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2030 플라자] 선배 세대가 무능? 아니, 인간관계의 달인이었다
관계 맺는 데 서툰 청년 세대, 코로나 거치며 더 악화
“IT 무능” 무시한 선배들, 알고 보니 인간관계 ‘인싸’
2024년엔 세대 장점 서로 인정하고 본받는 한 해로
천현우 작가·前용접 근로자
입력 2024.01.04.
일러스트=이철원
유능함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각자 우선순위야 다르겠지만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임은 확실하다. 대한민국은 특히 유능함의 압박감이 심한 나라다. 어릴 때부터 학교 안에서 과한 경쟁을 하고 결과 값이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능력이란 눈에 보이는 형식만이 전부라고 믿기 일쑤다. 이때 생긴 착시는 대체로 집과 학교 바깥 사회에서 온갖 경험을 하며 벗겨지곤 한다. 공부 머리가 사리분별력을 담보하지 않으며, 좋은 대학이 만병통치약도 아님을 깨닫는 셈이다.
청년 세대는 학교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다. 좋은 직장의 개수는 줄어든 반면 나쁜 회사의 정보는 차고 넘치는 요즘. 학생으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취업도 늦어지면서 유능함의 기준이 스펙 하나로 쏠리기 쉽다. 요즘 청년을 일컫는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란 수사 속에도 이 스펙 만능주의가 녹아 있다. 물론 열심히 공부했는데 노력만큼의 대가가 따르지 않는 현실이 야속할 법하다. 문제는 이 억울함이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곤 한다.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엔 늘 선배 세대 무능론이 판친다. 위 세대는 우리만큼 경쟁하지 않았으며, 무능한데 시기를 잘 타고나 편하게 살았다는 주장이다.
공장에서 일할 땐 이 선배 세대 무능론을 헛소리 취급했다. 기술이 곧 능력이며 숙련에만 수십 년이 걸리는 현장에서 선배들은 너무도 유능했다. 나는 그 유능함을 따라가지 못해 늘 발목만 잡았다. 그러다 지식 노동으로 넘어오면서 선배 세대의 새로운 진가를 발견했다. 선배들은 낯선 사람들과 만나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조사에도 꼬박꼬박 참여하는 한편, 관계가 틀어져도 좀처럼 선을 넘지 않고 회복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내 눈엔 그저 번거롭게만 보였던 그 행위들은 대부분 나중에 더 좋은 대가로 돌아왔다. 청년 세대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선배 세대는 인간관계에 도가 튼 ‘인싸’들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다. 선배 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오만 인간 군상과 섞여 살았다. 내 삶에서 타인을 추방할 수 없었고,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늘 함께해야만 했다. 그 세월이 켜켜이 쌓인 결과, 선배 세대는 인간관계의 폭이 아주 넓다. 반면 부모 세대의 빈부격차가 심해진 청년 세대는 태어나서부터 비슷비슷한 환경의 또래들만 만나게 된다. 강남에서 태어나 명문대 졸업한 청년은 타지의 블루칼라 친구를 사귈 일이 없고, 지역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해 바로 회사로 간 청년은 평생 서울대 졸업생 한 번을 만나기가 어렵다. 소셜미디어 또한 내가 안 보고 싶은 사람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이다. 더군다나 코로나는 그나마 타인과 부대끼며 지낼 2년을 앗아갔다. 자연히 사람 관계 맺는 기술이 서투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실시간으로 타인을 대하기 어려워한다. 청년층에서 유달리 많은 전화 공포증의 원인엔 이러한 이유도 있으리라.
바야흐로 기술 발달이 엄청나게 빠른 시대다. 청년층은 새 기술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선배 세대가 엄두도 못 냈던 생산성을 뽑아낸다. 탁월한 발상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새로운 길을 튼다. 이러한 청년의 빼어남이 인간관계에 소홀했던 탓에 빛나지 못하는 경우를 꽤 보았다. 어느 세대가 특별히 유능하거나 무능한 게 아닌, 그저 서로의 강점이 다를 뿐이다. 날이 갈수록 갈등이 심해지기만 하는 요즘. 2024년은 다른 세대의 강점을 인정하고 본받길 마음먹으며 시작해봄이 어떨까. 나 또한 올해부턴 선배들한테 신년 전화부터 돌려보려고 한다.
----------------------------------------------------------------------------------------------------------------------
100자평 18
토오루
2024.01.04 06:41:49
20,30 세대, 인간관계 서툴수 밖에,, 아직 사람 틈에 덜 부대끼다보니 당연지사. 하지만 학습이 빠른 게 젊은이들의 힘 이다. 곧 인간관계 에서도 유능해 질수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다. 벼 이삭처럼 고개 숙이는 법도 함께 익혀 가면서,,
답글작성
25
0
조2
2024.01.04 06:30:34
글 잘 쓰셨네요. 이런 글들이 현실성이 있죠. 교수 나부랭이들 너무 당연한 소리 지껄이는 것보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답글1
25
0
백곰
2024.01.04 09:54:11
모든 현상에는 명암이 있는 법이죠. 선배세대, 특히 86세대 이상에서는 기사에서 언급한 인간관계가 필수 였습니다. 즉 눈치밥과 서로 끌어주고 밀어 주어야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인간관계가 좋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끼리끼리 문화가 극심 했다는 것입니다. 소위 인간관계 그룹에 들지 못하면 낙오되는 것이고 배척당했죠. 또한 자기와 다른 진영을 깍아내리거나 사기 등쳐먹는 경우가 허다 했죠. 이러한 끈적끈적한 인간 관계는 때로는 큰 사회적인 문제나 범죄로 까지 나타났습니다
오병이어
2024.01.04 06:51:43
<연륜>, <방구들 때>는 어느날 갑자기 쌓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지요.
답글작성
19
0
system
2024.01.04 11:18:37
그대의 선배 세대로서 우리가 무능하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한데 그대가 말한 '인간관계의 달인' 표현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선배 세대가 모두 인간관계의 달인은 아니다. 인간관계의 달인이란 그냥 대인관계가 좋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능력보다 관계를 우선시 하는 폐해를 낳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연, 학연 등의 패거리 문화가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능력 보다 그같은 개인적 인간관계에 힘입어 출세한 사람들의 이면에는 능력이 좋아도 그게 없어 피해자가 된 선배들도 무수히 많다.굳이 인간관계를 나쁘게 만들 이유도 없지만 그것을 내세울 일도 아니라고 본다.
답글작성
6
0
노매드
2024.01.04 09:50:18
단군이래 최대...이런 말 쓰는 나보다 조금 젊은 사람들 보면 좀 철이 없어 보인다. 나만해도 집안 어르신 중에 일제 때 현해탄 건너 주경야독으로 대학 다니다가, 학병으로 버마에 끌려가서 살아돌아 오자마자 육이오 터지고, 그 난리통에도 시험 쳐서 법관한 분도 있고...할아버지는 약관의 나이에 육이오 터지자 바로 육군종합학교에 입학 해서 전쟁 치르고 가족 먹여 살리시고...할머니는 야전병원에서 간호사를 했는데 대구육군병원에서 창자에서 구더기가 끓던 사촌 동생을 봤다..그 세대분들이 모두 무지랭이에 무능했다고 생각한 건 역사교육을 제대로 안 시켜서다...
답글작성
5
0
새벽닭
2024.01.04 09:22:05
지금의 사람들이 신라 고구려 백제 시대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IQ가 높을까? 석기시대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IQ는 거의 변한게 없다 다만 현대에 와서 더 영악해졌을 뿐이다
답글작성
5
0
바람부리
2024.01.04 09:32:11
초등학교만 나온 아버지가 대학 나온 아들보다 훌륭한 것은 인생을 달관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답글작성
4
0
gene1
2024.01.04 09:33:25
노인 빨리 죽으라고 고사 지내는 젊은이들아, 지금의 노인들은 그야말로 전기.수도.도로.통신, 항만...아무 인프라도 없고 자본.기술.경험도 없는, 전쟁 이후 4.19 데모 난장판 시대로부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해서 오늘의 한국을 건설한 주역임을 잊고서 투표권 박탈을 부채질하나?
답글2
3
1
gene1
2024.01.04 17:24:06
한재현님, 60대가 어째서 빨리 죽어야 한다는 노인에 해당되나요?
한재현
2024.01.04 11:42:12
대한민국 중흥을 겪은 산업화 세대가 지금의 60대라고 믿나. 산수나 제대로 해라.
블랙재규어
2024.01.04 09:04:06
선배에게 배운 것으로 평생의 업으로 살았다. 선배들에게는 연륜이 있다. 아무리 잘 난 후배라도 선배만 못한 것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인내(참을성)이다. 한국의 특성상 군대를 안 간 사람은 거시기들 빼고 는 없다. 군대는 서열 문화이기 이전에 참을 줄 아는 인간을 만드는 곳이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선배이다.
답글작성
3
0
밥좀도
2024.01.04 06:14:18
사람은 누구나 개성 있고 취향이 다르다. 그것을 서로 인정하며 배려하고 양보하는 데서 관계가 성립된다. 자신의 생각이나 자존심만 내세우면 그는 무인도로 가서 살아야 한다.
답글작성
3
0
김기성
2024.01.04 12:38:01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누구나 하는 일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관계를 맺는 일이다. 어느 하나를 소흘히 하면 대가가 따르는 것이 인생이다.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배움을 돈독히 해야하고 조언과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잘 살아봅시다!
답글작성
2
0
통일반대
2024.01.04 09:34:33
파리처럼 손을 비비는 파리족을 모르는 요즘세대.
답글작성
2
0
바우네
2024.01.04 21:55:12
'결과 값이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나타난다'(?) <우리말샘>결과값(結果값)⇒규범 표기는 ‘결괏값’이다. <한글맞춤법>제30항에서 한자어와 순우리말 합성어로서(결과+값)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면[결과깝] '사이시옷(ㅅ)'을 받치어 '결괏값'으로 적는다.
답글작성
1
0
?미
2024.01.04 11:30:56
ㅎㅎ 쓸뒈 춰 없위 쉰년 전화 춰 돌뤼쥐 뫄롸.. 좌연 슬업궤 춰 쉰년웨 춰 만놔궈놔 춰 통화 화궤 됨연 춰 쉰년 윈솨 춰 화면 돼쥐, 암우놔 춰 쉰년 윈솨 춰 환돠교 전화쥘 문좌쥘 이메일쥘 춰 화쥐 뫄롸 공회 돠 ㅋㅋㅋ
답글작성
1
0
hamster
2024.01.04 16:01:02
사람과 부대낀다는건 상처입는다는 것이다. 그건 마치 인간의 면역체계와 비슷하다. 잔병치레 없는 아이들이 더 큰 병에 위험하듯. 물론 그안에 너무 큰 상처는 인간을 뒤틀리게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늘이 없는 인간에게는 깃들 곳도 없다. 사람은 묘한 존재여서 너무 밝은 인간과는 도무지 친해지지 못한다.
답글작성
0
0
태조산인
2024.01.04 14:53:00
TV조선이나 체널A, 보수언론이라는 방송에서 매일 춤추며 노래하는 문화의 전달 선전을 보면서 자막으로 내 보내는 아이들의 "준말" 코멘트의 저질 문화를 무지막지하게 접하고 살아야 하는 어른들은 까무라치기 일보직전이다. 내 나라 말을 내가 알아듣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삭막한 단절을 몸소 체험하면서, 아름다운 나라 언어의 세속화 언어의 오염을 보면서 속수무책으로 귀싸대기를 얻어터지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엉댕이를 뎃따돌려야 살아있다는 증명이 되는 것인지 알수 없는 이 시대. 과학의 발전과 전통의 유전에 관한 문제는 어른들이 사회의 향도들이 문화적 인식과 책임을 견지해야 마땅히 지켜질 수 있다.
답글작성
0
0
메깨비
2024.01.04 14:11:33
생각이있는넘인지 엄는놈인지 무능이란 말이 어데서 나온건가 지금세상이 땅따먹기해서 딴줄아나
답글작성
0
0
양사
2024.01.04 12:55:05
70년 초에 세계적 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 미국이 달나라 가고 우리는 컴퓨터 없고 교수님이 영어 원전을 어려워 할 때. 십년 뒤 외국 박사들이 들어오면서 컴퓨터 배우느라 C 언어, 포트란, 베이직 하면서 후배들과 통신했지요. 죽을 때까지 공부하네요. 부모 장례식에는 꼭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