B 셸리가 전율어린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했다면 황진이와 김소월이 곡진한 별리(別離)와 그리움의 절창을 남겼다. 이처럼 그리움은 동서고금의 보편적 기본 정서라 하겠다.
고시조에는 그립고 아쉬운 정감에 사무치는 화자가 자주 등장한다. 이별과 추회(追懷) 그립고 아쉬운 마음, 오매불망(寤寐不忘),
전전반측(輾轉反側) 초려(焦慮), 애이불상(哀而不傷)의 정서다.
설원(雪月)이 만정(滿庭)한데 바람아 불지 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을 판연히 알 것 만은
그립고 아쉬운 적이면 행여 귄가 하노라.
무명시의 이 시조는 우리 전통 문학의 기본 정서인 그립고 아쉬운 정을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동짓달 가나 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의 절창이다. 그리움 기다림이 극화(劇化)한 명편이다.
있으렴 부디 갈따 아니 가든 못할쏘냐
무단히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려도 하 애도래라 가는 듯을 일러라.
조선조의 성종이 노모 봉양을 위해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신하 유호인에게 내린 전별시조다. 군신지정(君臣之情)이 곡진하다.
멧버들 거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대
자시는 창밖에 심거 두고 보소서
봄비에 새 잎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소서.
선조 때 홍랑(洪娘)이 최경창(崔慶昌)에게 준 이별의 노래다. 천근성(淺根性) 나무인 멧버들은 불망(不忘)의 신표(信標)이다.
지금까지 예를 든 시조가 옛 것이었다면 현대시조에서도 그 보기를 챠ᅟᅡᆽ아본다
너 없이 산다 해도 / 세월 그냥 가는 것을//
헤어져 다시 만나 / 내가 너를 어쩌랴//
빈 들에 흔들리는 것 야국(野菊) 같은 사람아.
- 천옥희 의 그리움.
저물 듯 오시는 이/ 늘/ 섧은/ 눈빛이네//
엉겅퀴 풀어 놓고 / 시름으로/ 지새는 밤은//
봄 벼랑 무너지는 소리/ 가슴 하나 깔리네.
- 한분순의 저물 듯 오시는 이.
현대 시조 2수다 그리움의 정서를 품었다.다만 고시조와 달리 그리움의 결을 삭혀 내면화 했다. 차원 높은 관조다(觀照)다.
그립고 아쉬운 정서는 아름답다. 과도한 합리주의에 지배당하는 비정, 냉담한 현대인에게 이 같은 우리의 정서 미학의 유산은 계승할 가치가 있다. 그립고 아쉬운 정서는 자칫하면 지나친 감상성(感傷性)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절제와 성찰 속에서 내밀하는 시조 미학의 형식은 소중한 우리 전통 문화적 가치로 성장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3) 영원히 기억 될 명시조
지금까지 700여년을 이어 온 시조 중에서 우리민족의 정서와 역사에 기록될 명 시조는 어떤 작품들일까? 각자마다 선정 기준은 다 다르지만 필자 나름대로 각 시대별로 2편식 가려 보았다
가) 고려말의 시조
한 손에 막대 잡고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우탁(1263-1343)의 시조 - 원용우 시조시인은 시조의 원조를 우탁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은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심)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1293-1343)의 다정가(多情歌)
역대 시조 중에 모든 이가 가장 애호하는 작품 중 한 편.
나) 조선시대의 시조
천만리 머너 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며 밤길 예놋다
- 금부도사 왕방연의 연군가(戀君歌)
간밤에 우던 여흘 울어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임이 울어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스러 흐리과저 나도 울어 보내리라.
- 생육신 원호의 연군가(戀君歌)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섯거라 가는 데 물어보자
손으로 흰구름 기리키고 말 아니코 간다.
- 작자 미상, 또는 정철.
조선시대를 망라해 일정한 인물에 대해, 제일 많이 시조 작품의 소재로 선택된 분은 단연 단종 임금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그 비운을 통탄하며 쓴 작품들은 모든 이의 가슴에 애잔한 슬픔의 여운을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연군가 2편을 선정하였고
도 한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超越)한 아름다운 관조(觀照)의 세계를 그린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는 유교사상이 극히 성행하는 시기였다. 그 전 까지만 하여도 유불선(儒彿仙) 사상이 공존하여 사유(思惟)의 자유로움과 상상력 및 행동에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유교적 윤리 속에 속박되어 충효와 인륜도덕 만을 강조하던 시절에 이처럼 한계지평(限界地平)에서 그 너머의 자유로운 세계를 꿈꾸었다는 것은 진정한 예인(藝人)의 자세라고 본다.
다) 현대의 시조
고향 생각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 위
내 고향 하늘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동구 밖 키 큰 장승 십리(十里)벌을 다스리고
수풀 속 깊은 골에 시절 잊은 물레방아
추풍령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건넜건만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 온 마음 하나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더란다.
오솔길 갑사댕기 서러워도 달은 뜨네
꽃가마 울고 넘은 서낭당 제 철이면
생각다 생각다 못해 물이 들던 도라지꽃.
가난도 길이 들면 양처럼 어질어라
어머님 곱게 나순 물레줄에 피가 감겨
청산 속 감감히 묻혀 등불처럼 가신 사랑.
뿌리고 가두어도 가시잖은 억만 시름
고래등 같은 집도 다락 같은 소도 없이
아버님 탄식을 위해 먼 들녘은 비었더라.
- 고향에 대한 애절한 향수, 정완영.
봉숭아
비 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도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라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은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널리 애송되는 시조, 김상옥.
새벽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새벽이 된다
봉두난발(蓬頭亂髮) 상처뿐인 제 가슴 쥐어뜯으며
유백(乳白)의 찻잔을 만드는
어느 도공(陶工)의 기도처럼.
길은 아직 헝클린 채로 안개 속에 묻혀 있는데
조간(朝刊)처럼 달려 온 소중한 여백(餘白) 하나
새로운 출발을 권하는
아! 숨가쁜 초인종이여.
- 28회 가람문학상 수상 작품, 이우걸.
* 동시조의 탄생
동시조의 기원을 조사해 보면 1970년대 중반 정완영 시인과 조규영 시인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 분들의 작품을 소개해 본다
버들붕어 두 마리는
우리 마을 앞 냇물을 건너가는 징검다리
돌팍 밑에 숨어 사는 버들붕어 두 마리는
돌팍이 저희들 집이래 여울목이 놀이터래.
흰구름 흘러가면 흰구름 건져 먹고
풀이파리 헤작이면 풀잎 이슬 건져 먹고
달 뜨면 달빛이 꿈이래 달빛 이불 덮고 잔대.
할아버지 고향 마을엔
할아버지 고향 마을엔 동산 위에 오른 달이
고목나무 굽은 가지를 몰래 타고 내려와서
창마다 잘 익은 등불을 달아주고 가셨대요.
할아버지 고향 마을엔 밤하늘을 가는 달이
졸리는 나무 그림자 “ 같이 놀자” 불러 놓고
달빛만 골목에 가득 풀어 놓고 가셨대요.
위의 2편의 동시조는 정완영 시인의 작품이다.
은은하고 정겨운 감성을 자아내는 참으로 훌륭한 작품이다.
경운기 소리
밭가에 경운기가
추웠던가 봅니다
아버지가 일하려고
시동을 거시면은
그제야 참았던 소리
덜 덜 덜 떱니다.
칡넝클
길가에 칡넝클이
길로 기어 들어왔다
사람들 다니는 길
거길 한 번 걷고 파서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배밀이를 합니다.
위 2편의 작품은 조규영 시인의 작품이다
간결한 리듬 속에 참으로 기발한 착상을 더하여 표현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 아닌가.
5. 현대시조의 나아갈 길
이제 우리는 시조의 발전과 비약을 위해 새로운 시도와 결단을 할 때라고 생각 된다
1) 현대 시조의 정체성 정리
2016년 12월 15일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에서 실시한 <시조 명칭과 형식 통일안> 선포식에서 김흥열 시인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가) 시조는 7백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우리민족의 유일한 시문학이다
나) 시조는 3장 6구 12마디(소절)로 되어 있다.
다) 각 장은 전구와 후구로 구성되고 각 구는 2마디씩 구성 된다.
라) 각 마디의 어절은 다음과 같은 음수로 되어 있다
* 초장 : 3,4,3(4),4된 어절의 음수로 하되 음보로는 4음보이다.
* 중장 : 초장과 같다
* 종장 : 첫 마디는 3자 고정 둘째 마디는 5-7까지로 한다
* 종장 첫 마디를 제외 하고는 각 마디의 글자수를 한자씩 가감할 수도 있다.
마) 표기는 한글 맞춤법에서 정한 규칙을 따르고 문장부호를 사용한다
바)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을 준용한다.
사) 행갈이는 장별 또는 구별로 한다. 단 구별로 할 경우에는 장과 장의 구별을 위해 한 줄을 띄어 쓴다.
이와 같은 시조의 정체성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질서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이다. 이렇게 될 때 시조의 세계화는 가능해진다고 본다.
2) 시조의 저변확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가) 시조에 대한 인식 새롭게 하기
시조가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창조물인데도 불구하고 시나, 소설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각급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시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기존에 있었던 시조도 점차 줄여가는 형편이다. 그리고 각종 백일장에서도 시조 장르가 없거나 시의 장르에 끼워서 대회를 하고 있다.
신춘문예 당선 상금에서도 시와 차등을 두어 시조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꼭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시조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시조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 학교에서는 시조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을 정도이며 교사들도 시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시조의 교육은 점차 황폐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방과 후 학습을 통한 특별 교육과 지도자를 위한 교사 육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 시조를 쉽고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지도해 주어야 한다.
흔히 생각하기를 시조는 일정한 틀 속에서 작품을 쓰기 때문에 언어와 생각의 제한을 받아 쉽게 접근하지를 않으려 한다. 우리는 쉽고 재미있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다음 그 예문을 들어 본다
별빛처럼
구름재 박병순
텁수록한 내 수염을 깎아주며 소녀가 묻기를
“ 선생님, 선생님이 시인이셔요? 왜 그러는데?”
시조집 별빛처럼을 살짝 훔쳐 봤어요.
따뜻한 물수건으로 지긋이 눌러주면서
“ 저에게 시조 한 편 써 주실 수 없어요?”
“ 소녀가 읽던 시집을 더 읽어 보셔요.”
어느 때 보다도 잔 수염을 밀어주며
“ 그 이성의 참사랑 이해가 잘 안돼요”
“ 그 책을 읽어도 모르면 저 하늘 별을 보아요.”
거듭 더운 물수건을 갈아 누르며 하는 말이
“ 선생님 그래도 깨닫지 못할 때에는? ”
별처럼 빛나는 눈망울로 먼 하늘의 별을 보아요
아직도 더운 물수건 한 쪽을 살포시 떠들며
“ 선생님 그래도 사뭇 깨닫지 못할 때에는?”
“ 별처럼 별빛처럼 살아 별빛처럼 별처럼 말이야......
라) 그 외에도 시조 낭송대회, 시조로 된 노래 보급 등 많은 노 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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