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이사 58,9하-14 / 루가 5,27-32)
1. 예수님은 잔치 중:
“레위는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베풀고 예수를 모셨는데, 그 자리에는 많은 세리들과 그밖에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루가 5,29)
지금 ‘예수님은 잔치 중’이십니다. 사순절의 한복판에서... 신참 제자 ‘레위(마태오)’가 초청한 잔치에 참석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역의 처음도 술이 떨어져 흥이 깨진 잔칫집에 가셔서, 물로 술을 만들어 다시 흥을 돋게 하신 일로 시작하셨고, 사역의 마지막도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시고 제자들과 나누신 잔치로 마감하셨습니다.
‘최후의 만찬’ ‘성만찬’이 실은 잔치입니다. 이 잔치를 오늘날 ‘미사(성찬)’로 계승한 것입니다. 교회에서 행하는 미사성찬에서는 작은 면병(성체)에 포도주(성혈)를 살짝 찍어서 영하지만, 당시 예수님께서 베푸신 만찬에서는 빵도 풍성하고 포도주도 넉넉하게 나누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잔치의 종교입니다. 축제의 종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잔치(축제)를 즐기셨습니다. 사순절에 잔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생뚱맞긴 하지만, 사실 사순절은 눈물의 회개로써 무거운 죄 짐을 벗고, 신랑이신 예수님과 함께 충만한 은혜 안에서 넉넉한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기간입니다.
2. 고추 가루 뿌리는 사람들:
“어찌하여 당신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것입니까?”(루가 5,30)
잔치에 고추 가루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율법학자들이 바로 그들인데, 이들은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어울려 잔치를 즐기는 것이 영 못마땅하여 트집을 잡고 나섭니다.
이에 KBS 아나운서 출신 김병래 시인의 “고추 가루 뿌리는 사람”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아주 정곡을 찌릅니다.
“남이 애써 마련한 / 전시장이나 출판 기념회 / 음악 발표장에서 /
고추 가루를 뿌리는 사람이 있다. / 그가 뿌린 고추 가루에선 /
시샘의 독 바람이 불고 / 질투심의 칼 내음이 번진다. /
남의 일에 칭찬을 져버리고 / 고추 가루를 뿌리는 사람은 /
악취가 풍기는 고추 가루 집안에서 / 자란 사람이 아닐 런지 /
잔치에 고추 가루를 뿌리는 율법학자들, 그들은 그냥 예수님이 싫고 질투가 난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이 싫어하는 자가 군중들의 인기마저 치솟고 있으니 견딜 수 없이 싫었던 것입니다.
교회가 썩었다고 밖에서 고추 가루만 뿌려대는 사람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그냥 교회가 싫고 예수님이 싫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분명 예수님이 아닌 다른 우물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단란한 가족, 든든한 신체, 안정된 직장, 괜찮은 친구, 즐기는 운동, 맛들인 취미... 이런 것들이 그가 먹고 마시는 다른 우물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물들은 참 생명을 주는 우물이 아니라, 그의 죽음을 위로하는 ‘마약’입니다.
3. 의사가 필요한 사람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루가 5,31-32)
건강하다고 큰 소리 치며 장담하는 사람은 의사를 찾지 않습니다. 나는 죄 없다 하면서 스스로 의인임을 자처하는 사람은 예수님을 찾지 않습니다. 병든 사람이 의사를 찾듯이,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고 자기 한계를 똑바로 아는 사람이 주님을 찾습니다.
암은 무서운 병입니다. 암이 무서운 것은 전조증상이 없고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 의술은 초기에만 발견하면 암도 얼마든지 치료합니다. 그러나 전조증상도 자각증상도 없이, 안으로부터 나를 죽이기 때문에 암이 무서운 것입니다. 전조증상과 자각증상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죄가 그렇습니다. 전조증상이나 자각증상 없이 나를 서서히 죽여 갑니다. 예수님을 더 가까이 하십시오. ‘세상의 생명 예수 그리스도’ - 그분은 나의 치유자요 영원한 생명이십니다.
대한성공회 천안 부대동교회
전재식(사무엘) 신부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