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지쳐 잠이란 걸 잔다고 눈을 붙이고 ,심호흡을 가다듬고 꿈나라의 입구에 막
도달할 즈음, 핸펀의 지랄 발광에 열렸던 문이 닫혔다.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아놔,이 시간에 웬 ?'
다행히 전화는 아니었다.밴드알람 소리였다.
그런거지,그런 거였다.보나마나 은용이 요 놈일 거다.
은용이 요놈은 시도 때도 없다.
한시도 핸드폰을 눈에서 떼어 놓는 일이 없는지 그것도 SNS에서 토씨 하나 라도 변동상황이 발생할라치면 냉큼 그에 대한 응답 리플을 꼭 달아 줘야만한다.
은용이가 모르고 지나가는 일은 없다.
SNS의 똠방이다.
아마도 요놈 출근부 라도 달아 준다면 찐 개근상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떠오르는 생일자에 축하 댓글에 꽃다발 움짤은 기본이고 그날 은용이의 기분이 삼삼하다면 반드시 별다방 기프트콘도 쏴주는 특혜(?)도 대령한다.
어디 그 뿐이랴?
SNS에 업로드가 끊길까봐 노심초사,전전긍긍이다.
은용은 퍼다 나르느라 바빴다.
오늘의 운세,오늘의 탄생화,당신의 혈액형?기타등등
쉬고 있는 SNS는 용납할수 없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그 였기에 이런 새벽에 알림음 쯤이야 그저 피식거리며
웃어 줄만 했다.
어떤 놈은 들어와서 그저 열심으로 눈팅이나 하다가고,또 어떤 자는 안 좋은 댓글로 분위기만 흐려놓는데 이 정도는 정말 양반중의 양반이요 치켜 세워도 어색하지 않을 위인 아니던가?
생각 해보라,모임의 커뮤니티를 위해 방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무도 안 들어오고 일이 있을때만 가동이 된다면 죽은 모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질 않은가?
그런 면에서 우리 은용은 그저 웃어 넘겨도 좋을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일지도..
그랬던 은용이가 토요일 저녁에 갑자기 하직 인사말을 남기고 잠적 해버렸다.
"잘들 쉬고 계시죠? 이제껏 저 은용이를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어요,다들 무탈 하시고
평안들하시며 안녕히 계세요!"
'이게 웬 불길한 인삿말이란 말인가?'
여태 열성당원으로서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회원들에게 어필해왔던 은용이였기에
당혹스럽기까지 하였고,혹시나 이놈아 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지 걱정이 앞 서는게 사실이었다. 전화를 넣어봤다.
신호는 가는데 컬러링만 주구장창 울어댄다.
감감 무소식이다.
이리저리 연락 될 만한 곳에 전화를 돌려도 봤지만 특별한 징후라든가 소식을 접한 사람은
없었다.
'어쩐다냐? 우얄꼬?'
토요일과 일요일에 휴식은 물 건너갔다.
쉬는건 둘째치고 그저 은용이 이놈 한테 별일이 없어야 된다는 걱정과 수심으로 쉬는 둥 마는 둥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주말을 허비 한 채 월요일을 맞았는데..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넣어 봤다.그런데 여전히 컬러링만이 귓전을 때려대고 반가운 은용이의 목소리는 없다.
'진짜루 뭔 일이라도 일어난 건 아니겠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혹시라도 소식을 알만한 놈한테 전화를 넣어본다.
"여보세요? 혹시 은용이 소식 들은겨?"
"아,그놈 전화 해 봤는데 술이 떡이되갖고 겨우 웅웅거리던데요..
어제 늦게까지 술판이었다 하드라고요.."
"고뤠? 휴~우,다행이닷 일단은 별일은 없었다는 야그네"
이상한 생각으로 불행한 사태까지 벌이지는 않은 듯하니 그 나마 다행이었다.
이제 잠시나마 안정을 찾고 모닝커피로 아침을 눌러 앉히기로 하였다.
월요일에 들이키는 믹스커피 한 잔은 왤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별한 첨가제라도 들어간 건 아닐테지? ㅎㅎ
은용이 이 놈하고 전화 연결이 된건 점심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오후3시경이었다.
"여보세요? 은용아,이제 정신이 좀 드는겨?"
"예? 제가 정신에 문제라도 있었나요?"
"아니,너 SNS에 뭔일을 겪은것처럼 하직인사 남겼잖아 왜"
"심경에 뭔 일이라도 생긴겨? 내 얼마나 걱정했는디.."
맙소사! 은용이 입에서 나온 대답이 가관이다.
"아니,그건 이제부터 SNS에서 손 떼기로 작정하는 차원에서 그런건데요..무얼그리.."
날 보고 왜 이리 소란을 피우느냐고 오히려 반문?
내 잘못 이었던게야? 이것은 무엇? 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