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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인정하는 풍습이 왜 형성되었는지 설명하는 데 있어, 경제적 유인만큼 유용한 개념은 없는 듯하다. 경제적 유인이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인센티브(incentive)라고 지칭하는 것들이 일종의 경제적 유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유인은 최근 들어 기업에서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부추기기 위해 혹은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사용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인센티브는 인류가 처음 태동한 이후부터 줄곧 우리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풍습 역시 해당 사회의 경제 주체들의 경제적 유인에 부합하는 내용들인 경우가 많다.
금반지를 결혼반지로 썼던 이유는 변하지 않는 금처럼 영원한 사랑과 부귀를 염원하는 뜻을 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출처: corbis>
결혼할 때 신부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 풍습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원래 반지는 선사시대부터 존재했다. 다만 선사시대의 반지는 주술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 처음으로 결혼식에 반지를 활용하기로 생각한 사람들은 로마인들이었다. 당시 로마에서는 아내를 돈으로 사는 매매혼이 남아 있었는데, 이때 결혼할 남성이 결혼에 대한 대금 결제의 증거로 반지를 전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지는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 파기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에 로마인들은 기원전 3세기부터 좀 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열쇠 모양의 반지를 결혼반지로 사용했다. 당시 결혼반지에 열쇠 모양이 있는 이유는 열쇠 모양이 곧 어머니가 될 신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설과 결혼할 남편의 마음을 여는 열쇠의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열쇠 모양의 결혼반지가 갖는 실질적인 기능은 결혼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적 구속력에 있었다. 결혼반지를 받은 신부가 남편을 위해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게 하고, 약혼기간 중 부정을 저지르면 법적 책임을 묻는 기능이 더욱 컸다. 즉, 로마시대의 결혼반지는 여성에 대한 일종의 구속 기능도 함께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대 로마시대에 주고받은 결혼반지가 단순히 여성을 구속하는 의미만을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의 반지는 오늘날과 같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철이나 구리로 만든 반지가 주로 사용되었다. 특히 금반지를 결혼반지로 썼던 이유는 변하지 않는 금처럼 영원한 사랑과 부귀를 염원하는 뜻을 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사실을 종합할 때 로마시대의 결혼반지는 결혼의 가치를 반영하는 역할과 함께 자신이 신부를 맞이할 금전적인 지불을 완료하였음을 확인시켜주는 기능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은 다이아몬드를 어디에 사용했을까? 로마인들에게 다이아몬드는 신성한 물건이었다. 고대 그리스 전설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는 신의 눈물로 표현되어 있고, 다이아몬드의 어원 역시 ‘정복할 수 없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되었다. 로마인들은 이처럼 신성시해왔던 다이아몬드를 하늘에서 떨어진 별 조각이라고 여기면서 수세기 동안 부적으로 사용해왔다.
부적으로 사용되었던 다이아몬드가 처음 보석의 용도로 사용된 것은 헝가리 여왕의 왕관에 부착되면서부터이다. 이후 15세기부터 프랑스와 영국의 왕실이 보석으로 사용할 다이아몬드를 구하러 다니기 시작한 후로 다이아몬드는 ‘왕의 보석’이 되었다. 그러다 결혼반지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477년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안 대공이 자신의 신부 메리에게 결혼 신청을 하면서부터이다. 막시밀리안 대공 이후 다이아몬드를 결혼반지에 사용하는 모습은 더욱 늘어났지만, 이는 일부 왕족과 귀족 계층에 국한된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
막시밀리안 대공의 가족 <출처: Wikipedia>
오늘날과 같이 다이아몬드가 보편적인 결혼반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1940년대 초반부터이다. 다이아몬드가 일반인들의 결혼반지로 사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환경 변화는 구매력에 있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추가로 발굴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수입 또한 증가해 다이아몬드를 전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하필이면 결혼반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드비어스라는 다이아몬드 기업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드비어스 회사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였다. 특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광고 문구는 1947년에 처음 고안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광고 카피다. 이 카피로 인해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의 징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조지메이슨 대학의 마가렛 브리니그는 다이아몬드 결혼반지의 보편화가 단순히 특정 기업의 홍보에 의해서만 형성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유행한 원인을 당시 약혼에 대한 미국 법원 판결의 변화에 있다고 주목했다.
1930년대 이전까지는 결혼 약속을 어길 경우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었다. <출처: gettyimages>
1930년대 이전까지는 결혼 약속을 어길 경우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었다. 불합리한 이유로 파혼 당한 약혼자가 이에 대해 법적인 배상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미국 정부가 법률에 의거하여 여성의 불합리한 파혼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는 당시 결혼이 여성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의 사회 활동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에게 결혼이란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이 한 남성과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버림받으면, 이는 해당 여성에게 정신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심각한 손실을 가져다 준다.
특히 당시 사회는 자신이 성장한 지역에서 결혼해서 계속 거주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어느 여성이 누구랑 결혼하려다 파혼했다는 소식이 퍼질 경우, 그 여성은 또 다른 누군가와 결혼할 가능성도 현격히 떨어진다. 한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남자와 결혼 직전까지 갔다 파혼한 여성에게 관심을 보일 남성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합리한 이유로 파혼 당한 여성들은 약혼자에게 자신들의 잠재적인 재산상의 손실에 대해 법적인 배상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30년대에 이르러 이와 관련된 법률 조항이 크게 완화되거나 폐지되었다. 남성들은 더 이상 파혼을 하더라도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에 반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 내지 사회 활동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결국 결혼 과정에 대한 위험이 여성에게는 여전히 높지만 남성에게는 낮아지는 현상이 전개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여성들은 결혼할 때 남성들에게 결혼반지를 선물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청혼의 과정을 높은 비용이 유발되는 행동으로 만들어버렸다. <출처: gettyimages>
조지메이슨 대학의 마가렛 브리니그는 이때 여성들이 주목한 것이 다이아몬드 결혼반지였다고 주장한다. 브리니그는 1930년대 미국에서 다이아몬드 반지의 수요가 급증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약혼한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퇴보하자 여성들이 그에 대처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이와 같은 풍습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성들은 결혼할 때 남성들에게 결혼반지를 선물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청혼의 과정을 높은 비용이 유발되는 행동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를 통해 남성들이 일순간의 감정에 의해서 쉽게 청혼의 말을 내뱉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혼을 한 이후에도 자신의 마음을 쉽게 바꿀 수 없게끔 만들었다. 청혼을 하기 위해 결혼반지를 선물한 남성들의 경우, 약혼자와 언쟁을 하거나 뒤늦게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벌써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높은 비용을 투자한 상황에서 결혼을 접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들은 법원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경제적 유인구조를 단절시키자 본인들이 직접 사기 약혼 또는 파혼에 대한 방지책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경제적 유인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삽시간에 거의 모든 여성들에게 퍼져나갔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통해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긍정적 유인구조가 무엇인지 깨달은 여성들은 모두 남성들에게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주베스트쥬얼리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하필 다이아몬드를 선택했는가?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함으로써 자신들이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던 보석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떨어져서이기도 하지만, 이외에도 다이아몬드가 경제적 유인구조를 설정하기에 용이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가 의미 있는 방어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효과적인 경제적 유인구조가 갖추어야 할 요건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가 의미 있는 방어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효과적인 경제적 유인구조가 갖추어야 할 요건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Jason Hutchens at en.wikipedia.org>
의미 있는 경제적 유인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성의 원칙’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들이 중요시 여기는 것을 대상으로 유인구조를 설정해야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이아몬드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비록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고가의 보석이었다. 이러한 고가의 보석을 사야 청혼을 할 수 있게 된 남성들은 청혼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여성들은 다이아몬드반지라는 유인구조를 통해서 남성들이 청혼을 할 때 신중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유인구조는 개인마다 다른 수준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수준으로 유인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융통성의 원칙’이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 있어서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효과적인 대상이었다. 여성들이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통해 확인 받고 싶어 했던 궁극적인 내용은 고가의 보석을 살 수 있는 남자의 능력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남자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과 교제하는 남자의 경제적 여건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차등해서 남성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아몬드는 빛깔과 크기, 투명도 등에 따라 여러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출처: CrucifiedChrist at en.wikipedia.org>
남성들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조정될 수 없는 유인구조라면 그러한 방식은 곧 사라져버리거나 특수 계층의 전유물로 국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흔히 4C에 의해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4C란 커트, 컬러, 캐럿, 투명도를 의미하는데 다이아몬드는 빛깔과 크기, 투명도 등에 따라 여러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남성들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이에 부합하는 수준의 다이아몬드를 여성에게 선물하고 자신이 진심이었음을 확인시켜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경제적 유인구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시성’을 갖추어야 한다. 상대방이 그러한 경제적 유인구조에 어떠한 수준으로 반응했는지를 누구나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다이아몬드만큼 가시성이 높은 방법이 또 있을까.
이상에서 열거한 이유 등으로 여성들은 남성이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사가지고 와서 청혼을 할 때 이에 대해 어떠한 방식의 반응을 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명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구조로 인해 결혼할 때는 다이아몬드 반지로 청혼해야 하는 풍습이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 반지, 어떻게 대표적인 결혼반지가 되었을까? <출처: gettyimages>
하지만 1960년대 들어 다이아몬드 반지에 대한 수요는 이전보다 한풀 꺾인다. 이 역시 다이아몬드 반지에 대한 경제적 유인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좀 더 보편화되면서 결혼이 가진 의미 중 생계유지 측면이 퇴색되었다. 이와 함께 혼전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전과는 달리 유연해짐에 따라 파혼한 여성에 대한 불이익 또한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도 이전처럼 파혼 방지를 위한 강력한 유인구조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를 요구한다. 결혼반지는 다이아몬드여야 한다는 사실이 관습처럼 내려와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별다른 의심 없이 추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다이아몬드 반지는 여성들에게 여전히 유의미한 경제적 유인구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여성들이 자기 결혼반지의 다이아몬드 캐럿 수를 자랑하거나, 남자 친구가 청혼할 때 얼마나 큰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올지 기대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한다. 이는 여성의 허영심을 표현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여전히 우리 일상에서 많이 목격되는 이유는 많은 여성들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크기를 바탕으로 예비 남편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는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전주베스트쥬얼리 결혼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해야 하는 풍습은 불합리한 파혼을 방지하고 남성의 진심 여부를 확인하고자 여성들이 고안해낸 경제적 유인구조에서 출발하였다. 이렇게 출범된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다이아몬드의 크기 등을 통해서 상대 남성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이러한 경제적 유인구조 속에서 고안되었는데 지금은 결혼할 때는 반드시 다이아몬드 반지를 줘야 한다는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만약 이러한 풍습이 마음에 안 들어 이를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보다 강력한 경제적 유인구조를 여성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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