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김충서 날짜: 2005.05.24.
5월 22일 경남 산청군 차황면 / 합천군 가회면
날씨 : 구름조금 & 산들바람 시원시원, 참가인원 : 40명
● 부암산(695m)-감암산(828m)-황매산(1,108m)
3년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황매산 능선 종주...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침부터 파란 하늘이 오늘의 산행 분위기를 기대하게 해주는데...
코스: 이교마을 - 부암산-배내기봉-감암산-천황재-베틀봉-황매산-장박리
산행거리 : 12Km (실제거리 16.4Km)
산행시간 : 6시간 10분
기획 초기에는, 김철환 회원님의 말대로 10시간 넘어 걸리는 롱 코스일 것 같아 조바심
하다가 여기저기 남의 산행기를 컨닝하다보니 대충 7시간 미만이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기에 결행하기로.. 아마도 황매산 코스에 이보다 더 좋은 코스는 없을 것이다.
● 09:40 이교마을 (산청군 신동면 평지리)
아침 06시에 APT를 출발하여 불과 3시간 40분만에 이교마을에 도착..
거듭 느끼지만 우리나라 갈수록 좁아져간다. 참으로 빨리도 왔다.
그런데 마을입구 도로가 시멘트 포장을 뜯어내고 확장공사 중이다.
조심조심 살살 .. 김영직 기사님.. 솜씨 좋게 마을을 향해 들어가는데..
버스에 내려 길따라 조금 올라가니 '부암산 등산안내판'이 서있다.
어쭈~!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코스 광고까지 한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 그리고 그 재작년 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 앞에가던 조금철 원장 부부.. 어느새 마을 주민한테 수박을 얻어 쩝쩝..
달라기도 전에 입 안에 다 넣어 버린다. 이럴땐 꼭 놀부 같다.
조금가다가.. !!!! 오잉~!! 다른 산악회 리본들이 멀쩡하게 매달려있네..
헉~! 여기 만큼은 우리가 제일 먼저 온 산악회가 되리라고 예상했었는데...
(남의 산행기를 컨닝할 때, 감암산까지는 산행 기록이 있었지만,
감암산-부암산-이교마을 구간은 어디에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가 처녀지 개발하듯 공식적으로 이곳을 통과한 산악회로는
처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펑크가 났다... 쩝)
● 10:00 부암사 앞 도로 통과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길이다.
빽빽하게 솟아오른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가며 좀 답답한 오르막 능선이 이어지는데...
소나무라고 해봐야 꼭 영양이 부실하여 겨우 자리잡고있는 듯..
잡목과 뒤엉켜 바람도 안 통하니 등에 땀이 솟아 축축한 맛이 느껴지는데...
경치도 없고 보이는 조망터도 없고, 이미 알고는 왔지만 그래도 역시나 답답한 오름길.
● 10:50 부암산 (695m)
일망무제의 360도 조망.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능선이 한 눈에 모두 보인다.
감암산, 베틀봉, 황매평원, 황매산, 삼봉, 중봉...
뒤쪽은 웅석봉, 왕산-필봉산,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이 하늘금을 그리고..
이쪽은 월여산, 미녀봉, 오도산, 감악산, 거망산, 그리고..가야산 줄기..
저쪽은 악견산, 허굴산, 금성산.. 그리고 그 뒤로 자굴산이 가물가물..
사방 조망이 화려하다고나 해야할까? 황홀하다고나 해야할까..
전방위로 보이는 암산 암릉들이 푸른 소나무와 어울려 가히 명품 동양화다!!
김철환(100회 산행), 김화곤(200회 산행 기념) 회원의 겹치기 만세 만세 만세 만세...
● 11:00 부암산을 등지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동양화 산행의 연속이다. 바위와 소나무와 암벽의 조화.
쇠난간과 철계단이 설치되어 위험한 곳도 없으며 구간구간 멈출 때마다 온통 전망대.
아무대고 걸터 앉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쉼터가 되고 훌륭한 전망대가 된다.
잠시 느리재를 지날 때는 바닥까지 내려섰다가 올라야 하는 관계로 등에 땀이 나는가 했지만,
이내 능선에 오르자 마자 시원하게 스치는 산들바람이 모든 것을 날려 보낸다.
● 12:30~13:00 감암산(828m) 정상에서 중식을 즐기다
조금철 부부, 권순왕 회원, 이항희 회원과 마주 앉아 발아래 시원한 조망과 함께
산들바람을 배경삼아 나의 18번 여름산행 반찬인 오이지를 씹는다. 오~ 죽여줘~!
● 13:20 천황재
다시금 깊숙한 골짜기로 내려치다가 능선에 올라 붙는다. 고개를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시원한 산바람이 마중나오는데.. 이런 산행 참으로 보기 드물다.
때맞추어 땀나기가 무섭게 속이 시원하도록 부채질해주니 ...
벙풍바위를 지나고 885봉을 지난다. 온길을 뒤 돌아보니 참으로 그림같다.
녹색 숲과 희끗희끗한 암릉 암벽의 하모니.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
● 14:10 황매평전
감암산 능선을 벗어나는 가 했더니, 언덕 고개를 올라서자마자 눈 앞에 나타나는 녹색의 초원.
그리고 시원하게 사방으로 펴져있는 철쭉군락지대.. 하지만..
아뿔사.. 때가 늦었다. 이미 꽃이 지고 푸른 잎으로 온통 뒤덮어가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저 아래 왠 인간들이 그리도 많아..!!
목장 주변에 소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치고..
게다가 갤로퍼 승용차까지 여기 능선에 올라 와 소음과 매연을 품는다.. 갓~~땜!!
앞에는 황매산의 우람찬 모습이 장관인데..
그 아래 개미처럼 매달려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
만약 지난주 철쭉제와 겹쳐 여기 왔더라면, 산행분위기 참말로 ... 그랬겠다.
● 14:50 황매산(1,108m) 정상
초원지대는 뭐니뭐니해도 높은 곳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아야 제멋이다.
시원하게 발아래 펼쳐보이는 대평원. 여기에 철쭉꽃이 만발하면 더 없이 좋으련만..
이런 산 높은 곳에 이런 넓은 평야가 펼쳐져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잡나무 하나 없이 철쭉밭과 어울린 초원지대로 말이다...
뒤쪽은 그만 조망하고 앞쪽을 본다.
삼봉이며 하봉이며 모두가 우람하고 폼나는 바위 봉우리로서 주변을 압도하며
초원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역시 다시 와보기를 잘했다.
스스로 위안하며 사람들로 복작이는 정상을 떠나 하산길을 서두른다.
● 15:00 황매산을 뒤로하며
사람들은 모산재-황매평원-황매산 부근에만 복작거리지, 여기만 벗어나면 조용했다.
북서릉을 따르며 하산을 하다가 동편을 보니 또다른 장관이 기다리고 있지아니한가.
합천호의 풍광이 황매산릉과 어울려 또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종일 눈이 시원하다. 오늘 나의 눈은 왼종일 호강하는 날이다.
위로는 베틀봉-황매산-삼봉이 우람하게 하늘을 가리고, 아래는 합천호반의
잔잔한 물줄기가 어울려 우리를 한없이 즐겁게 한다.
아쉽지만, 여기서 머물러 살 수도 없고.. 가야지, 가야해, 나는 가야해..
다시금 조용하고 한적한 능선을 따르며 하산길을 걷는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던 것이 불현듯 스친다.
조금전까지는 산들바람이 계속 불어주어 시원함을 더 해주었으되, 잊고 있었는데,
숲속에 들어가 바람이 꽊막히니 이제야 하루종일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었던
산들바람의 고마움을 되새겨주게 한다.
● 16:00 장박리
다 왔다. 계속하여 조용한 산 길을 걷고 싶지만, 그만 해야겠다.
맑은 개울물에 수건을 적시어 머리를 감싸본다. 아주 시원하다.
그리고 드디어 장박리 종점이다. 꼬박 6시간의 산행길...
현란한 산행이라고 해야할까.. 좌우간 호화판 산행이 되었다.
있을건 다 밟고 다녔다. 시원한 산들바람과 함께.. 하루종일...
소나무 숲길, 암봉, 암릉, 턱도 없는 내리막 고개, 초원지대,
철쭉꽃밭군락지대, 그리고 다시 소나무 숲길...
그래도 무언가 빼먹은 것만 같은 아쉽기만한 황매산 산행.
아마도 다음주에 산행할 강원도 암봉이 또다시 기다려져서일까