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리콘의 MEU 피스톨 사격 훈련
육군을 비롯한 다른 많은 군에서도 베레타 M92F를 차세대 피스톨로 사용하는 것에 탐탁치 않은 분위기였다. 9mm 따위의 탄환은 절대 신뢰할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터프함을 자부하는 해병대는 오죽했을까? 워낙에 해병대의 반발이 심해서 미의회까지 나서서 결국 입막음을 하는데 성공했지만 해병대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포스리콘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진도를 더 나가기에 앞서 미국의 차세대 피스톨 선정과정에 있었던 치열한 경쟁과정을 디테일하게 실펴 보도록 하자.

2차대전 종전후 미국의 주도로 NATO 제식 소총탄은 7.62mm×51, SMG와 권총에 쓸 탄으로는 유럽의 NATO 회원국들이 그동안 사용해 오던 9x19mm 파라블럼탄이 결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은 말랑말랑한 5.56mm탄을 쓰는 M16이 쓸만하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돌격소총'이란 녀석이 재간둥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닳는 것. 즉, 반동도 마일드하고 살상력도 제법인데다가 탄의 사이즈가 확 줄어드는 바람에 30발들이 '대용량' 탄창까지 사용할수 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권총과 SMG의 지위가 애매해졌고, 잘 생각해보니 미국입장에서는 멀쩡하게 잘 쓰던 45구경 M1911A1을 급하게 바꿀 필요도 없었다. 워낙에 튼튼한데다 성능도 발군이요...만들기도 오부지게 뽑아 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유럽과의 약속을 내팽개치고 소총탄과 권총탄 모두 '아메리카'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물건으로 쓰기로 결정한다.

라돔 VIS-Wz.35
그런데도 미국은 9mm피스톨 채용을 위한 물밑 작업은 계속 진행했다. 폴란드의 라돔 VIS-Wz.35으로 시작해서 독일의 P38까지 두루 살펴보고는 공식적으로 차기 신형권총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S&W M39나 하이·스탠다드(Hi-Standard) T3, 콜트 T4, 콜트 커맨더 9mm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막상 교체비용까지 따져보니 소요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었고 M1911A1이 예상외로 잘 버텼기 때문에 '구닥다리 M1911A1을 재활용해서 쓰라...'는 선에서 트라이얼은 일단 보류됐다.

MGC 모델건 M39
당시 S&W의 M39는,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미공군이 소수 채용했고, 베트남전 당시 네이비실은 S&W M39를 베이스로 한 소음권총 Mark 22 Model 0 '허쉬퍼피'를 유용하게 써먹기도 했다.

9mm 허쉬파피 복각 모델
1970년대 후반, 미국 공군은 단독으로 신형 피스톨을 채용하기 위하여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트라이얼에 참가한 모델은 S&W M459A, 콜트 SSP(스테인레스 스틸 피스톨), FN-Hi Power 더블액션 모델/패스트 액션 모델, 베레타 M92S1, 스타 M28, H&K VP70Z, H&K P9S 등이었다.

VP70Z

베레타 M92S1
공군은 베레타 M92S1 쪽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공군의 채용계획도 흐지부지 됐고 1979년에 이르러서야 미군의 제식 소화기 선정 프로그램(JSSAP : The Joint Service Small Arms Program)이 가동되어 육해공군 전군에서 신형권총 선정작업이 실시됐다. 우선 FN사의 하이파워 패스트 액션 모델은 그 특별한 조작 방법 때문에 일찌감치 탈락됐고 제식 피스톨의 자리를 70여년이나 지켜온 콜트사의 야심작 SSP나, 발터의 P88도 조기 탈락했다.

발터 P88
JSSAP에 의한 트라이얼 결과도 공군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981년 봄, 결과는 번복되고 만다. 베레타 M92S1이 구조적으로 오발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라고는 했지만, 실은 미군의 제식 피스톨 자리에 외국제품이 선정된다는 것에 대한 반대여론이 문제였다.
베레타사는 이런 지적에 파이어링 핀 블록을 추가한 M92SB를 제작했으나 트라이얼은 수년동안 동결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동년 6월 29일, 미군은 좀더 까다로워진 신형 피스톨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 트라이얼에 응한 업체는 S&W, 콜트, 베레타, H&K, 시그 자우에르등이었다. 그러나 콜트사는 제출 기한까지 신형 피스톨을 완성하지 못했고, 시그 자우에르는 미군의 요구안을 모두 만족시킬 권총 개발에 실패했다. H&K사는 '장탄수는 10발 이상'이라는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거진 용량을 확대시킨 P7M13을 제출했지만 규정 제출 수량인 30정을 다 채우지 못했다.

P7M13
결국 제조사들의 요구에 따라 제출 기한이 연장되었지만 콜트사는 SSP의 후계 기종을 개발하는데 실패해서 자동으로 탈락됐다. 이런 망신을 당한 이유는 1911피스톨이 너무도 성공적이라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콜트사는 급격한 추락을 경험해야 했고 한때 문을 닫는다 만다...소문만 무성하다가 M4A1 카빈이 빅히트를 치면서 간신히 영업재개 하는데 성공했다.
가칭 XM9이라고 명명된 신형 피스톨 선정 작업은 1983년부터 본격화되어 수백만발의 9mm 탄이 소모되었고 이 과정에서 유일한 미국제품이었던 S&W의 M459마저 탈락하고 H&K의 P7M13도 난해한 조작방식 때문에 탈락되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것은 시그 자우에르의 P226, 베레타의 M92F뿐이었다.
1985년 1월, 최종결과 발표직전까지만 해도 P226이 제식 피스톨 자리를 차지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베레타 M92F로 결정된다. M9이라는 제식명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세계최강의 미군이 왜 하필이면 이탈리아 피스톨을 써야 하는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마피아에 대한 않좋은 추억 때문인지 미국의 WASP들은 히스패닉이나 동양계 이상으로 이탈리안에 대한 모멸 의식이 강하다. 당시 미국은 이탈리아에 순항 미사일을 배치하려 했으며 이탈리아 정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였다는 설득력 있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일찌감치 나가 떨어진 S&W는 베레타 M92F에 결함이 있으며 트라이얼 자체가 공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선정위원회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잡음이 드세지기 시작하자, 미군은 1988년의 결정이 공정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XM10 트라이얼을 개시한다. XM9 트라이얼의 최종 선정작이 결정되고 불과 3년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때는 시그 자우에르의 P226는 참가하지 않고(이미 지난 트라이얼 과정에서 성능이 우수한 걸로 알려져 톡톡히 홍보효과를 충분히 봤다. 덕분에 여러 조직이나 기관에서 구매 문의가 빚발쳤다. X파일에서 외계인과 싸우는 멀더의 손에 들려있기도 하며 스컬리의 손에는 좀더 캄팩트한 P228이 들려 있을 정도), S&W의 M459A와 XM9트라이얼에 참가하지 못했던 스텀 루거 P89, 그리고 XM9의 최종 승자인 베레타 M92F가 다시 경합이 붙었다.

스텀 루거 P89
XM10 트라이얼이 한창 실시되고 있을 즈음, 한창 M9의 성능테스트를 하고 있던 네이비실(Navy SEAL) 팀6에서 사고소식이 들려왔다. 실팀6에서 M92F를 테스트하던 중 슬라이드가 두동강 나서 사수의 안면을 덥쳤던 것. 덕분에 한때 "이탈리아 쇠맛을 보기전에는 물개(SEAL은 Sea, Air, Land를 뜻하기도 하지만 '물개'란 뜻도 있다)가 아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돌기도 했다. 베레타사 입장에서도 다 된 밥에 코빠트린 격이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규정 이상의 화약을 집어 넣은 핫로드 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슬라이드가 파손됐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XM10 트라이얼에서도 M92F가 최종 승자로 선택되어 다시한번 우수성을 입증했다. 그 후에 베레타사는 슬라이드 파손시 슈터의 안면부로 날아들지 않도록 해머핀을 대형화한 M92FS사양으로 납품을 계속했다. XM10 트라이얼에서도 M92F가 최종 승자로 결정되어 M10은 결번되고, 미군 헌병들에게 소수 채용된 시그 자우에르의 P228이 M11자리를 꿰어찼다. 그러나 9mm 옹호자와 45구경 옹호자간의 쌈박질은 여전히 계속됐다.

시그 자우에르 P228
1999년 2월 미국의 라이플 전문가 제임스 P. 카우길은 "9mm 탄을 군용으로 채택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는 점차 여군의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때 여군들에게는 M1911A1대신 소형 리볼버가 지급되기도 했는데 여성의 손은 남성보다 작고 체격도 작아서 .45ACP탄을 사용하는 M1911A1같은 물건은 다루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조직과 달리 군조직에서는 인종차별이 덜했기 때문에(일반 사병의 경우 화이트 앵글로 색슨족이 아닌 경우가 많다) 몸집이 작은 병사들도 적지 않아서 좀더 다루기 쉬운 9mm 피스톨을 선정한 것도 나름대로 일리 있는 선택이었다.

시그 자우에르 P226
미군에서는 신형권총의 장전 용량은 10발 이상이 될 것을 요구했었는데 이렇게 하면 그립이 굵어져서 손이 작은 병사들에게는 M1911A1보다 파지하기 어려운 물건이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사실 M9의 그립은 M1911A1보다 훨씬 굵고 P226의 그립은 인체공학적이고 반동제어에 유리한 구조이긴 하지만 이쪽도 손이 작은 사람에겐 좀 어정쩡한 사이즈의 그립이긴 마찬가지다.
P7M13의 경우엔 그립에 스퀴즈 레버까지 부착되어 있었으니 역시나 조막손에게는 무리인 셈. 결국 미군이 제시한 9mm 피스톨이 체격이 작거나 여군을 고려한 총기가 아니라는 45구경 매니아들의 의견도 타당성이 있다. 이들은 반동이 약한 총을 찾을 바에는 차라리 .177구경 권총을 사용하는게 어떻겠냐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실제로 미 해병대의 1/3 가량은 M9을 안정적으로 파지할 수 없다는 보고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그밖에도 위력이 약하다...내구성이 떨어진다...방아쇠 연동거리가 길어서 빠른 조준사격이 어렵다.. 따위의 불만이 속출했지만 M9은 아직까지도 미군 제식 피스톨로 지급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권총은 백업 웨폰으로 실전시에는 사용할 경우가 드믄 무기였기 때문에 논란은 점차 수그러들게 되었다.
그러나 특수전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9mm 피스톨은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대테러작전, 대규모 마약조직 소탕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의 경우 피스톨은 백업 웨폰 이상의 기능을 요구하게 된다. 좁은 장소에서의 접근전(CQB : Close Quarter Battle)을 펼칠 경우 소총보다는 민첩하게 조작할 수 있는 피스톨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수전 수행 그룹이나 FBI, 심지어는 일반 경찰의 경우에도 M92FS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참고로 9mm 탄의 저지력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은 미국인들 뿐이며 유럽등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10mm×25, 40S&W, 356TSW, 357SIG등의 좀 더 화끈한 탄약이 등장했으나 이는 주로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물건들이며 유럽에서는 그다지 보급되어 있지 않다. 미국사람과 유럽사람들의 가죽 두께가 틀린 것도 아닐텐데....
어쨌든, 군 및 경찰의 특수전 그룹은 M92FS 이외의 총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 유명한 물건이 SOCOM 피스톨이다. 1990년, 미국의 특수전 사령부(SOCOM : Special Operation Command)는 해군의 SEAL용의 공격용 피스톨(OHWS : Offensive Handgun Weapon System)을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트라이얼을 실시했으며 최종 선정작은 .45ACP탄을 사용하는 H&K사의 Mark23 Model 0이다.

Mark23 Model 0
그 외의 특수전 그룹들도 M92F에게 밀려났던 P226이나 글록17등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가장 원했던 것은 역시나 45구경 모델이었다. 델타포스는 M1911A1를 베이스로 부내에서 직접 커스텀한 모델을 사용하며 LAPD의 SWAT도 커스텀한 1911A1를 사용하다가 현재는 킴버사의 1911 커스텀II 모델을 제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FBI의 인질 구출팀 SRT는 파라오드넌스 프레임을 사용하는 레스베어 커스텀 모델을 채용했다. 최근에는 FBI SWAT 팀이 스프링 필드 아머리의 1911 커스텀 모델인 '뷰로'를 사용하고 있다. 그밖에도 미정부 소속의 대테러 부대들 또한 레스베어의 1911을 선택했다. 결국, 프로패셔널이 사용하는 피스톨로서 M1911A1를 뛰어넘는 모델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3편으로 계속 |
첫댓글 훌륭한 리뷰네요. 사진도 많고 설명도 자세한 편이고..잘봤습니다^^
와 진짜 알찬리뷰들이네요.......정말 존경합니다. 그리고 잘 웃고 잘 배우고 갑니다!~
오오... 제대로 알찬 글이네요... 쵝오!!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