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되었지만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21.8)을 제시하며 노동자의 알 권리와 참여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시에서 그칠것이 아니라 노동현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관리감독의 책무를 방관하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표1 -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 북(고용노동부, 21.8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7대 핵심요소 |
1 | 경영자 리더십 | (생략) |
2 | 근로자의 참여 | 안전보건관리 전반에 관한 정보를 공개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합니다. |
3 | 위험요인 파악 | (생략) |
4 | 위험요인 제거, 대체 및 통제 |
5 | 비상조치 계획 수립 |
6 |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운영 시 사업장 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
7 | 평가 및 개선 | (생략) |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재정되었지만,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상의 조치만 더욱 강화된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노동현장에서는 법 시행 전후에 대한 변화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우조선의 사례로 파헤쳐 보자.
안전보건의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는 사측의 시스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월,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조합원을 중심으로 ① 21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규정 및 심의의결 사항 ② 안전보건관리규정 ③ 표준작업절차서 ④ 21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 구성운영 자료 ⑤ 21년 작업장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점검사항 구성운영 자료를 사측에 요청했다.
그 결과 ①, ②, ③의 자료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현장게시 등 노동자에게 알려야 하는 자료임에도 일부만 확보할 수 있었으며 ④, ⑤는 원청의 이행사항임에도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알 권리 조차 보장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노동자 개인에게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라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표2 -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중대재해 처벌법 |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령 |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② 제1항제1호ㆍ제4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제4조(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법 제4조제1항제1호에 따른 조치의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6.(생략) 7.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ㆍ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에 따라 의견을 들어 재해 예방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및 같은 법 제64조ㆍ제75조에 따른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ㆍ보건에 관하여 논의하거나 심의ㆍ의결한 경우에는 해당 종사자의 의견을 들은 것으로 본다. 8~9.(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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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노동자 참여, 노동부 처벌을 피하기 위한 면책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자료 검토 결과, 일부 하청 업체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위원이 전부 현장 관리감독자인 직반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사위원의 동등 구성 취지는 다름 아닌 노동자의 참여를 담보하기 위함이다. 노동자 위원 구성에 사측의 지배·개입 금지가 내포되어 있고, 소수의 조합원이 있을 시 노동자위원에 지명(산안법 시행규칙 제24조)할 것을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경영총괄 책임자가 전체 노동자의 알권리와 참여권 보장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시지만 여전히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상의 조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안전교육은 - 사측의 또다른 노동착취!
▼ 대우조선 사내 협력업체 사례
사례1.
실제 안전교육은 조회 때 잠시 잔소리 수준에 그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안전교육 서명지에 서명을 강요합니다. 어느 날은 참다못해 서명란에 “교육도 안했는데 서명하라고 강요함”이라고 적었더니 다음날 사람들 모아놓고 000이가 이렇게 서명했다면서 핀잔을 주었습니다. 너무도 치욕스러웠어요. 21년에 발생한 일입니다. 이건 정말 너무합니다.
사례2.
안전교육을 하는데 대부분 보호구 착용 등 노동자의 책임만 이야기 합니다. 교육을 길게 하지도 않아요. 일찍 끝나면 바로 일을 합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돈으로 주던지 휴식을 보장하던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안전교육은 노동착취하기 참 좋은 제도입니다.
사례3.
제가 핸드레일(안전난간대) 설치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한 번도 안전관련 안내나 규칙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없어요. 사수가 시키는 대로 해왔습니다. 하청지회 교육을 통해 설치 규정을 게시해야 하고 또 알 권리가 있다고 해서 관리자에게 요청했더니 자료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놓고 안전규칙을 지키라고 합니다. 노동자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기준도 모른 채, 다치면 모두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 잘못이 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후, 노동현장은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가장 기초적인 노동안전보건 교육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지만, 이를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원청은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원청에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장소 및 자료를 지원하고 안전보건교육 실시 여부까지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산안법 제64조)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의 주체가 원청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청의 책임을 법으로 강제하는 이유는 ‘처벌’이 아닌, ‘예방’에 있을 지언데,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 접수에도 대우조선 원청은 책임을 하청에 떠넘겼고, 하청사업주는 업체폐업의 협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시키고 있다.
▼표 3 -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산업안전보건법 제5장)
안전보건총관책임자 지정 |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책무 |
제62조(안전보건총괄책임자)
①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도급인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지 아니하여도 되는 사업장에서는 그 사업장에서 사업을 총괄하여 관리하는 사람을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야 한다. ②~③(생략)
| 제64조(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
①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1. 도급인과 수급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2. 작업장 순회점검 3. 관계수급인이 근로자에게 하는 제29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안전보건교육을 위한 장소 및 자료의 제공 등 지원 | 4. 관계수급인이 근로자에게 하는 제29조제3항에 따른 안전보건교육의 실시 확인 5~6.(생략) 7.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도급인과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에 있어서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 8.~②(생략) ③ 제1항에 따른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 구성 및 운영, 작업장 순회점검, 안전보건교육 지원,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
사업주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이 시급하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비단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 그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가이드와 연구보고서, 중앙의 지침과 감독관의 모순된 태도, 권리요구에 업체폐업으로 협박하는 사업주, 중처법을 위헌이라 주장하는 경영단체...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해야 할지 막막한 현실이다. 이처럼 법과 현장의 괴리감은 너무도 컸다.
노동자가 알아야 할 당연한 권리 요청에 업체폐업의 협박을 일삼는 몰상식한 사업장이 있는 한 노동자의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될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잘못된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주의 무지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감독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정부를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 현장에서는 어떠한 투쟁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자. 문제점이 발견되면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 된다. 실천이 담보되는 투쟁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나아가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연대의 힘으로 더이상 일하다 죽지않는 일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글은 <산재없는 그날까지> 120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